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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토크②] 추자현 '열등감으로 주눅든 제2의 추자현에게…"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6-07-07 11:17


'대륙의 여신'답게 추자현은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우아한 포즈를 취해보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힘든 시절 자신을 지지해줬던 지인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는 한편 그들의 성공을 기원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김겨울·백지은·최보란 기자]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수많은 연예인이 중국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생갭다 중국은 어려운 시장이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는 물론 제작 시스템과 환경, 스태프, 팬덤 등 모든 게 다르다. 정말 간단한 숫자 게임만 해봐도 알 수 있다. 5000만 인구 중 스타가 탄생할 확률도 1% 미만이라고들 하는데, 13억 인구 중에서 스타가 될 확률은 도대체 얼마란 얘기일까. 얕보고 갔다가 큰 코 다쳐서 돌아오는 시장이 바로 중국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추자현은 도대체 왜, 어떻게 중국을 '기회의 땅'으로 만든 것일까.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궁금증은 풀려갔다. 처음엔 순정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이기적인 외모나 일반인 팔뚝으로 걸어다니는 듯 가녀린 몸매 때문인 줄 알았다. 하지만 비결은 따로 있었다.

일단 추자현은 연예인 티를 내지 않는다. 중국 데뷔부터 그랬다. 한류스타라는 타이틀을 내밀 수도 있었지만 모든 걸 버리고 신인의 마음으로 다시 돌아갔다. 우월의식이나 특혜없이 직접 오디션을 보고 맨몸으로 부딪혔다. "가장 힘들었던 게 의사소통이에요. 성격이 급한 편인데 통역을 거치지 않으면 하고 싶은 말은 커녕 소소한 수다조차 떨 수 없어요. 또 미팅을 하면 성격 급한 분들은 본인들 얘기만 하고 제 얘기는 기다려주지 않고 미팅을 끝내버리기도 해요. 그래서 현장에서 주먹구구식으로 중국어를 배웠어요. 상대방이 알아들을 때까지 그냥 막 얘기했어요. 그래도 다른 건 괜찮았어요. 예전에 '식사하셨어요'에서도 (김)수로 오빠가 '중국에서 외롭고 힘들었을 것 같다'고 해서 '한국에서 일이 없었을 때가 더 힘들었다'고 했어요. 말은 안 통해도 일은 많잖아요. 막연함에서 오는 공포가 있어요. 아마 다른 분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 하실걸요?"


성실성도 중요한 요소였다.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 임했다. 열정과 노력에 중국 현지 스태프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중국 연예계는 우리나라와 달리 시간계약제로 운영된다. 배우와 계약된 시간이 끝나면 촬영이 종료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마지막회 엔딩 장면을 찍지 못했다고 해도 주연 배우와 계약된 촬영 시간이 끝나면 제작진은 더이상 촬영을 강행할 권리가 없다. 해당 배우가 양해를 해준다면 촬영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엔딩씬을 마무리 짓지 못했더라도 촬영은 종료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추자현은 만족할 만한 컷을 얻을 때까지 끝까지 촬영에 임했다. 스스로는 이를 '이기적인 배우가 안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추자현의 베스트 프렌드(?)는 KBS2 화제작 '태양의 후예'와 영화 '옥자' 등을 만든 서우식 대표, 그리고 '런닝맨'과 '정글의 법칙'의 중국 성공을 이끈 SBS 김용재 글로벌 제작CP다. 제작자, PD와 친하다 보니 배우의 입장 뿐 아니라 제작진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됐다고.

"저는 한 컷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신기해했지만 저는 '이 드라마는 시청률 1등 할거니까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제작자, PD와 가장 친하다 보니 그 입장을 잘 알기도 하고요. 심지어 한국 배우 추자현을 찾아와줬는데 피곤하다거나 기분이 안 좋다고 추가 촬영을 안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땐 '한국 배우라 모른다'고 무시했는데 실제 시청률로 입증이 되니까 무시하지 않더라고요. 이젠 어린 친구들이 저한테 와서 연기에 대해 물어보기도 해요. 저는 중국 정서나 시스템에 대해 많이 배우고요. 시스템에 대한 노하우도 좀 생긴 것 같아요. 중국 제작자분들도 '추자현은 기회를 소중하게 여긴다'고 하시더라고요."

