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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③]김준호 코미디를 완성하는 3M "멘탈, 맨몸, 맨(MEN)~"

전혜진 기자

기사입력 2016-08-18 13:30


개그맨 김준호가 대뜸 들이댄 출장토크 초대장에 놀란 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놀란 모습도 웃긴 그는 천생 개그맨이었다. 사진=셀럽스픽 이새 기자
[스포츠조선 전혜진 기자] 주말을 지키는 남자, 김준호를 만났습니다.

가족들이 오손도손 둘러앉은 주말 저녁, KBS2 '개그 콘서트'의 마지막 코너가 끝나면 혹은 '1박 2일'의 다음 화 예고가 뜰 때면 그때 들리는 엔딩 사운드로 '아 주말이 끝나가고 있구나'를 제대로 실감합니다. 주말의 끝을 지키는 두 프로그램 사이엔 하나의 공통점이 있으니, 바로 개그맨 김준호라 할 수 있겠죠.

이처럼 콩트와 야생 버라이어티를 넘나들며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김준호를 위해 직접 현장으로 출동했습니다. 출동한 날 역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김준호는 4년간 집행위원장 자리를 맡아온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위해 부산에 있다 '비정상회담' 녹화를 위해 갓 상경한 상태였습니다.

기자들은 그때를 틈타 대기실을 습격했습니다. 습격도 모자라 김준호에게 '김준호 코미디 고사'를 대뜸 내밀었습니다. 한 땀 한 땀 김준호의 개그감과 그의 개그 발자취를 짚어보기 위해 만들어진 엄선된 문항이자나~자나. 피곤한 상태에도 눈을 빛내며 재기발랄하게 한문제씩 센스있게 풀어나가는 김준호를 보니 그는 천생 코미디언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1번 문항] 시선 강탈하는 첫번째 문제, 소녀부터 할아버지까지 인간계는 물론 동물계까지 분장 마스터한 김준호를 위한 문제입니다. '개콘 시조새'답게 어떠한 분장이라도 그에게 붙으면 그 캐릭터는 그대로 살아 숨 쉽니다. 문항 보기를 만들면서도 쏟아지는 분장 퍼레이드에 웃음을 참느라 애썼을 정도죠. 김준호에게 '실제 이런 모습으로 살아도 괜찮겠다' 싶은 분장을 골라 달라고 했더니 ④번 보기 '김장군'을 골랐습니다.

"장군~ 멋있잖아요. '개그콘서트' 코너 하류인생, 씁쓸한 인생 다 이런 느낌이에요. 멋있는 남자들, 마초 같은 남자들이 우스운 얘기하고, 실수하고 이런게 너무 재밌거든. 그래서 그런 걸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뭔가 무게감있어 보일 때 후배들이 무시하고 조롱하고, 왕인데 뺨도 맞고(웃음) 이렇게 전형적인 것들을 깨뜨리는 게 재밌잖아요."


[2번 문항] 김준호는 어느덧 20년 차 개그맨입니다. 그의 오랜 예능 인생에선 당황스러웠던 순간이 있었기 마련인데요. 그 순간들을 압축해 문제로 출제했습니다. 김준호는 ②번 보기인 '카지노 미션이 발표되자 멤버들이 다 나만 쳐다봤을 때'를 골랐습니다. 눈치보는듯 또 센스있게요. 심지어 그는 KBS2 '해피선데이-1박 2일' 카지노 게임에서 돈을 모두 탕진하는 '프로돈잃러'로 등극하며 웃픈 상황을 연출해 큰 웃음을 안겼죠.

"얼마 전 '1박 2일'에서 저를 위한(?) 카지노 미션이 발표됐을 때 멤버들이 다 저만 쳐다봤어요. 카지노는 항상 당혹스럽...(하하) 사실 과자 종류 중 'OO칩' 이런 걸 들어도 뜨끔해요. 괜히 귀가 빨개지기도 하고 하하. 어우 사실 '예능계의 블루칩' 이런 거도 싫어해요."


KBS2 '개그 콘서트' 방송화면

[3번 문항] 3번 문항은 단연 '개콘 시조새'를 위한 문제입니다. 100회가 넘는 코너, 개그콘서트의 처음부터 함께해온 김준호는 뿜엔터, 진지록, 하류인생, 꺾기도 등 자식 같은 코너들 사이 가장 애정을 갖는 코너로 '감수성'을 골랐습니다. 고르자마자 어디선가 '따따따~따따따따따따'하는 배경음악이 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인상적이었던 코너죠.

"감수성은 개그 코드가 좋아요. '네놈의 3대를 멸하리라'라고 외치면 '형 아들 돌잔치에도 오셨잖아요. 귀엽다고 해놓고.. 죽이려고요?'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나봐' 이렇게 받아치는, 드라마나 영화 속 저런 장면들을 보면서 '저렇게 세게 이야기해도 실제 뒤에서 취소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에서 만든 코너죠. 개그 코드가 분명하고 정확했어요. 또 배경 음악이 됐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OST '상처만'도 그 이후에 많이 쓰이더라고요. "


그러나 보기에 없던 '집으로'가 원래 가장 애정하는 코너임을 직접 밝혔습니다. 김준호가 콩트 한것 들 중에 직접 대본도 짜고 가장 열심히 했던, 스스로도 즐거웠던 '복선 개그'였다면서요.


