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독설 연기를 할 때, 그 모습이 어색해 보이길 바랐어요."
MBC '그녀는 예뻤다'에서 모두에게 까칠해도 내 사랑에게만은 따뜻한 지성준을 연기한 배우 박서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연기는 안방극장 여심을 휘어 잡았지만, 이 양면의 매력을 지닌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박서준은 많은 고민들을 했을 터였다.
박서준은 "그런 양면의 모습을 다 살리고 가야하는게 저의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이중인격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설득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며 "독설을 하면서도 그게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상황에 필요하니까 독설을 하면서도 그게 어설픈, 소리 지르지만 혼자서 떨고 있는 느낌들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당시의 감정을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박서준은 차갑지만 남모를 약점이 있고, 허당기도 다분한 지성준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박서준은 이처럼 남성적인 카리스마와 모성애를 자극하는 여린 면모를 동시에 간직한 지성준 역할을 통해 '지부편앓이'를 양산, '대세'로 거듭났다.
|
잘 몰랐는데, 요즘 인터뷰를 하면서 조금 실감할 것 같다. 최근에 게릴라 인터뷰 같은 것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니까 저도 모르게 제 입에서 '제가 이 정도 인 줄 몰랐다'는 말이 나오더라.(웃음)
-'그녀는 예뻤다' 어떤 매력에 끌렸나.
초반 대본이 재미있었다. 최근에 지상파 드라마에 로코가 별로 없었는데 그런 부분에서 경쟁력도 있을 것 같고. 까칠하고 그런 역할을 해 본적이 별로 없으니까. 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스타일의 까칠함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약간 시트콤 같으면서, 뒤로 갈수록 멜로 감정이 어떨까 궁금증도 있었다. 대본에서 주는 흡입력이 있었다.
-처음 지성준이 김혜진 향해 독설도 많이 하고 갈등이 거듭 돼 시청자 사이에 거부 반응도 있었던 것 같다.
말 자체가 좀 공격적인 표현이 있어서, 방송이 되고 이렇게까지 나빠 보일지는 몰랐다. 촬영을 하면서, 또 촬영하기 전부터 생각 한 게, 지성준이 원래 악역이 아닌데 '뭣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까' 하는 점이다. 근데 보니까 혜진이인줄 알았던 하리한테는 또 안 그런다. 원래 이런 사람은 아니구나. 일 할 때만 이렇게 하네. 그래서 독설을 하면서도 그게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중인격은 아니니까. 하하. 상황상 필요해서 독설을 하면서도 그게 어설픈 모습, 소리는 지르지만 혼자서는 떨고 있는 느낌들. 그런 의도가 있었는데 잘 표현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그런 독설가적인 면이 있는 한편 다정함까지 갖춘, 극과 극 면모를 갖고 있어서 연기할 때 어려움이 있었겠다.
중간 과정을 다 보여줄 수 없지 않나. 그렇다고 독백으로 과정을 다 설명할 수도 없다. 그런 양면의 모습을 다 살리고 가야하는게 저의 미션이라고 생각했다. 이중인격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설득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중심을 잃지 말고 가야겠다고. 만약 초반에 시청자들 반응에 흔들렸다면 힘들었을 거다. 드라마는 대본(후반부 이야기)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상태로 연기 해야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뒤에 잘 설명이 될 것이라는 믿음은 가져야 하는 것 같다.
-초반에 아무래도 여주인공의 캐릭터가 부각돼서, 남주인공으로 어떻게 임팩트를 줄 수 있을지 고민한 부분은 없는지.
