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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박현택 기자] 게스트는 신선한 재료다. 4MC는 그들을 요리한다. 제작진은 요리를 그릇에 담는다.
적지 않은 힘을 보태고 있지만, 방송 500회를 맞이한 '라디오스타'의 주인공은 역시 스타들 또는 PD들이다. 좁은 책상 위에서 컴퓨터와 씨름하며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면서도, 내심 서운한점도 있다며 웃는 '라스' CG팀과 만났다. 팀장을 비롯한 CG팀 4인과 조연출이 포진한 연출팀 3인 사이에서 진행된 인터뷰. '구현하는 이'와 '의뢰하는 이' 사이의 정겨운 긴장감까지 흘렀던 현장을 조명한다.
- CG팀의 일주일이 궁금합니다.
(김윤집PD) 연출팀은 수요일에 녹화를 해서, 목·금에 편집을 하고, 주말 회의를 거쳐서 월요일에 CG팀에 의뢰를 하는 프로세스 입니다. 빡빡하죠.
- 10명의 CG팀. 일의 분담은 어떻게 하시나요.
(류재원 CG팀장) 편집본이 도착하면 CG 작업 분담이 굉장히 신속하죠. 마치 경매를 하듯 일이 나눠 져요. (웃음)
(CG팀 김보라) PD님들이 주신 의뢰지 수에 따라서 n분의 1로 작업을 나누죠. 대신 공정하게 복불복으로 사다리를 탑니다. 사다리 어플을 이용하죠. (웃음) 만약에 운이 없으면 혼자서 엄청 어려운 작업을 다 해야 해요.
(류재원 CG팀장) (웃음) 그래서 만약 사다리를 탔는데, 굉장히 깐깐한 PD님에게 걸리는 디자이너는 굉장히 낙담해요.(웃음)
(CG팀 보라) 누구라고는 말씀 못하겠지만, 엄청 꼼꼼하게 보시는 분도 있고, '이 정도면 됐다'하고 만족해주시는 분도 있거든요. 오래 하다 보면 성향을 다 알게 되죠. 그래도, 일이 너무 한명에게 몰리면 도와주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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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원 CG팀장) 기본적으로는 그때그때 직접 다 제작하고 있어요. 매달 작업한 것을 라이브러리화해서 저장을 해두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부분은 상황에 맞춰서 새로 만들죠.
- 가장 많이 쓰게 되는 CG가 무엇인가요.
(류재원 CG팀장) 깜짝 놀랄 때 폭탄이 터지거나, 암울하게 비가 오는 CG는 익숙하실 거에요. 코스튬 중에는 유치원 복장 도 많이 쓰게 되더라고요.
- MC에 특화되서 자주 쓰는 CG도 있을 법해요.
(CG팀 김보라)아무래도 김구라 씨는 화를 많이 내시니까 (웃음) '화'에 관련된 CG가 많이 쓰이고, 윤종신 씨는 '까불까불'하시는 편이라서 그것과 관련된 CG가 늘어나요.
- 혹시 연출팀에서 의뢰를 해도, CG팀에서 '거부'를 하는 경우도 있나요.
(CG팀 김보라) 아무래도 PD님들의 상상력을 따라가기 힘들 때가 있죠.(웃음) 그래서 피디님들이 대략의 스토리보드를 짜 오시는게 중요해요. 최대한 비슷한 레퍼런스를 가지고 오시거나 예전 작업을 찾아서 오시는 편이에요.
(류재원 CG팀장) 그래서 사실 디자이너의 컨디션에 따라서 결과물이 들쑥날쑥 하기도 한것이 사실입니다. 기분이 좋으면, 작업도 재밌게 하는데, 쓸데없는 CG가 많거나, '이게 재밌을까'라는 생각이 들면, 작업도 더뎌지죠.
- 가장 맘에 들었던 CG를 꼽아주신다면.
(CG팀 김지수) 애착이 가는 CG가 너무 많아서요. 최근에는 양세찬 씨 치즈버거가 생각나요. 다 같이 웃었죠
(CG팀 김보라) 사실 CG팀은 연출팀의 의뢰를 받고 그것을 구현하고 제작하는 입장이니까, 어떤때는 (피디님이)말도 안되는 상상력을 가지고 오셔서 만들어달라고 하시면 '이건 안되겠습니다'라고 해요. 이를테면 '출연자에게 가발을 씌운 후, 360도 회전을 시켜달라'같은 말씀이죠. 정말 어려운 작업인데, 막상 제작해보면 저희도 웃겨서 빵터지곤 해요. '이건 내가봐도 대단해'라고 생각했죠. 하하. 최근 화제된 테트리스 CG도 피디님들께서 "좀 쌓아주세요"라고 하셨는데, 처음엔 굉장히 당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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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팀 김보라) 거의 모르죠. 혼자 튀게 작업을 하면 잘못된 작업이거든요. 누군가 엄청 잘 그려도 안되고, 엄청 못 그려도 안되고, 중간을 맞춰야 해요.
(류재원 CG팀장) 아무래도 여러명이 조각조각 나눠서 일을 하다보니, 예를들면 '라스'에서는 잘 안쓰던 컬러를 혼자 쓰면 안된다거나, 서로 튀지 않게 맞추는 것도 중요하죠.