인간적인 매력은 어디에서나 통하는 마법의 주문인 것 같다. 톱스타 갑질은 커녕 인간적으로 스태프와 팬들을 대하는 추자현의 모습에 중국인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다. SBS 스페셜 '중국, 부의 비밀' 추자현편을 보면 무슨 얘기인지 아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당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추자현이 현장 스태프를 위해 맨얼굴로 음식을 하는 모습이었다. 여배우가 민낯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다 직접 현장 스태프를 위해 직접 도시락을 만드는 톱스타의 모습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그림이기 때문이다.

"물론 배우는 화면에 멋지고 예쁘게 나와야 하니 현장에서 배려받는 부분이 많아요. 그런데 스태프는 땡볕에서 정말 고생 많아요. 중국 더운 건 상상도 못하실 거에요. 더워서 입맛은 없는데 밥을 안먹으면 힘이 없어서 촬영을 못해요. 그래서 제가 김밥을 싸기 시작했어요. 하나씩 입에 넣을 수 있겠다 싶어서 제작사에 냉장고를 설치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외지 호텔은 그렇게 엄격하지 않아서 취사를 허락해주거든요.저는 먹는 걸로 서러움은 주지 말자는 주의에요. 중국 스태프에게도 한국 반찬을 나눠주고 샌드위치도 싸주고…. 나를 보고 온 내 스태프인데 내가 안챙기면 서럽죠."


팬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그 넓은 땅에서 버스까지 대절해가며 자신을 보러오는 팬들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 소통하려 하는 편이다. "저는 여자팬이 더 많은 편이에요. 팬분들도 제 성격을 아셔서 촬영장에 오더라도 알아서 정리해주세요. 저도 정말 바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인 경우가 아니라면 팬분들 한분 한분 셀카를 찍어드려요. 팬분들도 김치, 식혜 같은 음식들을 해다 주시더라고요. 처음엔 솔직히 큰 기대는 안했는데 막상 먹어보니까 너무 맛있는 거예요." 다만 중국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터라 한국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커진다. "한국에 있을 땐 연기하기 바빠서 이런 걸 잘 몰랐어요. 한국에서 저를 좋아해주셨던 팬분들도 계셨는데 미안하죠. 좋은 작품이 있으면 빨리 한국에서도 활동을 해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한국 SNS도 시작하고 소통해볼까라는 생각도 하고요."


무엇보다 감사함을 안다는 것이 지금의 추자현을 있게 한 무기가 아닐까 싶다. 흔히 '뜨면 변한다'는 얘기가 있다. 올챙이 시절 자신을 도와줬던 사람들을 잊고 고자세로 돌변하는 이들은 지칭하는 얘기다. 하지만 추자현은 인기를 얻을수록 더욱 겸손해지려 노력했다.

"예전엔 제가 잘 안되니까 자격지심, 열등감 그런 게 있었어요. 이게 아니면 안되니까 의욕도 넘쳤고 여유가 없으니 계속 부러질 수밖에요. 중국에 가서 프로답지 못했던 제 모습에 대해 반성 많이 했어요. 그래서 한동안 힘들었죠. 어느 정도 내려놓는 게 필요하더라고요. 좀더 높이 뛰기 위해 무릎을 살짝 굽히면 더 많은 것을 가져갈 수 있더라고요. 진짜 선배님들과 작업해보면 그런 걸 배울 수 있어요. 신구 선배님도 오히려 대본 들고 저한테 다가오셨어요. '우린 같은 배우다'라면서요. 그게 더 멋있는 거 잖아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 그러면서 눈빛이 많이 편해지고 유해졌다는 얘기를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렇다면 '대륙의 백설공주' 추자현이 '제2의 추자현'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남겨줄 조언은 없을까. "자기 길을 찾아야 해요. 어떤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이 서면 한국이든 중국이든 미국이든 자기가 갈 길은 있어요. 한국에서 제가 기회를 잡지 못했던 건 제가 준비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준비가 됐다면 그 기회를 잡았을 거에요. 그때는 기회를 안주는 분들을 원망했는데 철이 들고 뒤늦게 깨달음을 얻었어요. 또 소신있게 장기 플랜을 짰으면 좋겠어요. 당장 내일의 일만 보지 말고요. 어떤 일을 정할 때 5년, 혹은 10년 계획에 지장이 없을 것 같다면 한번 해보는 거에요. 당장의 이미지 매니지먼트도 중요하지만 멀리 보는 게 중요하니까요."

winter@sportschosun.com, silk781220@, ran613@, 사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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