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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기회다②] 너도 나도 '레이블'..가요계 생태계가 변한다

박영웅 기자

기사입력 2016-09-23 15:44


YG더블랙레이블의 쿠시, 자이언티와 AOMG의 사이먼도미닉과 그레이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그야말로 '레이블' 전성시대다. 메이저 기획사와 인디 레이블의 교류, 단순한 협업에 머무는 게 아닌, 영리하게 서로의 장점만을 흡수하는 시스템의 형태로 또 다른 가요계 생태계를 낳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생태계가 레이블 체제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 케이팝 신드롬, 단발성으로 끝나는 이벤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대형 기획사들의 장기적 브랜드 이미징의 일환이다. 대중문화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끼칠 정도로 규모가 커져버린 업계가 그동안 케이팝 붐으로 글로벌 시장의 근간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그동안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롭고 막강한 콘텐츠 개발은 선택 아닌 필수. 다양한 장르 뮤지션의 발굴과 탄탄한 시스템 확립을 위한, 메이저와 인디신의 영리한 동거생활이 시작됐다.

본래 '레이블'이란 레코드업계에서 제작 브랜드명을 가리키는 용어로 인디 록, 힙합, 재즈 등 장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확보해 그들의 개성을 살리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독립 음반기획사를 의미한다. 올해 대형 기획사들 사이 붐처럼 확산된 '레이블 체제'란 아티스트와 음반제작을 위한 전문화된 기업 형태로, 대형 엔터 기획사 성장가능성이 있는 독립레이블의 일정 지분을 사들이면서 투자를 통해 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체제를 일컫는다. 레이블 체제 아래 소속사는 기존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협업을 통해 성장해 나갈 수 있다. 다른 회사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소속 아티스트들에게 독립 레이블을 만들어주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스타쉽 엔터테인먼트는 정기고, 주영, 매드클라운 등 힙합 알앤비씬의 실력파 아티스트를 영입한 '스타쉽 엑스'란 레이블을 꾸려 성공을 거뒀고, YG는 소속 가수인 에픽하이 타블로에게 '하이그라운드'(HIGHGRND) 라는 레이블을 차려주며 인디신에서 가장 핫한 밴드라 불리는 혁오를 영입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YG의 핵심 프로듀서 테디가 이끄는 더블랙레이블은 블랙뮤직을 중심으로 하는 YG레이블의 또 다른 축이다. 또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산하 레이블인 로엔트리와 콜라보따리로 나눠 차별화된 시스템을 구축했고 '문화인'이라는 굵직한 인디 합동 레이블 회사를 내부에 설립했다. 개성강한 음악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도 상위기획사의 든든한 후원을 받는 상호 협력관계인 셈이다.

가요계 대형기획사들은 올해를 사업확장 원년의 해로 삼고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힙합, 알앤비, 록 등 다양한 장르음악에 큰 관심을 갖고 전문적인 레이블 체제를 구축한 것은 이들의 공통적인 행보다.


SM의 EDM레이블 'ScreaM Records'
SM은 케이팝의 다양성을 부각시키고 세계화시키기 위한 인디 레이블 '발전소'에 지분투자를 하며 글로벌 유통과 마케팅, 부가사업 등에서 굳건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또 SM이 EDM 장르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레이블 'ScreaM Records' 설립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1월 개최된 프레젠테이션 쇼 'SMTOWN: New Culture Technology, 2016'에서 이수만 프로듀서가 발표한 2016년 SM 신규 프로젝트 중 하나로, '보고 듣는 퍼포먼스'에서 '함께 즐기는 퍼포먼스'로 확장하고 음악적 다변화를 꾀하고자 론칭한 것이다. 국내외의 세계적인 EDM DJ, 프로듀서는 물론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해 좋은 음악을 선보이기 위한 레이블이다.

CJ E&M은 CJ뮤직 외에도 젤리피쉬, 뮤직웍스, MMO, 하이라이트레코즈 등 장르별로 대형 레이블 체제를 확립했다. 또 박재범, 사이먼도미닉, 그레이 등이 소속된 AOMG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힙합 레이블 중 하나로 지난 1월 CJ E&M 음악부문이 AOMG의 지분을 인수, 전략적 제휴를 맺고 CJ E&M 음악부문의 인프라, 노하우를 지원받으며 더욱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대형 기획사들이 공통적으로 레이블체제를 구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형기획사는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올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막강한 홍보 툴까지 갖췄지만 개성 있는 콘텐츠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수를 발굴하고 대중에 알리는 것은 기획사의 당연한 숙명이지만, 보다 완성도 있으면서도 리스크를 줄인 시스템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개성 있는 음악을 선보이는 인디씬 아티스트들에게 눈을 돌린 이유다. 이미 씬에서 안정적인 마니아 층을 갖춘 아티스트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영입 1순위. 이는 오버와 언더로 구분 짓는 시기가 이미 지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단단한 팬덤과 음악성 마저 확보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새로운 시장이자 기회다.

엔터테인먼트 레이블 체제의 목표는 음악적으로 자율성을 보장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데에 있다. 이미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는 성공한 모델로 자리잡은 만큼, 사례를 기반으로 기획사들 모두 먼 미래를 두고 장기적 시스템을 구축해가는 모양새다. 본질적으로 경쟁력은 다양한 가능성과 시도에서 나오는 법이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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