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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앞으로 여름을 떠올릴 때마다 행복해질 것 같아요." 영화 '순정'은 배우 김소현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한아름 선물했다. 지난해 여름 전남 고흥에서의 촬영,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별다른 일 없이도 마냥 즐거웠다. "더위도 못 느끼고, 머릿속 고민도 잊어버리고, 촬영도 그리 힘들지 않게 느껴질 만큼" 말이다.
"아직 첫 사랑을 경험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수옥과 똑같이 설레는 느낌을 가져보려고 했어요. 좋아하는 마음은 억지로 꾸며내기 어려운 것 같아요. 최대한 진실하게, 제가 실제로 떨리는 느낌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중요한 감정신을 앞두고 배우들은 미리 극중 상황에 몰입해 인물의 감정을 끌어올린 뒤 카메라 앞에 서곤 한다. 김소현도 다른 작품에선 그랬다. 하지만 '순정'에선 조금 달랐다. 수옥이 처음 겪는 안타깝고 절망적인 상황을 더 자연스럽게 느끼려고 촬영 시작 전까지는 긴장감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지냈다. "수옥이 겪을 감정에 미리 익숙해지지 않고, 촬영하는 그 순간에 집중해서 그 모든 걸 '진짜'로 받아들이고 싶었어요. 덕분에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도경수, 연준석, 이다윗 중에서 이상형을 꼽으라고 짓궂은 질문을 던지자 "범실이"라고 재치있게 답한다. "영화에서 수옥이 범실을 좋아했으니까요." 그러면서 "친구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수옥이가 부러워요"라고 웃는다.
김소현에게선 나이답지 않게 성숙한 '비련미'가 느껴진다. 고전영화 속 비련의 여주인공 이미지랄까. "제 눈을 보면 슬퍼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저 엄청 밝고 명랑한데 왜 그럴까요?" 김소현이 알쏭달쏭하다는 표정으로 눈을 크게 떴다. 그래서 스무살이 되면 가장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다. 슬픈 이별 이야기 말고 발랄하고 예쁜 사랑 이야기 말이다.
10세 때 아역으로 데뷔해 무수히 많은 작품을 거쳐 드라마 '해를 품은 달'로 얼굴을 알렸고, '보고싶다', '옥탑방 왕세자', '냄새를 보는 소녀' 등 인기 드라마에서 사랑받았다. 경력만 보면 중견급이다. 연기 활동 때문에 학교생활에 충실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김소현은 홈스쿨링을 택했다. 하지만 또래의 삶을 포기하고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지금 연기를 하면서 누릴 수 있는 게 많으니까 괜찮아요."
스무살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마지막으로 물었다. "영화관에 가서 당당하게 19금 영화를 볼 거예요!"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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