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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 한국영화계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한국영화계만큼 유리천장이 두터운 곳도 없다. 1년간 한국영화가 150편 가량 개봉하지만, 여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영화는 매우 적은 수에 불과하다. 그래서 여배우들의 한결같은 고민은 '여자를 위한 시나리오가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작품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적을 수밖에 없다.
주인공 희주는 순수하고 연약한 소녀의 모습 이면에 소시오패스적 면모를 감추고 있다. 근래 보지 못했던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다. 폭주하는 살인마와 그를 추적하는 형사들 사이에서 홀로 평정심을 유지한 채 차근차근 복수를 실행해 나가는 모습이 상당히 신선하다.
심은경은 "한번쯤 도전하고 싶고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장르가 스릴러였다"며 "희주의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이질감 없이 전달하기 위해 매순간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여성 장교가 사건의 실체를 밝혀가는 모습이 멋있게 보여서" 출연을 결정했다는 이지아는 영화에서 남자들과 똑같이 군장을 착용한 채로 산길을 구르고 달린다. 촬영 중 대역도 거의 쓰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강예원도 스크린 복귀작으로 스릴러 '날, 보러와요'를 택했다. 영화는 이유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납치 감금된 여자와 시사 프로그램 피디가 밝혀낸 충격적 진실을 다룬다.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다뤄진 정신병원 납치 감금사건이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됐다.
강예원은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서 엉뚱하고 순진한 모습으로 '아로미'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전 출연작 '헬로 고스트'나 '퀵'에서도 발랄한 매력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기존 이미지를 스스로 깨뜨린다. 도심 한복판에서 낯선 사람들에게 납치돼 사설 정신병원에서 감금된 후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는 여자로 분해 영화를 이끌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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