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수목극 '공항가는 길'은 어떻게 불륜 논란에서 벗어났을까.
'공항가는 길'은 인생 제2의 사춘기를 맞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자와 자식이 있는 기혼남녀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 때문에 방송 전부터 '불륜 미화극', 혹은 '불륜 조장극'이라는 등의 쓴소리가 나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나니 사정이 달라졌다. 배우자가 아닌 남에게 위로를 얻을 수밖에 없었던 캐릭터들의 속사정이 현실적으로 그려지며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주연을 맡은 김하늘과 이상윤은 끌리면 안되지만 본능적으로 마음을 주게 되는 두 남녀의 심리 상태를 아슬아슬하고 조심스럽게 그려내며 시청자들을 무장해제 시켰다. 덕분에 드라마는 초반 논란을 딛고 '웰메이드 정통 멜로', '현실적인 공감 멜로'라는 평을 얻으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방송과 동시에 수목극 2위에 안착했을 정도.
불륜은 사회적, 도덕적으로 무척 민감한 소재인데도 너무나 수월하게 논란을 빗겨간 것이다. 과연 그 비결은 뭘까.
5일 오후 경기도 파주의 모처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상윤은 "대본과 그 대본을 멋지게 살려주시는 감독님 덕분"이라고, 김하늘은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이걸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배우들이 그 느낌을 잘 살렸다. 배우들과 감독님. 그 삼박자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신성록은 "우리도 드라마를 한 경험이 많은 배우들과 감독님이기 때문에 뻔한 드라마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뻔하거나 막장 극한 요소를 첨가하지 않아도 현실 공감적인 연기를 한다면 분명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다.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소재 때문에 우려하신 분들도 있었는데 현실적이고 공감 가능한 부분에 대한 좋은 평가가 나왔다"고 밝혔다.
배우들과 제작진의 조심스러운 태도도 논란을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됐다. 소재 자체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세심한 디테일까지 고민해가며 신중하게 캐릭터와 이야기에 접근한 것이다.
김하늘은 "수아만의 행복을 생각하는 건 이기적이다. 본인이 행복해지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지지 않을지 생각한다. 처음엔 수아와 도우가 잘되면 안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연기하다보니 수아의 감정을 따라가게 됐다. 내 감정이 더 커졌다. 결말을 지금 생각한다는 게 두렵고 어렵다. 어느 쪽이든 두렵고 어려운 것 같다. 후반에 가야 어떤 식으로든 바람이 생길 것 같다"고 전했다.
이상윤은 "드라마 색고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 개인적으로는 김하늘과 이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흘러가는 방향에 맞게 아름답게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공항가는 길'은 꽉 닫힌 작품이 아니다. 유연한 사고를 갖고 시청자들과 드라마를 조율해나갈 계획이다. 김철규PD는 "마지막 대본은 나도 아직 읽지 않았다. 드라마는 일단 시작되면 독립된 생명력을 갖고 자신만의 길을 가기 때문에 연출자나 작가가 그걸 다 컨트롤 할 수 없다. 시청자 반응이나 배우의 감정 등이 스스로 발전한다. 그래서 애초 그림과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대본은 완성됐지만 드라마 흐름과 관계 등을 지켜보며 결말을 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공항가는 길'은 인생 제2의 사춘기를 맞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봄날은 간다' 등 충무로에서 신선한 멜로로 주목받았던 이숙연 작가와 '응급남녀' 등을 연출한 김철규 감독이 의기투합 했다. 작품은 탄탄한 대본과 계절감을 살린 감성 연출, 김하늘과 이상윤 등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수목극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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