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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중인 엄마곁에서 헌신하는 딸, 딸의 사랑을 인정한 엄마, 신혼인 아들 가족을 위해 요양원으로 떠나는 엄마, 속깊은 오랜 친구들의 영화같은 여행, 디어마이프렌드의 엔딩은 아름다웠다.
고현정(완)에게 전화를 한 김혜자는 병실에 간 사실을 기억하지 못한다. 고현정이 "진짜 오셨어요. 나랑 반갑게 부둥켜안았는데, 이모볼에 뽀뽀도 했는데"라고 하자 "병실에 간 적이 없다"며 버럭 화를 낸다. 김혜자는 아들 이광수(민호)의 아기방에 발도 들이지 않는다. 손자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실수할 수 있으니 거실에서 자겠다"는 할머니 김혜자의 눈빛은 애잔하다.
김혜자는 민호가 잠든 사이, 친구 윤여정에게 전화를 걸어 "치매요양원 좋은 곳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한다. 김혜자와 요양원에 도착한 윤여정은 "함께 와달라고 해서 왔지만 언니는 여기 올 필요가 없다"며 빨리 나가자"고 하지만 김혜자는 1인실을 본 후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민호랑 하늘이 나랑 살면 힘들어 아기랑 지들끼리 살 게 놔두고 싶어. 나 여기 냅둬 평생 남한테 피해 안주고 살았는데, 언니 나 도도하게 여기 있다가 떠나고 싶어"라며 말에 김혜자를 꼭 끌어안은 윤여정이 눈물을 쏟는다.
조인성은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고현정에게 전화한다. "왜 그동안 전화 안했느냐"는 질문에 고현정은 "아마 매달릴까봐… 가지 말라고"라고 답한다. "잡지 잡힐건데"라는 말에 수화기 너머 고현정은 눈물을 흘리다. "안잡아도 못잡아도 무지 사랑은 해"라는 말에 조인성은 "잘지내라. 많이 사랑한다. 박완"이라고 인사하고, 고현정의 "기다리지마"라는 말에 조인성은 "안기다려"라고 답한다. 전화를 끊은 남녀는 눈물을 쏟는다.
딸 고현정에게 엄마 고두심은 "연하(조인성)에게 가"라고 권한다. 딸을 위해 항공권을 끊어 내민다. "짐 싸. 내일 아침 비행기야"라는 엄마의 말에 고현정은 도리질 친다. 고두심은 "네가 나만 보고 있으니까 딸년 등골 빼먹는 등신같잖아. 암걸린것도 성질나는데 등신은 그렇잖아"라며 딸의 등을 떠민다. "이번엔 일주일, 엄마몸 나아지면 한달, 그리고 결혼해"라며 딸의 사랑을 지지한다.
요양원의 김혜자의 "차를 태워달라. 길 위에서 죽고 싶다"는 말에 나문희는 두말 않고 요양원으로 출발한다. 두 사람으로 시작된 번개는 올드 프렌즈 모두의 단체 여행으로 변한다. 주현 신구 고두심 윤여정 박원숙이 차에 올라 예기치않은 여행길에 오른다. 이후 여행은 이들의 일상이 된다. 고현정의 독백이 이어진다. '나는 늙은 나의 친구들이 여행을 떠난다고 했을 때 이룰 수 없는 꿈이거나 그냥 말하는 것이거니 생각했다. 내 착각이었다. 그들은 번번이 길을 나서고 있었다. 여행길이 아무리 험난해도 멈출 줄을 몰랐다. 어차피 살아온 길이 힘들었던 그들에게 길위의 여행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바닷가에서 고현정은 할머니 김영옥에게 묻는다. 인생을 단 한마디로 정의하라는 말에 김영옥은 "별 거 없지뭐"한다. "슬프다"는 손녀에게 김영옥은 "슬플 게 뭐 있어 별 거 없는 인생, 이만하면 괜찮지"라며 웃는다.
드라마 엔딩은 고현정의 독백과 오랜 친구들의 즐겁고 유쾌한 바닷가 모래장난으로 마무리된다. 장난기 가득한 그들의 풍경에 고현정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왜 나는 그들이 죽음을 향해 발걸음을 뗀다고 생각했을까. 그들은 자신들의 지난날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것처럼, 지금 그 길도 초라하지 않게 가기 위해 지금 이순간을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내고 있는데….'
석양이 깃든 나무 아래 '디어 마이 프렌즈'들의 뒷모습을 배경으로 먼발치서 바라보던, '그들의 딸이자 친구'였던 고현정이 가까이 다가가며 아름다웠던 그들의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 전영지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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