성준에게 중요한 것은 첫사랑 혜진과 모스트팀을 살리는 것. 그 목적들을 위해 달려간다. 성준이만의 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비중이나 임팩트)에 대해 걱정한 것은 없다. 오직 어떻게 성준을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얘가 할 수 있는 표현은 뭐가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다. 상황상황의 표현들이 중요했다. '생략된 부분들에서 어떻게 감정선을 가지고 가야할까' 그런 고민들이었던 것 같다.
|
'로코킹'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하하. 모든 연기자가 그렇듯이 저도 저만의 방식이 있는 것 같다. 제가 아닌 성준이라면 어떨까 생각했다. 혜진이를 직장 동료로 만났다면 또 달랐겠지만, 첫사랑이었기에 애정 표현이 좀 더 다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오래 아는 사이로서 어떻게 설렘을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럼 박서준의 실제 연애 스타일은 어떤가. 지성준처럼 다정한 편인가.
아마, 다정...하겠죠?(웃음) 지금같이 궁핍할 때는 좀 더 다정하지 않을까. 근데 대본 보면서 '이렇게 하면 여자들이 좋아하는구나' 하고 배우는 것도 있다. 예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여성분들이 설레는 부분은 어쩌면 별거 아닌데 있는 거 같다. 뭔가 하고 싶다고 했을 때, 그것을 기억해서 해줄 수 있는 것. 그런게 중요하구나 싶다.
-이번에 성준이한테 특별히 배운 점은?
성준이 같은 순애보를 요즘엔 찾기 힘든 것 같다. 성준이라는 캐릭터가 시청자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 오랫동안 한 여자만 바라보는 마음,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아니었을까. 여러 사람보다 한 사람한테 최선을 다하는게 맞는 것 같다. '6년째 연애중' 처럼 많은 로맨스 영화에서 사랑의 감정이 식고 변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건,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성준이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황정음과 두 번째 호흡이다. 황정음이 박서준과 호흡에 대해 '탁하면 척하고 나온다'고 할 정도라던데, 본인이 느끼기에 어땠나.
잘 맞았다. 연기 스타일이 잘 맞았던 것 같다. 대본을 보고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리허설이나 호흡을 맞춰보면서 즉흥적으로 맞추는 부분들도 있다. 황정음 누나의 성향을 좀 알기 때문에 부담없이 먼저 물어보고 맞춰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연기 스타일이 좀 안 맞거나 얘기가 잘 안 통하면, 내 부분 연기 하기도 불편하고 눈치보이는 것도 있다. 누구 한 명이 주도하는게 아니라 서로 장면에 따라 상의하면서 연기했던 것 같다. 제가 의지를 많이 했다.
-남매로도, 연인으로도 호흡을 했는데. 황정음과 또 만나게 된다면 어떤 관계로 만날까.
글쎄...아들?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옛날의 엄마를 만나는 그런 것 어떨까. 하하. 사실 이번 작품 끝나면서 '당분간은 못 만날 것 같다'는 얘기를 서로 했다. 대신 경쟁작에서는 만나지 말자고 했다.(웃음)
-출연했던 배우들과 다들 사이가 좋은 듯하다. 최시원은 동생 결혼식에 와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드라마 시작할 때부터 그날은 스케줄을 빼달라고 말씀을 드렸었다. 낮에는 일정을 좀 빼서 결혼식에 갔는데, 시원 형이 중간에 텀이 생겼다면서 와줬다. 정음 누나도 축의금 보내주고. 너무 고마웠다. 제 결혼식도 아니고 동생 결혼식이라 말하기도 그랬는데. 지인들이 불편할 수도 있어서 특별히 말씀 안 드렸는데 매니저한테 연락해서 일부러 와줬다. 그래서 '형한테 일 있으면 꼭 가겠다'고 했다.
|
저만의 방법이나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제 입으로 말하기가 애매한 부분이다. 오히려 '진짜 그렇게 보이나요? 왜 그럴까요?' 하고 여쭤보고 싶다. 굳이 생각해 보자면 상대를 존중하려고 하고, 받아 들이려고 하고, 얘기를 들으려고 하고. 그런 것이 아닐까. 연상과 호흡이 많았는데, 제가 누나들을 어려워하는 건 없다. 능글맞기도 하고 편하게 다가가려고 하는 스타일인데,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일 수 있겠다.