[4번 문항] 지금부터는 O,X 로 답하는 문제입니다. 김준호는 '코미디언의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있다'라는 문항에 거침없이 X를 그렸습니다. 그 이유로는 "코미디언은 누구든 다 만날 수 있어서 그리고 식당가면 서비스도 많이 주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후회한 적 한 번도 없어요. 너무 좋아요 코미디언. 예를들면 제가 거의 역대 청와대 행사 사회를 다 본 것 같아요. 보통 청와대에서는 애드립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하는데... 한번 봉사자 모임에서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자는?'이라고 분위기를 띄우려 했는데 경호원부터 다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기다리질 못하고 '자원봉사자!' 라고 외쳤었던 적이 있어요. 또 동계 올림픽 선수단 만찬 행사에서도 대통령께서 입장 할 때 '반갑자나~ ~'라고 해버렸죠. 근데 정말 분위기가... 다들 절 쳐다보면서 '왜저래?'하는 눈빛이었죠. 나대면 안 되는 거였는데..."


사진=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 방송화면
[5번 문항] 얼마전 김준호는 화제의 걸그룹 KBS2 '언니들의 슬램덩크'의 언니쓰의 'Shut up' 뮤직비디오에 출연해 화제가 됐습니다. 바람둥이 남친 역을 맡아 물따귀도 맞고 온갖 수모를 당한 김준호는 안방극장에 큰 웃음을 선사했죠. 김준호는 "정말 물 따귀 맞을지 모르고 갔다"며 당시 에피소드를 설명했습니다.

"진짜 (김)숙이가 민효린 남자친구 역할에 스킨십이 있다고 했어요. '나 진짜 배우가 아닌데 그런 게 있나' 싶어 갔더니 따귀에 쟁반도 맞고. 진짜 모르고 갔어요. 그날 아 정말 너무 기다렸어. 두, 세 시간이면 분명 끝났다고 했는데. 그래도 잘됐지. 잘돼서 너무 좋아요."

[7번 문항] 김준호를 가까이서 보고 있노라면 '잘생겼다'라는 말이 은근히 입가에 맴돌았습니다. 김준호 역시 '사실 패션과 스타일은 내 최대 관심사다'라는 문항에 당당하게 O를 그리며 잘생김 미소 뽐냈죠. 사실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트가 꽤 잘 어울리는 남자란걸 느낄 수 있었는데요.

"어느 순간 스타일에 신경 쓰기 시작했어요. 매일 맨몸으로 배도 까고 그러니까. 어디 뽐낼 수 있는 자리에서는 턱시도도 입자. 할리우드 코미디언들처럼 입어봐야겠다 싶었죠. 진짜 매일 점퍼 입고 어슬렁 돌아다니니까 없어보이더라고(웃음) 그래서 포인트를 줘야 겠다 싶어서 스타일리스트에게 부탁하고 그랬죠."


[8번 문제] 이 놀라운 라임(?)을 한번 보세요. 김준호의 개그감을 완성하는 3대 요소를 묻는 문제에 '멘탈, 맨몸, 맨(MEN)'을 꼽으며 놀라운 센스를 자랑했습니다. '맨'자 돌림이라며 스스로도 적으면서 놀라웠다고 으쓱하는 김준호, 역시 코미디언은 코미디언입니다.

"코미디를 완성할려면 멘탈에 여유가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급하면 농담도 재미가 없잖아요. 버라이어티에 나가면 쫄게 되어있어요. 남자들이 특히 예쁜 여자들 앞에서 제대로 매력발휘 못하는 것 처럼요. 근데 사실 예쁜 여자들은 이미 말도 놓고 재밌길 원하는데... 그래서 종민이가 안 웃긴 거에요(웃음). 난 내려놨지. '1박 2일' 한효주씨가 게스트로 나왔을 당시에도 그런 마인드로 했어요. 그리고 또 하나의 요소는 제가 '1박 2일'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맨몸. 배까고 급하면 벗고 이런거죠. 마지막은 맨이이에요. 혼자서 웃기는 건 쉽지 않고, 주위에 맨들이 있어야죠. 코미디는 둘이 호흡하면서 해야지 혼자 하긴 힘들어요. 으아 짜면서도 소름 끼쳤다. 맨라인~"


[10번 문항] 마지막은 평소 후배사랑으로 유명한 김준호에게 위협이 되는 후배를 꼽아달라는 묻는 문제입니다. 위협이 되는 인물들을 꼽은 김준호였지만, 그 내면에 후배들을 챙기는 따뜻함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문항이었습니다. 김준호는 후배 개그맨 박영진, 문규박, 서태훈을 꼽았네요.

"예능에 안나왔는데 얘네들 정말 잘하거든. 약간 옛날 개콘 버전 같이 말을 잘해요. 근데 그 경계선을 아직 못넘고 있어요. 잘될거야 앞으로. 얘기해보면 평상시에 정말 웃긴데, 아직 기회가 안온거지."


gina1004@sportschosun.com , 사진=뉴미디어팀 이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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