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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 게임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와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48)이다.
국내외 조사기관마다 편차가 있지만 대략 2015년도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규모가 3조~3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할 때, 넷마블은 이 가운데 3분의 1을 차지하는 지배적인 사업자라 할 수 있다. 오픈마켓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상위 10개 게임 가운데 절반이 넷마블표 게임일 정도다.
넷마블은 18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제2회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넷마블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지난해 7월 제1회 행사에 이은 두번째 행보로, 1회 때보다 더 많은 200여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어 넷마블에 쏠리는 관심을 증명했다. 올해 출시할 26개의 새로운 게임들을 소개한 이후 방 의장은 넷마블이 앞으로 나갈 방향과 IPO(기업공개)에 대해 설명했다.
넷마블이 치열한 모바일게임 경쟁 속에서 이처럼 절대강자로 올라서게 된 것은 지난 2~3년간이다. 2000년 웹보드 포털로 창업한 후 2004년 CJ의 계열사로 편입됐지만 이후 출시한 게임들마다 대부분 실패하고 최대 수익원이었던 FPS게임 '서든어택'의 서비스 권한까지 넥슨에 뺏기며 2011년 존폐의 위기까지 몰렸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넷마블의 창업주로 일선에서 뛰다 CJ 편입 이후 건강사정으로 물러났지만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2011년 현업에 '구원투수'로 복귀, '모바일 올인'을 선언하며 변화를 주도해 이 자리까지 끌어올린 방 의장에 대한 넷마블 직원들의 절대적 신뢰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방 의장이 5년 전 복귀 후 던진 화두는 '생존'이었다. 이 한마디에 넷마블의 당시 처했던 상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1년여에 걸쳐 직원들을 독려하며 게임 개발에 몰두, 2013년 초 '다함께 차차차'를 성공시키며 비로소 넷마블표 모바일게임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어 나온 '모두의마블', '몬스터길들이기' 등이 연달아 히트하며 완전히 자리를 잡게 됐다. 무엇보다 이 2개의 게임이 3년 가까이 서비스가 되고 있지만 여전히 매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그동안 모바일게임은 최대 1년을 버티기 힘들다는 편견마저 깨뜨렸다. 2014년에는 '세븐나이츠'로 저력을 이어갔고, 2015년에는 액션 RPG(역할수행게임) '레이븐'으로 '2015년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창사 이후 최초로 대상(대통령상)을 수상, 시장에서의 성공뿐 아니라 명예까지 거머쥐게 됐다.
'마구마구'와 '이데아'를 만든 넷마블앤파크의 김홍규 대표는 "방 의장은 크고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치밀한 전략을 계획한다. 또 될 때까지 밀어부치는 추진력과 디테일한 실행계획 관리로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2005년 스티브 잡스가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에서 "늘 갈망하라. 늘 우직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말을 한 것처럼, 방 의장의 절실함과 추진력이 넷마블의 현재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넷마블의 독주에 대한 불편한 시선들은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마저 대형화 되면서 중소 규모의 게임들이 설자리가 더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 외부 작품을 퍼블리싱 할 때도 내부 기대치가 워낙 높다보니 어지간한 게임들은 출시조차 하지 못한다는 불만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방 의장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넷마블은 지난 3년간 2000억원을 넘게 투자했지만 이렇다 할 외부 성공작이 없었다. 소규모 인원으로 대작 게임을 성공시키는 시대는 지났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완벽한 게임, 아니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독특한 게임이어야 한다." 좁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전세계에서 성공, '온라인게임 코리아'에 이어 '모바일게임 코리아'의 위상을 세우는 것이 궁극적으로 한국 게임산업을 돕는 역할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도전을 넘어 도약을 선언한 방 의장, 그리고 넷마블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