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현택 기자] 마이크를 잡고 선 그는 평소보다 커 보였다.
방송인 겸 작가 유병재가 '말하는 대로'에서 속시원한 정치 풍자로 지친 대중의 마음을 달랬다.
유병재는 16일 오후 방송된 JTBC '말하는 대로'에 출연해 마이크를 잡았다. 장난스럽지만 '뼈'가 있는 한마디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유머 뒤에 숨은 비판의 칼날은 날카로웠다. 그는 먼저 "거창한 얘기를 하려 나온 건 아니다. 내가 살면서 겪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려 한다"라며 "혹시나 교훈, 깨달음을 얻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지금 돌아가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유병재는 "지난 대선 당시 저희 부모님은 기호 1번을 그렇게 좋아하셨다. 아버지께 이유를 여쭤보니 지금 대통령님인 그분이 나와 같은 서강대학교를 나왔다고 좋아하신 것"이라며 "아들인 내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셨는데, 얼마 전에 대학교를 자퇴를 했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다. 이어 "사실 학점 때문에 자퇴했다. 승마라도 배워둘 걸 그랬다"고 말해 씁쓸한 웃음을 자아냈다.
'피식'하고 웃게 만드는 에피소드 안에는 답답한 어떤 세대를 대신하는 항변이 숨어있었다. 그는 "우리 엄마는 최근 불거진 사건으로 '그분'을 불쌍해하신다"며 "엄마에게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를 냈다. 엄마가 더 불쌍하게 힘들게 살아왔는데 누가 누굴 동정하냐고 말이다.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동정하면 안 된다고, 그분은 우리나라 대표이고 국민들만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훌륭한 분 아니냐고, 누가 조종하는 것도 아닌데 왜 불쌍해하시냐'고' 얘기했다"고 말하며 최근 어버이 연합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던 이야기도 언급했다.
조카와의 에피소드는 이날 '말 콘서트'의 백미. 작가출신 다운 이야기 구성은 감탄을 자아냈다. 그는 "조카에게 받아쓰기 과외를 해줬다. 그런데 조카가 많이 틀리더라"고 입을 열며 "조카가 '빨래'를 '발'이라고 썼는데 그게 아니라 '종북 좌파 빨갱이'할 때 '빨'이라고 알려줬다. '그런대'는 '대'가 아니고 '데'인데 '성공한 쿠데타는 쿠데타가 아니다'할 때 쓰는 '데'라고 알려줬다. '경제개발 5개년'할 때 '개'는 '계엄령'할 때 '계'가 아니고 개헌할 때 '개'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이어 유병재는 "'동생이 언니한테 일해라 절해라 하면 안 된다', 이건 맞다고 알려줬다. 일도 하고 절도 했으니까"라고 비꼬며 웃음을 자아냈다.
유병재는 또한 "조카가 공부는 왜 열심히 해야 돼냐'고 묻더라. 그래서 난 '좋은 대학 들어가려고'라고 답했다"라며 "그런데 또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면 뭐하냐고 물어 좋은 회사를 갈 수 있다고 말했고 질문이 꼬리를 물어 좋은 회사를 가면 좋은 동네에 살 수 있다고, 좋은 동네에 살면 좋은 친구를 사귈 수 있고 그런 친구를 사귀면 연설문을 직접 안 써도 된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수위를 절묘하게 오고가며 자신이 하고 싶은 말과, 국민이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낸 유병재. 걱정이 된 쪽은 관객들이었다. 관객중 한명은 "고소가 두렵지 않나"라고 물었고, 유병재는 "오늘만 살자는 주의다. 사람은 진짜 파리 목숨이나 마찬가지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특히 더 그렇다. 그래서 하루하루 충실히 하고 싶은 거 하고, 얘기하면서 살자는 개똥 신념을 갖고 있다"며 "나는 이미 원하는 건 다 이뤘다. 꿈이 원래 작아서 그렇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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