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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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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범상치 않은 음악들이 소리 없이 음원차트에 침투하고 있다.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아이돌 열풍 속에서도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은 북적거렸고, 하나 둘씩 입소문을 타더니 급기야 TV, 라디오, 페스티벌 등에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며 대중 속 깊히 파고들고 있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들만의 리그'는 금세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이제 인디신의 장르음악은 아이돌 대형기획사들도 탐하는 '기회의 땅'으로 통한다. 소리 없이 강한 뮤지션들이 히트 작곡가와 아이돌 중심으로 재편된 가요계 판도 변화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음원차트에는 낯선 이름이 하나 눈에 띈다. 그저 한껏 힘을 빼고 편하게 노래한 러브송 한 곡이 대중의 관심을 샀다. 지난 3일 공개된 3인조 인디그룹 스탠딩에그의 신곡 '여름밤에 우린'은 연일 차트 정상에 오르며 이변을 일으켰다. 그간 서정적인 음악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했던 그들은 결국 음원차트 1위에 올랐고 현재 막강한 아이돌 틈에서도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가요계는 "좋은 음악은 결국 통한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소박한 음악이다. 정적인 느낌에 호소하면서도 평범한 감성이 담겨 있는 노래, 소소한 일상에 따뜻한 정서가 녹아있는 노래가 뚜렷한 프로모션 한 번 없이 놀라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감성 노랫말과 편안한 멜로디, 어쿠스틱한 사운드, 호소력 있는 보컬 등 차근차근 팬덤을 쌓아온 스탠딩에그가 7년 활동 끝에 대중에 확실히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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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딩에그 '여름밤에 우린' 재킷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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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싱어송라이터 오왠은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신예 아티스트다. 음악에 대한 이론은 물론, 악보도 볼 줄 모른다는 오왠은 독보적인 허스키 음색과 청춘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음악으로 입소문을 탄 싱어송라이터다. 데뷔 전부터 힙스터들 사이에 '실력파'란 소문이 돌았고 홍대 클럽씬에서 공연 섭외가 줄을 잇고 있다. 뷰티풀민트라이프, 사운드베리페스타, 섬데이페스티벌 등 연이어 페스티벌 무대에 오르며 공연형 아티스트로 성장 중이다. 최근에는 실력있고 가능성 있는 신인을 선정하는 EBS '8월의 헬로루키'에 뽑히기도 했다.
오왠이란 낯선 이름이 주목받은 이유는 오로지 노래의 힘에 있다.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는 청춘을 위한 곡 오왠의 '오늘'은 화려한 기교나 미사여구 없이 편안한 매력이 돋보이는 노래.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위로하기 보다는 청춘의 복잡한 심리를 솔직하게, 그것도 편안하게 표현하며 음악팬들의 공감을 얻은 곡이다. 음악의 단골 소재인 사랑과 이별 노래가 아니더라도 상처받은 마음을 보듬어주는 곡이 본격적으로 소비되기 시작한 셈이다. 발매 직후에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공식 SNS에 "요즘 매일 듣는 노래"라며 추천곡으로 게재,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타와 건반을 연주하며 노래를 만드는 오왠은 코드나 악보를 볼 줄 모른다. 일상에서 문득 멜로디나 가사가 떠오르면 그걸 머릿속에서 담아 놓은 다음, 기타나 건반을 쳐보며 상상한 노래를 녹음해보며 만든다. 억지로 꾸미지 않은 자연스럽고 편안한 노래, 그 평범한 매력이 오히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한때 '신드롬'이라 불리던 인디씬 음악은 거품이 걷히고 이제 진지한 흐름으로 평가받고 있다. 페스티벌, 공연 등을 통해 문화가 활성화되고 마니아들의 취향은 곧 대중음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인디음악의 두터운 팬덤은 '그들만의 리그'를 넘어 가요계에 신선함을 안겨주고 있다. 인디신의 특별함 속 평범함, 그들이 기대되는 이유다.
hero1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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