- 500회 정도 하시다 보면, 반대로 의뢰를 받으신 것 이상으로 열정을 불태우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류재원 CG팀장 ) 마음은 그런데, 사실 상당히 촉박하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 없을 때가 많아요.
(김윤집 PD) 하지만 연출팀인 저희가 느끼기에는 분명히 PD들이 원했던 것 이상으로 CG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감사하죠.
- 기술적으로 특히 어려운 CG는 무엇일까요.
(류재원 CG팀장) 기술적으로 특별히 어렵다기 보다는 품이 많이 가는 작업이 있죠. 하하
(CG팀 최가은) 가끔씩 누끼(사물이나 인물의 가장 자리를 잘라내는 것)따 달라고 하실때. 심지어 출연자가 춤을 추고 있으면 프레임마다 다 따야 하거든요. 1초에 30프레임이니까,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리죠.
(CG팀 김지수) 인물에 옷을 입혀야 하는데, 움직이고 있으면 관절별로 다 따로 작업을 해야 하거든요. 아주 어려운 편이죠.
(CG팀 김보라) 김구라씨 같은 경우는 사실 움직임이 거의 없으시기 때문에 (웃음) 옷을 입히기가 편하고, 쉽죠. 그래서 김구라씨가 너무 좋아요. (웃음) 리액션이 많고 신체적인 움직임이 많은 윤종신의 경우엔 가장 어렵죠.
- MC별 CG 특징이 재밌군요.
(CG팀 김보라) (웃음) 김국진 씨는 최근 열애 사실을 공개하셨기 때문에 '볼 발그레' 같은 CG가 많이 쓰이는 편이고, 규현씨는 CG가 거의 없어요. 아무래도 아이돌이기 때문에 이를테면 야한 이야기가 나와도 규현 씨에게는 반응(CG)을 주지 않는거죠. 잘 안쓰시더라고요. 규현 씨를 아껴준다는 느낌이랄까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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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집 PD) 그런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만약 MC나 게스트에게 해가 될 정도의 CG를 입힌 것이라면, 저희 입장에서도 프로그램을 망치는 행위인 셈이니까, 조심하고 있습니다.
- 반대로 너무 재밌었어요 라고 피드백 해주는 분들이 있었나요.
(CG팀 김보라) 직접적으로 저희에게 말씀주신다기 보다, 방송 중에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윤종신씨는 예를들어 게스트에게 독수리춤을 한번 춰보라고 한 다음에 "마음 놓고 춰 보세요, CG로 다 살려드려요"라고 하시죠. 그렇게 편하게 말씀 하실 땐 사실 화가 좀 나요. (웃음) 농담이지만 출연료를 조금 나눠 받고 싶다니까요.
(김윤집 PD) 예전에 김국진씨와 한 게스트가 가상으로 탁구를 치는 모습이 있었어요. 그때 윤종신씨가 "CG팀 숙제 생겼네"라고 말을 하셨죠. 그런 말까지 나왔는데 작업을 안할 수 없죠. (웃음)
- 타 예능에 비해 CG에 들이는 시간이 길듯합니다.
(CG팀 김보라) 우스갯소리로, ''라스' CG할때는 화장실도 안간다'는 말을 해요. 다른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한가지 작업을 하면 쉬기도 하는데, '라스'는 쉬는 시간 없이 집중하지 않으면 버거워요.
(류재원 CG팀장) 한 주의 작업이 끝나고나면 거의 다들 녹초가 되어서 퇴근하곤 해요. (웃음)
(김윤집 PD) 새겨듣고 있습니다. 하하, 그런데 연출팀에서도 일주일 중 하루는 꼬박 CG에 매달립니다. 기존의 것을 쓴다던 가, 아이디어 회의를 해서 새로운 것들을 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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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팀 김보라) CG팀이 원하는것은 움직임이 적은 분이죠. 하하. 말을 재밌게 잘 하시지만, 리액션이나 몸동작은 적으신 분이요. 그래서 춤 잘 추시는 분이 제일 싫어요.
(CG팀 최가은) 한번은 마임을 잘 하시는 분이 출연했는데, 매우 힘들었어요.최근에는 배우 이준혁씨. 늑대인간 CG를 하느라 엄청 힘들었습니다.
(류재원 CG팀장) 탁재훈씨 사과 CG 같은 경우는 한프레임씩 따로 오려야 하거든요. 한분이 그 작업 하는데 하루를 꼬박 보내기도 하죠. 인공지능이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CG팀 김보라) 1초에 30 프레임이니까 2초면 60장을 한장 한장 오려야 하는 것 이니까요. 그런데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작업은 힘들어져요. 더 자세하게 해야 하고, 범위가 넓어지는 것 이니까요.
- 기사 댓글 보면서 CG 관련 악플로 맘 상했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CG팀 김보라) '라스' 같은 경우는 CG를 두고 욕먹는 것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저희도 기사가 나거나 하면 서로 공유해줘요. '네가 작업한 거 기사 났어', 같은 식으로요. 서로 잘했다고 칭찬도 해주곤 하죠.
- '라스'CG팀으로서 가장 보람찬 순간이 언제인가요.
(류재원 CG팀장) 사실 보통은 짜증날 때가 많은데, 그러다가도 아내가 짧은 영상을 메신저로 보내주면서 '이거 웃겼어'라고 해주면 기분 좋고, 힘이 나죠."
ran613@sportschosun.com, ssalek@, 사진=정재근 기자 c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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