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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중견배우들의 새로운 면모도 이끌어낸 '화려한 유혹'이었다.
이 같은 '화려한 유혹'의 힘은 캐릭터에서 나왔다. 제작진은 적재적소에 배우들을 캐스팅해 전작에서 보여준 적 없는 이들의 새로운 얼굴을 끌어 냈다. 배우들 또한 맞춤옷을 입든 듯 자신의 매력을 십분발휘하며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 넣었다. 특히 정진영의 멜로, 김호진의 악역 변신 등이 색달랐으며,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진영은 70대 노역으로 안방극장을 설레게 했다. 그는 '화려한 유혹'에서 전직 총리인 강석현 역을 맡아 노인 분장을 하고 극 중 딸뻘인 신은수(최강희)와 부부로 호흡했다. 자칫 자극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이 러브라인이 '화려한 유혹' 속 어떤 커플보다 호소력이 있었던 것은 석현이 보여준 노년의 순애보 덕이다.
두 사람의 결혼은 많은 시청자들이 예상한 수순이었다. 딸뻘인 여자와의 결혼 자체가 극적일 뿐 아니라, 재력가 석현과 결혼은 은수의 복수심을 이끌어낼 훌륭한 장치였기 때문. 그런데 정진영과 최강희는 기대 이상의 케미를 보여줬고, 덕분에 두 사람의 로맨스가 '화려한 유혹'의 커다란 시청 포인트로 자리잡기도 했다.
김호진도 '화려한 유혹'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놀라운 반전을 선사했다. 훗날 대권을 노리는 국회의원 강일주와 언론재벌의 아들 권무혁(김호진)의 결혼은 흔한 드라마 속 재벌가의 정략결혼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혁이 실은 이전부터 일주를 흠모하고 있었다는 사실과, 그녀를 향한 섬뜩한 집착을 드러내면서 반전이 시작됐다.
무혁은 정략 결혼임에도 불구하고 일주에게 사랑을 고백하며 순애보를 보여줘왔다. "천천히 다가와도 된다"며 일주의 손을 잡는 무혁의 미소는 한없이 부드러웠고, 엇갈린 사랑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하기에 충분했다.
행복한 표정으로 일주를 위한 꽃을 고르던 무혁은 꽃을 다듬는 직원을 향해 갑자기 정색하더니 "그렇게 대충 할 물건이 아니다. 내가 하겠다"고 꽃을 빼았아 수상한 낌새를 남겼다. 강일주의 머리카락을 책갈피에 수집하는 등 섬뜩한 행동을 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로 변모했다.
이후에도 무혁은 사랑 앞에서 아이같이 집착하고 질투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일주가 형우에게 속아 무혁을 버렸을 때도 무혁은 일주를 잊지 못했고, 결국 일주는 그런 무혁의 마음을 이용해 재결합에 성공하기도 했다. 일주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무혁은 '로맨틱사이코' 이전 드라마에는 없던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이처럼 '화려한 유혹'은 배우들에게 숨겨진 새로운 얼굴을 보고 과감한 캐스팅과 캐릭터 활용으로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배우들 또한 '화려한 유혹'을 통해 시청자들과 또 다른 모습으로 소통하고, 호응을 발판으로 중견의 시점에서 또 한 번 도약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ran613@sportschosun.com, 사진=MBC '화려한 유혹' 홈페이지 및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