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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피리부는 사나이', 안방극장에 카타르시스의 폭풍을 몰고 온다.
연출자 김홍선PD는 최근 진행된 '피리부는 사나이' 제작 발표회에서 "인생에서 충돌이 있을 때 대체로 다수의 의견을 따라가게 된다"라며 "다수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인지, 소수 의견은 틀린 것인지가 우리 드라마의 시작점인 것 같다. 그런 소수의 이야기들을 드라마를 통해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에피소드들이 시청자들의 현실적인 공감을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아무리 외쳐도 들어주는 이가 없는 세상,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준다는 것은 큰 힘이 된다. 김PD는 "협상이란 '기브앤테이크'라고 한다. 하지만 상대에게 아무것도 줄 수 있는 게 없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드라마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는데서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도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설명했다.
특히 베일에 싸인 존재 피리부는 사나이의 정체가 과연 언제쯤, 누구로 밝혀질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피리부는 사나이는 "세상의 멈춰버린 심장에 충격을 가해야 한다"고 외치며 소통의 부재로 소외된 이들에게 '폭력'이라는 수단을 제공하는 인물이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노 범죄, 인질극, 강도, 테러 사건 등의 배후에 서 있다.
구조상으로 보면 피리부는 사나이는 악역이다. 경찰은 각종 테러 사건의 뒤에 숨어 있는 그를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단순히 범죄자와 이를 잡으려는 경찰의 싸움이 아니다. 수사극이 아닌 협상극을 표방하는 '피리부는 사나이'는 범인의 검거 과정이 아닌 범인과의 소통이 중심이 된다. 협상을 통해 그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
여기서 '피리부는 사나이'가 시청자에게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드러난다. 드라마는 폭력 사태와 싸움 이면에 피리부는 사나이의 도움을 얻을 수밖에 없는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왜 그들이 스스로 무기를 들 수 밖에 없었는가,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통해 시청자들의 진한 공감을 자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고구마', '사이다' 등의 말이 유행할 정도로 드라마 속에서만이라도 속 시원한 카타르시스와 대리만족을 찾는 시청자들. 공감 없는 드라마는 외면받는 안방극장에서 '피리부는 사나이'가 하나의 오아시스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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