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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여성감독의 당찬 도전, '순정'을 '좋아해줘'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6-02-19 16:42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남자영화가 득세하는 극장가에 두 여성감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섬세한 감성으로 빚어낸 멜로물로 거친 범죄스릴러에 맞선다. 24일 관객에 첫 선을 보이는 '순정'과 17일 개봉한 '좋아해줘'다.

'순정'은 신예 이은희 감독의 데뷔작이다. 1991년 전남 고흥 바닷가 마을 다섯 친구들의 우정과 첫 사랑을 담았다. 영화는 23년 뒤 라디오 전파를 타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관객을 그 시절 추억 속으로 안내한다. 다섯 친구들의 왁자지껄한 어울림과 그 안에서 몽글몽글 피어난 첫 사랑을 보고 있노라면 매말랐던 감성이 다시금 촉촉하게 물기를 머금는다.

'순정'의 원작은 한창훈 작가의 단편소설 '저 먼 과거 속의 소녀'다. 한 작가는 소설을 바탕으로 '순정' 시나리오도 썼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연출을 전공한 이은희 감독이 한 작가의 시나리오를 각색하고 이를 영상으로 옮겼다.

영화는 고흥에서 올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바닷길, 해송숲, 소박한 섬마을 등 영화의 서정성을 더하는 풍광들이 이은희 감독의 각색 과정에서 영화에 담겼다. 이은희 감독은 배우에게 직접 귓속말로 디렉션을 하며 10대 후반, 20대 초반 배우들의 여린 마음을 살폈다. 짜여진 콘티에 맞추지 않고 배우의 자연스러움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 덕분에 주연배우 도경수, 김소현, 이다윗, 연준석, 주다영은 카메라 밖에서 쌓은 우정을 스크린에도 고스란히 녹여낼 수 있었다. 현장 분위기도 어느 영화보다 더 화목했다는 게 출연 배우들이 한결같은 자랑거리다. 여성 감독만의 포용력과 배려가 빛을 발한 대목이다.

이은희 감독은 멜로 장르에 남다른 관심을 두고 있다. 가장 자신 있는 장르로도 멜로를 꼽는다. 이 감독은 "'순정'은 모든 배우와 스태프가 순정을 바쳐 만든 영화"라며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17일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좋아해줘'는 2008년 '6년째 연애중'으로 데뷔한 박현진 감독의 신작이다. '6년째 연애중'은 장기 연애 커플의 현실적인 이야기를 담아내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얻었다.

판타지에 기댄 로맨스에도 현실감을 불어넣는 박현진 감독의 장기는 '좋아해줘'에서도 십분 발휘된다. SNS로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현 세태를 로맨스의 동력으로 삼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유영아 작가의 시나리오, 박현진 감독의 각색과 연출에 톱배우들은 기꺼이 호응했다. 이미연과 유아인, 김주혁과 최지우, 강하늘과 이솜이 각기 다른 세 커플로 등장한다. 까칠한 드라마 작가(이미연)와 콧대 높은 한류스타(유아인)은 과거의 인연을 품고 재회해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우연히 한집살이를 하게 된 셰프(김주혁)과 스튜어디스(최지우)는 친구와 연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청각장애를 지닌 천재 작곡가(강하늘)과 드라마 제작 PD(이솜)의 밀당도 풋풋하다.


이 영화는 여자 캐릭터를 뻔한 방식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데 미덕이 있다. 주체적인 그들은 일과 사랑에 당당하다. 캐릭터가 살아있는 덕에 배우들의 매력도 배가된다. 여성감독이라서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박현진 감독은 "여섯 남녀가 보여주는 연애의 색깔이 각각 다르지 때문에 그들이 연애하는 모습과 배우들의 연기 호흡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좋아해줘'는 17일 박스오피스 3위로 출발, 입소문을 타며 순항 중이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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