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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왜 츤데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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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대세는 나쁜 남자, 혹은 마초였다. 짙은 인상과 선굵은 외모, 여러 여자 울리는 마성의 남자들이 대세였다. 그러다 착한 남자로 여론이 바뀌었다. 마냥 따뜻하고 기댈 수 있을 것 같은, 그러면서도 내면의 상처가 있어 모성애까지 자극하는 순정남 혹은 초식남들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까칠남이 인기를 끌고 있다. 까칠하고 도도하고 겉으로 보기엔 '나쁜 남자'와 별 다를 것이 없지만 그 내면은 순하고 여린 복합적인 캐릭터가 양산되고 있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이들을 '츤데레'(처음엔 퉁명스럽고 새침하지만 애정이 생기면 부끄러워 하는 성향)라 부르며 전폭적인 사랑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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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시청자는 츤데레남에게 열광할까.
첫번째 이유는 여자 캐릭터가 예전과는 달라졌다는데 있다. 최근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고 그만큼 사회에서의 목소리도 커지면서 드라마 속 여자 캐릭터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직 수동적인 특성을 완전 버리진 못했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서는 할말 다하고 똑 부러지는 캐릭터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오 마이 비너스' 강주은이 좋은 예다. 그런데 이처럼 강단 있고 능력있는 여자 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만났다고 해서 '알아서 해주세요'하는 순종적인 여성으로 돌아가는 것도 무리다. 그만큼 남자 주인공의 성격도 현대 트렌드에 맞게 변화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적으로 밀어붙이거나 마냥 손놓고 기다려주는 남자보다는 적절히 냉정과 열정 사이를 유지할 수 있는 남자가 더 매력적이다.
드라마환경도 한몫한다. 최근 드라마는 남자 스타를 중심으로 제작된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를 살펴보면 여자 스타에 포커스가 맞춰진 작품은 거의 없다. 대부분 남자 스타의 매력 대결, 연기력 대결로 추려지는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남자 주인공이 정해지지 않으면 편성을 받기조차 어렵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온다. 이처럼 남자 주인공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한방에 시청자들의 심장을 어택할 수 있는 강력한 캐릭터가 필요하게 됐다.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츤데레 캐릭터가 매우 훌륭한 선택지가 됐다.
한 관계자는 "여자는 일은 프로처럼 하더라도 자기만 챙겨주길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갖고 있다. 츤데레는 그런 점을 노린 캐릭터다. 능력도 있지만 나에게만 집중한다. 여자의 인권과 의사를 존중해 간섭하진 않지만 걱정되니까 뒤에서 챙겨준다. 또 아무한테나 잘해주는 쉬운 남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다. 누구나 공략하기 어려운 대상이 더 매력적이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츤데레는 여성들의 로망 아닌가. 가끔 츤데레 캐릭터가 독설가로 그려지기도 하지만 요즘 트렌드는 '사이다 화법', 혹은 '핵직구 화법'이다. 돌려 말하는 걸 싫어한다. 직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데 대한 거부감이 없다. 더욱이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 나를 챙겨준다는 건 누구나 갖고 있는 판타지라 할 수 있다. 남성적인 마초 스타일을 좋아하는 여자도, 섬세하고 자상한 스타일을 좋아하는 여자도 모두 맞출 수 있는 게 바로 츤데레 캐릭터다. 포용 범위가 넓다 보니 시청층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라도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많이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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