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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스토리, 아재개그 뒤에 숨겨진 게임성

최호경 기자

기사입력 2016-05-04 18:18





지난해 킹덤스토리를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도탑전기에서 파생된 게임과 같은 평범한 느낌이었다. '캐릭터 디자인이 조금 귀엽게 되어 있다'는 것과 '천하통일 모드' 정도가 눈에 띈 정도랄까.

그런데 9개월이 지나 출시된 킹덤스토리는 평범할 수 있는 삼국지 이야기를 피크네코의 방식으로 풀어냈고, 어렵고 지루할 수 있는 대사들을 아재 개그로 승화했다.

어떻게 보면 모바일RPG란 장르는 성장, 육성, 경쟁이란 큰 틀에서 비슷하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일정 단계까지 유저들을 어떻게 끌고 갈 수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한데, 킹덤스토리는 삼국지 기반의 소재를 아재 개그와 유머 코드로 그럴듯하게 재해석 했다.




킹덤스토리에 원래 아재 개그 요소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정식 서비스를 앞두고 이 부분이 크게 강화되면서 킹덤스토리의 특징이자 눈에 띄게 만드는 요소가 됐다. 삼국지라면 대부분 코에이 삼국지의 캐릭터 디자인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킹덤스토리는 삼국지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린 SD 형태의 캐릭터로 디자인됐다. 원작의 장수를 아는 팬이라면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아냈다.

그리고 레고 형태로 디자인된 캐릭터가 내뿜는 아재개그들은 단순히 특정 요소에서 따온 것이 아닌, TV 예능, CF, 드라마, 콩트 등 장르를 불문하고 조금씩 삽입되어 있다. 심지어 왕좌의게임에서 따온 부분도 있다. 다만 이런 요소들이 게임성을 해치지 않고 너무 과하지 않도록 캐릭터가 중간중간 혼잣말 같이 이야기하는 정도가 대부분이라 과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이렇게 귀여운 캐릭터, 아재개그가 킹덤스토리의 전면에 나타나 있다면 그 뒤에는 다소 코어한 게임 시스템들이 존재한다. 벌써부터 유저들이 '게임이 좀 어려운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게임의 첫인상과 달리 성장과 육성 요소들이 최근 RPG들 보다 다소 빡빡하게 짜여있기 때문이다.


삼국지 영웅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하면 캐릭터들의 조합을 신경써야 하고 강화 요소가 제한적으로 적용되어 있어 캐릭터의 강함과 성장은 캐릭터의 등급이나 레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게 된다. 하지만 등급이 높은 캐릭터들이라고 소위 OP(오버파워)를 느낄 정도의 강함을 보여주지 않아 이를 어떻게 조합하고 파티를 만들지가 큰 영향을 미친다.

위, 촉, 오, 한 등 삼국지 영웅이 존재했던 국가를 기반으로 하는 버프를 받거나, 유비, 관우, 장비 등 삼국지 세계관을 함께 했던 영웅들의 버프도 존재한다. 전위, 딜러, 후위로 구분된 파티의 공간에 어떤 캐릭터를 세울지 등 시나리오 모드 4~5장부터는 유저들의 본격적인 고민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킹덤스토리는 최근 많은 모바일 RPG들이 특정 스테이지를 반복하면서 성장하고 특정 구간을 뛰어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난이도와 허들을 가지고 있다. 아마 개발사에서 의도한 난이도 설정으로 보이는데, 단순 반복만으로 넘기 힘든 구간이 있어 캐릭터 변화나 조합, 스킬 연계 등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도 등장한다.

강화에 필요한 소재들을 상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닌 천하통일 모드에서 제한적으로 밖에 얻을 수 없어 캐릭터가 많다고 무작정 강화해서 성장시킬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결국 킹덤스토리는 시나리오 모드를 기반으로 천하통일 모드까지 단계적으로 게임을 플레이해나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기 때문에 킹덤스토리는 콘텐츠를 굉장히 빠른 속도로 소비하던 다른 RPG와 달리 급하지 않은 마음으로 플레이 한다면 굉장히 탄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만 반대로 빠르게 많은 것들을 클리어해서 얻길 원하는 유저들에게는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가능성도 있다. 과금으로 해결되지 않은 강화나 성장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영웅의 성장과 진화가 게임 진행과 기본 보상에 비해 빡빡한 느낌이 없지 않고, 다른 RPG에 비해 시나리오 진행 허들이 중간 중간 존재해 체감상 느끼는 난이도가 높아진 부분은 향후 업데이트나 밸런스 조정을 통해 해결되어야 할 문제로 보인다.

초반 골드 부족은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통해 다소 해결된 느낌으로 향후 국가별 영웅 캐릭터 밸런스나 조합 등을 조금 폭넓게 고민하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되는 밸런스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출시 일주일을 맞이한 '킹덤스토리'는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느낌의 모바일RPG는 아니다. 첫인상은 귀엽고 흥미롭지만 조금은 어려움을 느낄 수 있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분위기는 폭넓은 유저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도 좋지만 특정 유저들에 맞춰 마니아 게임으로도 충분히 성과를 내면서 유저들을 늘려가는 케이스도 존재한다.

킹덤스토리의 마케팅은 아직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시장에 서비스 중인 비슷비슷한 형태의 성장형 RPG라기 보다 피크네코가 삼국지를 기반으로 고민한 느낌의 RPG로 완성된 느낌이다.

'아재 개그'나 '캐릭터 디자인'은 결국 게임의 부수적인 '양념'이고 정말 중요한 부분은 시나리오 모드와 천하통일 모드를 오가며 즐기는 게임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대작들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느낌이다.

최호경 게임 전문기자 press@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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