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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국제시장'으로 지난해 열린 제36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오달수. 무려 누적관객수 1억5470만명(2016년 9월 28일 기준)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천만요정' 오달수가 스포츠조선 '출장토크' 초대에 응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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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배선영·조지영 기자] 요정(妖精). 직역하자면 요사스러운 정령 혹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불가사의한 마력을 지닌 초자연적인 존재를 뜻하는 단어다. 피터팬에겐 팅커벨이, 해리포터에겐 도비란 요정이 존재하듯 충무로에는 배우 오달수(48)라는 작지만 큰(?) 요정이 존재하기에 언제나 든든하다.
흔히들 오달수를 언급할 때 습관처럼 '천만요정' '1억 누적 관객'이라는 말을 먼저 붙이게 된다. 특히 '요정'이란 낯선 단어는 '도둑들'(12, 최동훈 감독)을 기점으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흡수됐고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상징이 돼버린 것. 오달수와 요정, 너무 어울리지 않아 만나서는 안 될 두 단어가 이제는 마치 한 몸처럼 느껴진다.
오달수에게 '요정'이라는 애칭을 붙여준 이는 최동훈 감독이다. '도둑들'로 오달수와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된 최동훈 감독은 촬영장이건 아니건 언제나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그에게 좋은 인상을 가졌다는 것. 홍콩, 마카오에서의 촬영은 죽을 만큼 힘들었던 순간이지만 그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오달수 덕분이었다. 그때 최동훈 감독은 생각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게 힘든데 하늘에서 '오달수라도 지상에 내려와 사람들을 재밌게 해줘라'며 내려보낸 요정"이라고. 오달수에게 요정의 향기를 느낀 첫 번째 사람(?)이었다. 남다른 심미안을 가진 최동훈 감독을 통해 우리는 요정을 발견하게 됐다.
"'도둑들' 촬영을 한창 할 때였어요. 그때 홍콩이었던가? 마카오였던가? 굉장히 힘들어했는데 거기에서 최동훈 감독이 농담으로 '요정'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원래 재치가 상당한 감독이었는데 '요정'은 생각지도 못한 농담이었죠(웃음). 그 현장이 끝난 뒤에도 계속 절 요정이라 부르길래 '낯간지럽다'며 거부하기도 했어요. 별명치고는 너무 하잖아요. 하하. 그런데 이게 어느 순간부터 제 수식어가 됐고 운이 좋게 '천만'이라는 단어까지 붙으면서 대단한 애칭이 됐죠. '요정'으로 시작해 '천만요정'으로 업그레이드됐어요. 과거에 누군가 '천만요정'이라고 부르면 그게 정말 부끄럽더라고요. 그런데 요즘엔 '천만요정'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좋아요. 자꾸 듣다 보니 저도 내성이 생겼는지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애칭이더라고요. 하하. 오히려 안 불러주면 그게 또 서운해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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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암살'에서 영감 역을 맡은 오달수(왼쪽)와 최동훈 감독(오른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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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은 말 그대로 작지만 큰 파워를 지닌 이들을 위한 말이다. 그런 의미를 두고 봤을 때 국내에서 요정이란 단어가 가장 적절한 사람은 단언컨대 오달수다. 어떤 상황, 어떤 인물, 어떤 이야기 속에서도 관객을 일순간 무장해제 시키는 배우.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드는 그의 힘이 가히 요정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그래서 충무로의 많은 감독은 '요정' 오달수를 애타게 원하고 뜨겁게 사랑하는 중이다.
"관객을 릴렉스 하게 만드는 건 배우에겐 정말 큰 무기죠. 태어날 때부터 그런 능력을 갖추고 태어나면 좋겠지만 전 후천적인 노력으로 만든 것 같아요. 연기할 때 어깨에 힘 빼는데 10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웃음). 처음 연기할 때부터 '관객이 배우에게 무엇을 바랄까?'라는 생각을 가졌어요. 작품마다, 캐릭터마다 관객이 원하는 바가 다르잖아요. 예를 들어 '베테랑'(15, 류승완 감독)처럼 정의로운 형사가 될 수도 있고 '변호인'(13, 양우석 감독)처럼 소시민적인 인물이 될 수도 있고요. 영화가 2시간 내내 긴장감의 연속이면 관객도 힘들고 지쳐서 끝까지 볼 수 없어요. 그럴 때 저 같은 배우들이 튀어나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만들어 줘야 하죠. 그런 역할인데 어깨에 잔뜩 힘주고 연기하면 그건 제 몫을 못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최동훈 감독이 지어준 '요정'이라는 단어도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영화 전체를 쥐고 흔드는 게 아니라 쉼표 역할을 제대로 해줄 수 있는 그런 배우를 뜻하는 게 아닐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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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도둑들·7번방의 선물·변호인·국제시장·암살·베테랑' 속 오달수(왼쪽부터 시계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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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정진하겠다는 열 마디 입바른 소리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여주는 오달수. 이런 능수능란한 오달수를 향한 우려의 시각도 있다. 다작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 이미지 소모라는 것. 또한 매년 세 작품에서 많게는 넷, 다섯 작품까지 소화하는 그가 조금은 지쳐 보인다는 말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몇몇 영화인들은 "쉬엄쉬엄 나이를 생각할 때"라고 오달수의 건강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맞아요. 스스로 소모까지 느끼는 단계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똑같은 연기를, 똑같은 캐릭터를 보여주다 보면 관객도 지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 걱정과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저도 지난해부터 조금씩 변화를 주려고 해요. 일단 소모보다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힘이 들더라고요. 하하. 물리적인 건 어쩔 수 없나 봐요(웃음). 내년이면 제 나이 지천명(50)인데 언제까지 청춘처럼 일할 수 없으니까요. 체력적인 한계를 느끼고 있어서 요즘 비타민, 특히 홍삼을 챙겨 먹고 있어요. 요즘 고민이라기보다는 바람은 세월만큼 좀 더 깊어진 연기를 해보고 싶고, 가벼운 연기에서도 내공과 무게가 느껴지는 연기를 해보고 싶은 게 앞으로의 목표에요. 지금까지 제 연기 역사를 책임질 수 있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죠. 멜로 제안이요? 왕왕 있지만 제겐 너무 낯선 분아죠. 적어도 당분간은 멜로 장르는 힘들 것 같네요. 하하."
<[출장토크③]로 이어집니다>
sypova@sportschosun.com·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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