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낙원사 식구들은 대체 어디로 간걸까.
tvN '막돼먹은 영애씨15'가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다. 영애씨(김현숙)의 달달한 연애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쪽도 있지만 '막돼먹은 영애씨' 특유의 현실공감 스토리는 많이 잃어버렸다는 평도 나오고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2007년부터 한결같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판타지와 리얼한 일상이 동시에 녹아있었기 때문이다. 영애씨와 주변 동료들의 리얼한 직장 생활 이야기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직장 여성들에게 큰 공감과 위로를 전해줬다. 돌아이 변지원(임서연)과 영애씨가 성희롱과 차별을 일삼는 유형관(유형관) 사장을 '대머리 독수리'라 부르며 더러운 커피를 제조하는 등의 모습은 소소한 웃음을 안겼다. 윤서현(윤서현)과 정지순(정지순)의 진상 콤비는 찌질함을 전담하긴 했지만 각박한 생활에 시달리는 가장의 무거운 어깨를 대변하는 존재였다. 이러한 현실 공감 스토리가 담겨있었기 때문에 못생기고 뚱뚱한 영애씨가 최원준(최원준), 장동건(이해영), 김산호(김산호) 등 회사 대표 꽃미남들만 골라 연애하는 판타지도 수용될 수 있었다.
그런데 시즌14부터 변하기 시작한 '막돼먹은 영애씨'의 색깔은 시즌 15에 접어들며 완전히 없어진 분위기다.
'막돼먹은 영애씨' 고유 색채는 현실성이다. 이 현실성을 담당하는 것은 영애씨의 주변인들이다. 아름다운 사람들 시절에서 낙원사로 무대를 옮긴 뒤에도 쭉 그랬다. 윤서현은 노모와 아내,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홀로 서울에 남은 가장으로서 기러기 아빠들의 세계를 대변했다. 정지순은 동생들을 책임지기 위해 치가 떨리는 궁상을 떠는 캐릭터로서 모든 물가는 다 올라도 월급은 오르지 않고 갈수록 책임만 많아지는 현실을 반영했다. 라미란은 하우스 푸어의 팍팍한 현실과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을 담당하는 캐릭터였고, 스잘(스잘김)은 외국인 노동자의 현실을 그려낸 캐릭터였다.
그런데 모두가 사라졌다. 그나마 '대세' 라미란 캐릭터가 살아남아 지독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긴 하지만 윤서현 정지순 등의 캐릭터는 실종된지 오래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영애씨의 삼각관계다. 지난 시즌은 '작은 사장님' 이승준(이승준)과 구남친 김산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영애씨의 모습만을 보여주다 끝났다. 영애씨의 일에 대해서는 난데없이 회사에서 잘리고 창업에 성공한 뒤 큰 계약에 성공, 갑질을 일삼던 조덕제(조덕제) 사장에게 훈훈하게 대해주는 모습으로 급 마무리가 됐을 뿐이다. 그래서 오래된 '막돼먹은 영애씨' 팬들은 역대 최악의 시즌이라 평가했다.
이번 시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승준과 영애씨가 비밀 연애를 시작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조동혁(조동혁)의 존재감이 불안하다. 조동혁이 영애씨 회사 건물에 해물 포차를 오픈하고, 의외로 세심한 영애씨의 모습에 호감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영애씨 모천인 김정하(김정하)마저 이승준을 반대하고 조동혁을 응원하고 있어 또다시 삼각관계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제작발표회에서도 제작진은 누누히 영애씨의 새로운 삼각관계에 대해 언급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영애씨의 사랑과 결혼은 모두가 바라는 결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또다시 반복되는 삼각관계는 누구도 바라지 않는 전개다. 15시즌에 걸쳐 반복되는 삼각관계보다 주변 인물들의 현실성 있는 이야기를 되찾을 수 있기를 시청자들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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