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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유아인이 또 한번 해내고 말았다. "죽을래?"라는 단 한 마디로 안방극장을 청부살인한 유아인. 여심(女心) 사냥꾼은 어울리지 않는다. 적어도 여심 살인범이라 칭송할 정도로 치명적인 남자가 된 유아인이다.
정도전(김명민)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이방원은 그에게 과거 분이의 인연을 듣게 된다. 어렸을 때 자신이 살려준 아이가 분이라는 것을 안 이방원은 분이를 보자 헤죽헤죽 웃었고 분이를 향해 "네가 관아에 불 지르고 나올 때부터, 네가 내 웃통을 벗겨간 그때부터, 네가 날 피해 도망갔을 때부터 알았어. '쟤다. 쟤는 내 거다'"라며 분이를 설레게 했다.
또한 이방원은 자신 때문에 죽은 땅새(변요한) 오빠 생각에 눈물을 삼키는 분이를 보고 또 한 번 마음을 빼앗겼다. 어떤 시련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꿋꿋함과 당참이 고려의 여느 여인들과 달리 보였던 것. 늦은 밤 빨랫방망이 질로 슬픔을 달래는 분이에게 "내가 본 사람 중에 가장 씩씩해. 이렇게 씩씩하고 멋진 사람은 너밖에 없어"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인의 슬픔을 위로했다. 하지만 이마저 매몰차게 거절한 분이를 보고 답답한 마음에 "나는 지금 네 가족이 되고 싶고 연인이 되고 싶어"라면서 진심 어린 고백을 늘어놨다.
이방원의 '신의 한 수'에 이성계와 정도진은 기뻐했지만 분이는 애끓는 마음을 숨킬 수 없었다. 질투를 이용해 분이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었고 여기에 아버지와 스승으로부터 인정 또한 받고 싶었던 이방원이었다.
이방원의 고약한(?) 꼼수에 당찬 분이도 흔들렸다. 이방원의 앞에서 "잘 생각했어"라며 마음에도 없는 빈말을 건넨 분이. 이방원은 "진심이야? 넌 아무 상관없는데 나만 미친놈처럼 걱정하고 신경 쓰고 그런 거야?"라며 "네가 날 거절한 게 미치겠어"라고 불같이 화를 내 다시 한번 시청자의 애간장을 태웠다. 분이를 향한 이방원의 마음이 곧 시청자의 마음이었다.
이방원과 분이의 사랑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아니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었으며 이뤄져서는 안 될 사랑이었다.
결국 민다경과 혼례를 성사시킨 이방원은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자신의 사랑을 발가벗겨 꺼내 보였다. 그는 "내가 화난 이유를 알 것 같다. 네가 날 거절해서가 아니라 네 거절의 이유가 날 화나게 한 거다. 내가 귀족인 거 알면서도 내 뺨부터 때리고 보던 애였다. 네가 죽을 수도 있는데 언년이 제사 지내겠다고 관아에 불 지르던 애였다. 신분 때문에, 첩하기 싫어서가 아니었어. 그 거짓말이 날 화나게 했다"며 통한의 사랑을 속삭였다. 이런 이방원에게 분이는 "사랑은 하는 것 같아"라며 뜻하지 않은 고백을 던졌고 어이가 없어진 이방원은 "너 죽을래?"라며 머리를 쥐어짰다. 이어 "너 진짜 사랑해. 난 도저히 어쩌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너를 사랑할 것 같다"라며 거절할 수밖에 없었던 분이를 이해했다.
'육룡이 나르샤'에서 터진 유아인표 로맨스는 그야말로 치명적이었다. 11년 전 소지섭이 외쳤던 "밥 먹을래, 나랑 같이 죽을래?"의 아성을 잇는 고백으로 수많은 여성을 잠 못 이루게 만들었다. 고려에서 꽃 핀 유아인의 순정. 조선건국보다 그의 사랑건국이 매주 월화 저녁을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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