-지부편은 완벽해 보이면서도 음치라던지 술 한 잔에 쓰러진다던지 하는 허당 매력이 있었다. 박서준에게도 그런 약점이 있들까.
약점이야 많죠. 완벽하게 잘 하는 것은 별로 없다. 춤은 진짜 못 추고, 예능감도 별로 없느 것 같다. 드라마는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미션이 있으면 편집으로 잘하게 보일 수도 있다. 노래도 (음치는 아니지만) 가수처럼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주량은 성준이 정도는 아닌 것 같고, 적당히 분위기 맞추는 정도는 되는 것 같다.
-까칠했던 성준의 성격이 바뀌는 부분이 좀 더 매끄러웠으면 하는 반응도 있더라.
연기 대본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보이는 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데 시청자들이 그렇게 느꼈으면 제가 표현을 못 한 게 아닐까. 시청자들이 불편하게 느끼졌다면 제가 좀 더 잘 표현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사람도 연기도 없고 3박자가 잘 맞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작품이든 완벽한 건 없다고 생각하고 견해에 따라 갈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 사람만을 위한 것이 아닌 여러 사람이 보는 작품이라. 그런 부분에 있어서 평가가 있다면 반성하고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 아닐까.
-결말에 대해서는 만족하는지.
시청자들의 반응에 의해 결말이 바뀌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이번엔 작가님이 처음부터 생각한 구도가 있었고, 그렇게 나온 결말 같다. 해피엔딩이라고 예상했다. 스릴러도 아니고 갑작스런 반전이 나오진 않을 것 같았다. 나름대로 마음에 드는 결말이다. 성준이와 혜진이 딸도 나왔는데 보면서 '쟤가 내 아이야?' 그랬다. 분장한 모습 보니 아주 귀엽더라. 마지막 장면 즐겁게 찍었다. 마침 비도 와서, 드라마 시작할 때랑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좋았다.
-결방 사태 났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 시청자들 항의가 거셌는데.
아쉬웠다. 짝수로 방영이 되는데 한 회가 끊기면 맥이 끊기는 게 있기 때문에 아쉬웠다. 결방 후 반응을 보고 우리 드라마가 정말 핫하구나 생각했다. MBC에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 그 다음날 상암 MBC에서 촬영하는데 공교롭게 점심시간이라 많은 분들이 오가셨다. 본부장님이랑 CP님도 마침 지나가다가 '방송 결방 안 하도록 건의 해 보겠다'고 하시더라. 그때 열기가 대단하구나 실감했다.
-차기작 계획은?
'그녀는 예뻤다'가 끝난지 얼마 안 돼서, 아직은 모르겠다. 드라마를 하고 있을 때는 다른 대본은 볼 틈이 없으니까. 그러고 보면 OST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웃음) 인터뷰 다 마치고 나면 차근차근 볼 생각이다. 지금의 모습에서 너무 벗어난 역할보다는, 자신있는 것들에 한해 계속 해 볼 생각이다. 매력있으면 아주 새로운 역할, 예를 들어 악역이라던지, 그런 연기에 도전해 보겠지만. 좀 더 차근 차근 신중하게 생각하고 싶다.
-'대세'로 떠올랐는데, 지금의 인기에 대한 들뜸이나 두려움이 있을까.
인기나 돈에 연연하고 싶지는 않다. 처음에는 작품을 할 수 있는 환경만 되도 얼마나 행복할까 싶었다. 지금은 조금 더 많은 신을 연기할 수 있게 됐고, 조금 더 깊은 감정을 연기할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초심은 변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드라마 할 때는 대중들에 계속 노출이 되니까 인기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인기가 식을 걸 두려워하는 순간 중심이 무너지는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이 굉장히 부담스럽기도 하고 오히려 어색하다. 본분에 충실하면서 좋은 역할과 연기로 찾아가는게, 꾸준히 응원해주시는 분들께 보답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ran613@sportschosun.com
※보도자료 및 기사제보 news@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