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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정우성, 후배 위해 제작사 차린 멋진 선배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12-18 08:45


17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제작발표회에서 정우성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남자 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의 새로운 사랑을 그린 감성멜로 영화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2.17.

[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배우 정우성 김하늘 주연의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는 제작사 더블유(W) 팩토리의 창립작품이다. 여기서 W는 정우성의 이름 이니셜. 바로 정우성이 이 영화의 제작자다.

정우성은 평소 영화 연출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피력해 왔다.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범상치 않은 연출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감독 데뷔보다 먼저 제작자로 나서게 됐다. 여기엔 후배 영화인을 응원하는 선배 정우성의 남다른 의리와 배려가 숨겨져 있다.

새해 1월 7일 개봉하는 '나를 잊지 말아요'는 교통사고 후 10년 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깨어난 남자 석원(정우성)과 그 앞에 나타난 비밀스러운 여자 진영(김하늘)의 새로운 사랑을 그린 멜로 영화다. 이윤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동명의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옮겼다.

이윤정 감독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놈놈놈) 스크립터로 일하며 처음 정우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미국에서 연출 공부를 하면서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제목의 단편영화를 찍었고, 그 단편을 토대로 장편 시나리오를 개발했다. 그리고 평소 친분을 이어오던 정우성에게 시나리오 검토를 부탁했다.

극중 남자주인공의 이름은 W. 정우성이 시나리오 속 남자주인공의 모델이었다. 시간이 흘러 정우성이 이 영화의 제작에 참여하며 제작사 이름을 '더블유 팩토리'로 지은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17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제작보고회를 가진 정우성은 "처음엔 제작사를 소개해주려 했는데 기존 제작사들은 이 시나리오의 독특함을 잘 받아들이지 않더라"며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제가 발목 잡혀 있었다"고 농담하듯 제작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이윤정 감독의 시나리오에서 새로운 멜로의 가능성을 봤다"면서 "후배 영화인들의 꿈과 열정이 눈앞에 그려지더라"고 했다.

정우성의 참여로 시나리오는 현실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윤정 감독은 "고교 시절 썼던 단편소설을 8~9년 후 단편영화로 만들었다. 장편 제작을 준비하면서 정우성 선배의 조언과 도움이 큰 힘이 됐다. 내게 용기를 줬고 기회를 줬다. 영화를 현실로 이뤄가는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었다"고 고마워했다.

정우성은 "이 영화엔 미스터리가 숨겨져 있는데, 과장되지도 않았지만 밋밋하지도 않다. 기존 제작사들 중에선 이 부분을 바꾸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이 있었다. 나는 감독의 의도와 원안에 대한 훼손이 없기를 원했다. 제작자로서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처음 영화를 시작하는 후배들이 자신만의 어법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이 영화의 주연배우이기도 하다. "남자주인공 이름을 W로 지은 걸 보니 이윤정 감독이 내 팬이었던 모양"이라고 가볍게 농담을 던진 그는 "이윤정 감독이 내게 시나리오 검토를 부탁하면서 출연해달라는 얘기를 안 하길래 물어보니 '감히 못 물어봤다'고 하더라"며 "후배 영화인들이 좋아하는 선배들 앞에서 용기를 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우성이 제작뿐만 아니라 출연까지도 자청했다는 얘기다.

이윤정 감독은 "영화 '놈놈놈' 연출부와 주연배우로 만나 가깝게 지내긴 했지만, 내가 감독으로서 정우성 선배에게 시나리오를 드리는 관계가 될 줄은 몰랐다"며 "시나리오의 모델로 삼으면서도 '정우성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정우성'이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런데 정우성 선배가 할 수 있다고 일깨워주셨다"고 덧붙였다.

정우성의 제작사 더블유 팩토리는 '나를 잊지 말아요' 개봉 이후 일시 휴업할 듯하다. 제작자 변신의 이유는 오로지 이 영화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계를 이끄는 배우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한 정우성. 그는 멋진 선배, 그리고 진정한 영화인이었다.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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