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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 중심의 지역 연고제, 신인 드래프트, FA 시장 도입, 샐러리 캡 개념 도입. 블리즈컨 2016 현장에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오버워치 리그'에 도입하겠다고 말한 개념들이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이러한 계획은 시장을 개척의 측면에서 스포츠 시장과 e스포츠 시장 사이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벽'을 깨겠다는 도전으로 보인다. 현재와 같은 e스포츠 형태가 고착화 되면, e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나 기존 스포츠팬들을 e스포츠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사업적 관점의 결정일 수 있다.
마이크 모하임 대표가 말한 오버워치 리그에 도입될 여러 개념 중 가장 인상적이고 핵심적인 부분이라면 지역연고제 도입이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팀을 구성하고, 이들 팀이 자신들이 위치한 지역을 기반으로 팬 문화를 만들어서 이를 기반으로 리그를 부흥시키는 것이 지역연고제의 개념이다.
같은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의 소속감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여 팬을 확보하겠다는 이 전략은 대부분의 프로스포츠에서 택하고 있다. 지역에 대한 애착을 구단에 대한 애착으로 이어올 수도 있고, 각 지역마다 갖고 있는 라이벌 의식을 자연스럽게 경기에 녹여내어 열기를 고조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경기 플레이스타일을 제외하면 각 팀 사이의 차이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현재 e스포츠 리그와는 달리 지역연고제가 도입되면 각 팀의 개성이 드러날 수 있다. 다른 지역 연고팀이라도 이런 특징에 이끌려 해당 팀을 응원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마케팅 측면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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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문제는 관람 환경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즉, 경기장을 어떤 식으로 구축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지역연고제 기반의 리그는 홈경기와 원정 경기로 나뉘어 리그 일정이 정해진다. 원정에서는 그저 그런 팀이 홈에서는 경기력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프로스포츠에서 연고지 팬들의 응원은 상당한 변수가 된다. 이러한 응원을 이끌어내고 관중들에게 현장감을 주기 위해서는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은 필수다.
경기장을 각 지역에 하나씩 만들어도 문제가 생긴다. 선수들을 매 경기가 진행될 때마다 한 자리에 모아서 경기를 치르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한 경기장에 모이지 않고 팀 숙소나 경기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경기장에서는 중계만 하는 방식이라면, 이는 '경기 직관'이 아닌 '단체 관람'으로 인식될 여지가 크다. 기존 e스포츠 팬들에게는 유효할지도 모르지만, e스포츠에 관심이 없는 이들을 경기장으로 이끌고 e스포츠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기에는 부족하다.
현실적인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여전히 블리자드의 오버워치 리그 계획은 무척이나 흥미로운 발상이다. e스포츠팬들은 부정하겠지만, e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이들에게 e스포츠는 정규 스포츠 리그라기보다 '정기적으로 열리는 게임 대회'의 느낌이 더 강하다. e스포츠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지역연고제를 도입하겠다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아이러니하게도 지역연고제를 도입하려면 e스포츠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e스포츠 시장에 대한 새로운 계획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과연 이들의 계획이 어떤 성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방식이 e스포츠의 새로운 가이드라인이 될 것인지. 아니면 '신선한 발상'에 그치고 말 것인지. 모든 것은 오버워치 리그가 시작된 이후에나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인사이트 김한준 기자 endoflife81@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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