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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오정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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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프리선언, 전혀 다르고 아주 새로운 일들을 해보기 위해 한 거니까요."
2006년 KBS 32기 아나운서로 방송에 첫 발을 내딛은 오정연. 편안한 진행과 재치있는 말솜씨로 '무한지대 큐' '스타골든벨' '도전 골든벨' '6시 내고향' '생생정보통' '체험 삶의 현장' 등의 진행을 맡으면서 KBS를 대표하는 아나운서로 우뚝 섰다. 그런 그가 2015년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8년간 몸담았던 KBS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그 목표를 위해 오정연을 쉬운 길을 일부로 피해 걸었다.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으로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MC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 고집하지 않았다. 뒹굴고 구르고 부딪히는 일명 '몸 쓰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인 SBS '주먹쥐고 소림사'에 출연했고 무려 110부작이나 되는 일일드라마 '워킹 맘 육아 대디'에서 자기만 아는 이기적인 악역 주예은 역을 맡고 연기에 도전했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오정연은 "왜 편한 길을 두고 힘든 길로 돌아가려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게 프리선언을 한 이유가 아니겠냐"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그게 다른 프리랜서 여자 방송인들과 다른 저만의 차별점이라 생각해요. 제가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고요. 아나운서였을 때 주어진 안정된 환경과 보호막 속에서 주어진 업무 수행해 나가는 역할을 했으니 아나운서를 그만두고 프리 선언을 한 이후에는 새로운 걸 하고 싶었어요. 더 넓은 세계로 나가고 싶었죠. 그게 프리랜서의 가장 큰 목표였어요.
롤모델이 있는 게 아니라서 정말 어려운 길이라고 생각해요. 성공적인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박지윤 선배도 아직까지는 리얼리티 프로그램보다는 진행 위주의 방송을 주로 하고 계시죠. 사실 저보다 조리 있게 말을 잘하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이 많아요. 그런 방송인들을 따라가려고 하기 보다는 아나운서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어요. 물론 두려움도 컸죠. 하지만 모두 값진 경험이었고 더 새로운 것이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오정연은 연기 도전에 대해 "계획했던 것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우연한 기회에 드라마 출연 제안을 받게 됐고, 그 기회를 놓치면 안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사실 원래 연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워킹맘육아대디' 감독님과 작가님이 저를 선택해 주셔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게 됐어요. 그리고 저를 믿고 선택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건 극중 주예은이라는 캐릭터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라는 프리랜서 방송인으로서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무합하는 인물이었어요. 과거에 저는 예쁘고 보기 좋고 착한 것에 저도 모르게 집착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주예은 그런 인물이 아니었거든요. 10년 동안 긴 머리를 고수했었는데 주예은 역을 위해 머리도 짭게 잘랐어요. 아나운서 시절에는 조직 내에 있었으니까 새 이미지에 도전하는 걸 꺼려했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프리랜서를 하면 변화를 시도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마 착하고 반듯한 캐릭터가 저에게 주어졌으면 끌리지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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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오정연.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1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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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연한 기회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안겨줬던 '워킹 맘 육아 대디'와 연기는 오정연은 크게 변화 시켰다. 생각하는 법과 삶은 대하는 태도에 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드라마는 개인적으로 저의 성격이나 생활을 굉장히 많이 바꿨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까지도요. 예전에는 감정을 절제하려하기만 했다면 이 드라마를 통해 표현하는 법을 알았어요. 과거에 저는 다른 사람들의 말과 시선에 굉장히 신경 썼어요. 제 자신의 소리보다 다른 사람의 소리를 먼저 신경 썼죠. 하지만 주예은을 만나고난 후 남 보다 나에게 먼저 귀를 기울이게 됐고 줏대를 찾게 됐어요. '아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이렇게 내 개성을 드러내고 살아도 좋구나'라고 깨닫게 됐죠. 아마 20대에 주예은을 만났으면 이런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덧 제가 30대가 됐고 인생의 중심을 잡아가는 시기가 됐잖아요. 그런 와중에 주예은을 만난 게 저한테는 더 특별했던 것 같아요."
사실 오정연 이전에도 MC가 아닌 연기를 도전한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가수 출신 연기자, 개그맨 출신 연기자 등에 비해 크게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들이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정연은 앞으로도 계속 '연기'에 도전하고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는 안된다'는 편견을 깨부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작품을 공백 없이 꾸준히 하고 있는 분들이 없어서 그렇게 보여 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욕심이지만 전 작품을 공백 없이 하고 싶어요. 아나운서 출신 연기자는 한계가 있다는 편견 아닌 편견도 깨고 싶고요. 운이 좋게도 첫 작품에 주연을 맡게 됐지만 전 계속 주연만 하고 싶다는 욕심은 전혀 없어요. 제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역할의 크기는 전혀 상관없어요. 작품과 도전을 위해서라면 파격적인 연기와 장면이라도 할 수 있어요."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정재근 기자 c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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