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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죽는 순간까지 지키고 싶었던 가족. 절대 놓고 싶지 않았던 가족의 손을 놓은 천호진은 이 세상 가장 애달픈 아버지이자 가장 위대한 왕이었다.
이성계의 주장에도 흔들림 없이 요동정벌을 추진한 우왕과 최영. 이러한 상황에서 정도전(김명민)은 이성계에게 책략으로 반역을 제시했다. 새 나라의 왕으로 땅과 백성을 지키자고 설득했고 이성계 또한 흔들렸다. 그러나 이성계는 백마(요동정벌)를 택했다. 이성계의 사람들 모두가 흑마(반역)를 기다렸지만 이들의 눈앞에는 영혼 없는 백마만 달리고 있었다.
이성계는 압록강으로 떠나는 길 정도전에게 "삼봉, 당신의 말을 들었을 때 가슴이 뛰었소. 하지만 나는 대의보다, 백성보다, 그저 내 가족, 내 울타리의 사람이 더 소중한 보통 사람이오. 왕이란 백성을 먼저 보살펴야 하는 것 아니겠소. 헌데 내 선택은 언제나 가족일 것이오. 다른 왕들도 그렇다면 내가 왕이 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미안하오"라는 절절한 심경을 토해냈다.
가별초 군사들의 울부짖음과 인질이 된 가족들. 이런 이성계에게 탈영병은 외쳤다. "나는 그저 소죽을 끓이다 끌려왔을 뿐이다"고. 가별초의 장수 역시 "배신은 탈영병이 아니라 장군이 하셨소. 5만 명의 군사에겐 10만 명의 아버지, 어머니가 있고 이런 10만 명의 부모에게 5만 명의 자식을 빼앗는 것이오. 그 피눈물을 어찌하려고 이러십니까"고 오열했다. 보잘것없던 백성의 외침은 이성계의 마음에 커다란 파동을 일으켰다.
'국가'란 단순히 땅덩어리를 키워 외세의 천대를 받지 않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보다 먼저 땅과 백성을 창으로 지켜내 가족을 이루는 것이 진정한 국가였다. 내 사람을 지키고자 했던 이성계. 그가 바로 나설 때였다. 마침내 "압록강을 건너지 않을 것이다"고 선포한 이성계는 그토록 기다렸던 조선건국의 씨앗을 틔웠다.
이날 방송에서는 이성계를 연기한 천호진의 활약이 60분을 지배했다. 앞서 도당 입성을 결심하고 정도전을 책사로 받아들일 때 선보였던 강렬한 카리스마는 예고편에 불과했던 것. 브라운관을 씹어 삼키는 흡입력과 위용을 쏟아낸 천호진의 본방송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방우, 방과, 방의, 방간, 방원, 방연, 방번, 방석…." 아들의 이름을 조용히 읊조리는 천호진의 모습에 시청자는 형용할 수 없는 전율을 느꼈다.
일촉즉발 상황에 두 눈을 감고 자식들의 이름을 곱씹는 이성계. 심장과도 같은 자식들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불러보는 아버지의 부성애를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표현했다. 천호진이 만든 20회 엔딩은 '육룡이 나르샤'의 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전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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