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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배우 임수향의 도전이 아름답다.
애초 박신애 캐릭터는 배우 오지은이 맡았던 역할이지만, 오지은이 촬영 도중 부상을 당해 부득이하게 하차를 결정하게 되면서 임수향이 대신 투입된 것이다. 사실 배우 입장에서 대리 출전이라는 것이 보통 부담스러운 일은 아니다. 앞선 배우가 구축해왔던 캐릭터를 똑같이 따라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배우마다 캐릭터 및 작품 해석법이 다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없다. 다른 연기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데 똑같은 인물이 갑자기 얼굴이 바뀌어 나타난다는 괴리감까지 채워줘야 한다. 어떻게 봐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임수향은 이런 부담감을 말끔히 털어낸 듯한 모양새다. 8일 방송된 '불어라 미풍아'에서 그는 앞에서는 순진한 척 하지만 음흉한 속마음을 숨기고 있는 극한 여우 박신애 캐릭터를 실감나게 그려냈다. 박신애는 조희동(한주완)을 집으로 불러 함께 저녁을 먹고 산책도 했다. 분위기를 탄 조희동은 박신애에게 키스하려 했으나 키스 직전 화들짝 놀라 달아났다. 이때 박신애의 속마음이 드러났다. 조희동 앞에서는 세상 조신한 여성인 척 했던 그였지만, 키스조차 하지 못하는 조희동의 소심함을 한심해했다. 또 조희동이 사는 집 앞까지 미행한 뒤 "이 집에 꼭 들어가고 말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날 방송된 '불어라 미풍아'는 11.6%(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일 방송분(11.1%)보다 0.5% 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임수향의 대타 투입이 무리수는 아니었다는 방증이다.
과연 '불어라 미풍아'는 악재를 딛고 일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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