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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그야말로 '레이블' 전성시대다. 메이저 기획사와 인디 레이블의 교류, 단순한 협업에 머무는 게 아닌, 영리하게 서로의 장점만을 흡수하는 시스템의 형태로 또 다른 가요계 생태계를 낳고 있다.
본래 '레이블'이란 레코드업계에서 제작 브랜드명을 가리키는 용어로 인디 록, 힙합, 재즈 등 장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확보해 그들의 개성을 살리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독립 음반기획사를 의미한다. 올해 대형 기획사들 사이 붐처럼 확산된 '레이블 체제'란 아티스트와 음반제작을 위한 전문화된 기업 형태로, 대형 엔터 기획사 성장가능성이 있는 독립레이블의 일정 지분을 사들이면서 투자를 통해 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체제를 일컫는다. 레이블 체제 아래 소속사는 기존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협업을 통해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다른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독립 레이블을 만들어주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정기고, 주영, 매드클라운 등 힙합 알앤비씬의 실력파 아티스트를 영입한 '스타쉽 엑스'란 레이블을 꾸려 성공을 거뒀고, YG는 소속 가수인 에픽하이 타블로에게 '하이그라운드'(HIGHGRND) 라는 레이블을 차려주며 인디신에서 가장 핫한 밴드라 불리는 혁오를 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YG의 핵심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은 블랙뮤직을 중심으로 하는 YG레이블의 또 다른 축이다. 또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산하 레이블인 로엔트리와 콜라보따리로 나눠 차별화된 시스템을 구축했고 '문화인'이라는 굵직한 인디 합동 레이블 회사를 내부에 설립했다. 개성강한 음악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상위기획사의 든든한 후원을 받는 상호 협력관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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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M은 CJ뮤직 외에도 젤리피쉬, 뮤직웍스, MMO, 하이라이트레코즈 등 장르별로 대형 레이블 체제를 확립했다. 또 박재범, 사이먼도미닉, 그레이 등이 소속된 AOMG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힙합 레이블 중 하나로 지난 1월 CJ E&M 음악부문이 AOMG의 지분을 인수, 전략적 제휴를 맺고 CJ E&M 음악부문의 인프라, 노하우를 지원받으며 더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들이 공통적으로 레이블체제를 구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기획사는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올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막강한 홍보 툴까지 갖췄지만 개성 있는 콘텐츠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수를 발굴하고 대중에 알리는 것은 기획사의 당연한 숙명이지만, 보다 완성도 있으면서도 리스크를 줄인 시스템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개성 있는 음악을 선보이는 인디씬 아티스트들에게 눈을 돌린 이유다. 이미 씬에서 안정적인 마니아 층을 갖춘 아티스트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영입 1순위. 이는 오버와 언더로 구분 짓는 시기가 이미 지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단한 팬덤과 음악성 마저 확보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새로운 시장이자 기회다.
엔터테인먼트 레이블 체제의 목표는 음악적으로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데에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성공한 모델로 자리잡은 만큼, 사례를 기반으로 기획사들 모두 먼 미래를 두고 장기적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모양새다. 본질적으로 경쟁력은 다양한 가능성과 시도에서 나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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