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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 '우리갑순이' 송재림, '국민밉상' 전락하나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9-12 10:00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남자주인공이 탄생했다.

바로 SBS 주말극 '우리 갑순이'의 송재림이다. '우리 갑순이'는 흙수저 세대의 연애와 결혼을 다룬 작품이다. 송재림은 극중 홀어머니 밑에서 공시를 준비하는 전형적인 흙수저 허갑돌 역을 맡았다. 이 허갑돌 캐릭터는 이제까지의 드라마에서 절대 찾아볼 수 없었던 유형의 남자주인공이라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일단 허갑돌을 '발암캐릭터'라 칭하며 답답한 마음을 부여잡는 반응이 많다. 드라마에서 그리는 허갑돌은 단언컨대 찌질하고 한심하다. 허갑돌은 신갑순(김소은)과 10년째 교제하던 중 예상치 못했던 임신으로 동거를 시작하게 됐다. 그러나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없다. 경제 활동과 집안 살림을 모두 임신 중인 신갑순에게 미뤄둔채 여전히 싱글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신갑순은 홀몸이 아님에도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생계를 책임지고 있지만, 그에 대한 미안함도 모르고 여자 친구들을 만나고 다닌다. 이를 알게된 신갑순은 분노하지만 오히려 그를 의부증 환자 취급하며 적반하장으로 나온다.

생활 패턴은 더 기가 막힌다. 허갑돌은 공시생이다. 하지만 공부는 뒷전이다. 여전히 게임과 음주가무에 빠져있다. 말로는 시험에 합격한 뒤 신갑순과의 동거 사실을 알리고 정식으로 결혼하겠다고 하지만, 정작 시험 합격을 위해 그가 하는 일은 합격 기원 뿐이다.

대부분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가진 것은 없더라도 성실한 생활 패턴과 여자주인공을 끔찍히 사랑하고 아끼는 로맨티스트적 면모를 갖춘 것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는 설정이다. 이대로라면 인생 성공 확률은 제로에 가깝고, 신갑순만 인생 종착역에 서게 될 것이 뻔하다. 답답한 현실 세계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는 현실보다 더 답답한 남녀주인공의 모습이 달가울리 없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허갑돌의 모습은 현실과 상당히 맞닿아있다. 허갑돌은 갑자기 생긴 아내와 아이의 존재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는 있지만, 그 무게감에 짓눌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신갑순을 사랑하지 않아서 못난 짓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해 삐딱선을 타고 있다는 얘기다. 직업도 재산도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속도위반을 하게 됐을 경우, 일반적인 사람들이 보일 수 있는 반응이 바로 허갑돌과 같은 '현실회피'일 것이다. 주변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캐릭터의 행동이기 때문에 시청자들도 두배로 짜증을 느끼는 것이다.

어쨌든 송재림의 허갑돌 캐릭터는 시청자들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힌 모양새다. 철없고 개념없는 그의 행동에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고, 이는 '우리 갑순이'의 시청률 저조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반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기적이고 생각 없는 캐릭터의 성장기는 문영남 작가의 단골 소재다. '소문난 칠공주'의 나미칠, '왕가네 식구들'의 왕수박 등 문영남 작가의 작품에서는 항상 황당스러울 정도로 뇌가 청순한 캐릭터들이 등장했고, 이들은 시청자의 짜증을 유발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극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인간'으로 각성하기 시작했다. 허갑돌 캐릭터 역시 이런 역대 밉상 캐릭터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해볼 만하다.


이날 방송된 '우리 갑순이'는 6.4%(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 지상파 3사 주말극 중 유일하게 시청률이 하락했다. KBS2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30%선을 돌파했고, MBC '불어라 미풍아'는 13.6%, '옥중화'는 21.3%, SBS '끝에서 두번째 사랑'은 9%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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