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이지현 기자]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무전기를 통해 전해지는 이재한(조진웅)과 박해영(이제훈)의 대화는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때론 시청자들의 가슴에 심금을 울리게 한다. '시그널'을 더욱 명품 드라마로 만드는 명대사들을 다시 되짚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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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형준 살인 사건을 해결한 박해영에게 이재한은 "박해영 경위님. 이게 마지막 무전일 것 같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무전은 다시 시작 될 거다. 그때는 경위님이 날 설득해야 한다. 1989년의 이재한을…"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총성과 함께 끊어진 무전에서 들려온 말.
2000년 이재한과 박해영의 마지막 무전인 동시에 이재한의 의문의 죽음을 둘러싼 미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의 시작을 알렸다.
차수현(김혜수)이 경기남부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을 잡은 후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 과거 계단에 앉아 울고 있는 차수현에게 이재한은 "나도 울었고 저 안에 짐승같은 형사들도 자주 울어. 사람 죽는 걸 봤는데 멀쩡한 놈이 어디 있겠냐. 그러니까 잡아야지. 우리도 이렇게 힘든데 유가족들은 어떻겠냐. 유가족들이 흘린 눈물은 바다 같을 거다. 거기서 우리가 덜어줄 수 있는 양은 이거 합친 거 이 정도 밖에 안돼 그러니까 그런 생각으로 그런 각오로 법인을 찾아내서 수갑을 채우는 거 그게 우리 일인거야"라고 다독이며 건낸 말.
차수현은 이 말을 현재 박해영에게 똑같이 전하며 위로했다. 차수현이 경찰이 된 후 처음으로 이재한에게 위로 받은 따뜻한 말이자 경찰의 마음을 대변하는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6화 "설마 거기도 그럽니까?"
대도사건의 용의자 한세규를 잡으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권력층을 비호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자 절망한 이재한이 무전기를 통해 답답한 마음을 전하며 울분을 토했던 말. "설마 거기도 그럽니까? 돈 있고 빽 있으면 무슨 개망나니 짓을 해도 잘 먹고 잘 살아요? 그래도 20년이 지났는데 뭐라도 달라졌겠죠, 그죠?"
'금수저'들의 비호에 답답함을 느낀 이재한의 울분은 시청자들의 공감과 감정을 끌어내며 '시그널'의 메시지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10화 "누군가는 잡아야 하잖아"
홍원동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에게 가까스로 도망친 차수현이 트라우마에 시달려 3일 동안 무단결근했다. 경찰을 그만두고 싶다던 차수현에게 이재한은 "나도 범인 무서워. 나도 수사하면서 별의 별 사람 다 만나봤다. 그런데 어떻게 하냐. 누군가는 잡아야 하잖아"라며 위로하던 말.
피해자로 힘겨운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거 차수현은 두려움을 떨쳐내고 다시 복직했으며, 현재의 차수현은 과거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 할 수 있었던 따뜻한 위로의 말이었다.
13화 "나 포기하지 않을 거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인주사건을 수사하던 중 위험에 빠질 것을 염려한 박해영이 이재한에게 수사를 중단하라고 제안했다. 이에 이재한은 "인주 사건 끝까지 가볼 생각이다.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나야말로 포기하고 외면하면 안되는 거였다. 누군가 포기하기 때문에 미제사건이 만들어진다고 하지 않았냐. 이 사건 절대로 그렇게 만들지 않을 거다"라며, "나 포기하지 않을 거다. 어떤 일이 있어도"라는 의지를 다니며 건낸 말.
인주사건의 숨겨진 배경과 어린 박해영의 모습을 지켜 본 이재한이 절대 사건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감동을 안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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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누군가는 적어도 잊지 말아야죠"
경기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의 아버지 버스기사 이천구(김기천)가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자수를 했다. 이를 알고 있는 박해영은 "만약 그 때 당신 아들이 이재한 형사에게 죽었다면 당신은 잊을 수 있었겠어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웃고 떠들고 먹고 자면서 행복하게 살았겠냐고요? 사랑하는 가족들 품이 아니라 차가운 땅에서 공포에 떨다 죽은 사람들이에요. 누군가는 적어도 잊지 말아야죠"라며 외친 말.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심경을 알게된 박해영이 그들의 마음을 대신 전하며 가슴 깊은 공감을 일으켰다.
8회 "너만큼은 살인죄로 집어 넣을테니까"
대도사건의 진범이 한세규(이동하)라는 물증만 있는 상황. 박해영은 '금수저' 한세규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말. "돈 뿌려가며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애들 성추행한 거 더럽고 엿같지만 눈 감아줄 수 있다. 그 개같은 비디오 훔치겠다고 개차반 친구들 집 털면서 쇼 하고 한 사람 인생 망친 거 미치고 팔짝 뛰게 분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친다고 하자. 그런데 사람 죽이는 건 아니지"라며 "대한민국 최고 로펌 변호사라 다르긴 다르다. 네 머리에 똥만 들어 있는 줄 알았다. 실적 0이고 사건 몇 번 맡았다 시원하게 말아 먹고 배당 받는 것도 없다던데 변호나 준비해라. 내가 잘리는 한이 있어도 너만큼은 살인죄로 집어 넣을테니까"
진범임을 알지만 대놓고 잡을 수 없었던 금수저 진범, 무대포이면서 공격적인 박해영의 대사는 긴장감을 높이는 동시에 속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안겼다.
11화 "사람이 만든 괴물도 있다"
홍원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연민하며 건넨 말. 박해영은 "아무도 그런 감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자살을 하려고 했던 거다. 이 사람은 사람을 죽이지 못하면 살아있을 이유도 없으니까"라며 "저 사람, 그냥 미친 쓰레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냐"고 차수현에게 물었다.
이에 차수현은 범인을 동정하지 말라 일렀다. 그러자 박해영은 "사람이 만든 괴물도 있다"면서 "누군가 한 명이라도 손을 내밀어줬다면 저 사람도 모든 피해자들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해자인 동시에 아동학대의 피해자였던 범인, 자신의 형을 떠올리는 박해영의 대사는 연민을 느끼는 동시에 씁쓸함을 더했다.
한편 방송 단 2회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무전 너머에만 생존하고 있는 이재한을 살리자는 네티즌의 간절한 바람이 '국민 염원'으로까지 조명되고 있는 상황. '과거가 바뀌면 현재가 바뀐다'는 가정 아래 어떤 결말을 거두게 될 지 시청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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