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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천하] "女봐라" 박미선-이영자, 예능판 호령하는 '여걸 기개'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5-10-15 11:42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웃음과 유쾌함이 가득할 것 같은 화려한 예능국(藝能國)의 뒷모습은 대중의 상상과는 사뭇 다르다. 살아남기 위해, 대중의 사랑을 얻기 위해 수많은 예능인들과 예능 프로그램들은 총성없는 총알이 오가고 칼날 없는 계속되는 전쟁터 한복판에 기꺼이 몸을 던진다.

오랜 역사를 보더라도 이런 전쟁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다. 이 곳, 예능국도 마찬가지. 현재 '국민MC' '4대천왕' 등 여러 가지 수식어로 불리며 대한민국 예능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예능인들이 모두 남성인 것만 봐도 그렇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여성 예능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며 예능판을 휘젓고 있는 여성 호걸(豪傑)들이 있다. 남성 MC들과 어깨를 견주는, 아니 그들의 휘어잡는 막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여장부(女丈夫)를 들여다 보자.

가장 대표적인 여장부는 바로 박미선이다. 무진년(戊辰年·1988년) MBC 개그콘테스트에서 금상을 받고 27년간 고된 개그우먼의 길을 걸어온 그녀는 지금은 널리고 널린 '미녀 개그우먼'의 시초라 하겠다. 예쁘고 늘씬한 외모의 소유자인 그는 데뷔 초반 코미디언으로서 콩트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그가 사랑받았던 이유는 예쁜 외모 때문이 아니었다. 예쁜 외모가 무색하게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은 진정한 개그우먼의 정신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 여걸로서 진가를 발휘한 것 2000년대 들어서 프로그램 진행을 맡기 시작한 이후 부터다. 론칭 초반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MBC '세바퀴'를 중년 시청자의 대표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게 해줬던 건 박미선의 공이 크다. 박미선은 가녀린 몸을 하고 이경실·조혜련·조형기 등 드세고 기센 패널들을 균형을 이뤄내는 기막힌 진행 능력을 보여줬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기 할 말 다 하고야 마는' MC 김구라·이휘재 사이에 앉아 프로그램의 부드러움을 더해주기도 했다.

박미선이 가장 잘하는 건 시청자와 게스트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내는 생활 토크다. 그녀는 과거 남편 이봉원의 사업 실패, 한 남자의 남편이자 아이의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 등 자신을 삶을 직접 언급함으로써 공감을 이끌어내고 게스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뿐만 아니라 게스트의 가슴 아픈 사연에 가장 먼저 눈시울을 붉히며 진심으로 공감할 줄 아는 따뜻한 진행으로 시청자의 지지를 받았다.

그런 그녀의 능력이 가장 빛을 발했던 프로그램이 바로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킨 KBS2 '해피투게더'. 최근 박미선은 대대적인 개편을 맞은 '해피투게더'에서 아쉬운 하차를 했지만, 목요일 밤을 책임지던 그녀를 그리워하는 시청자의 목소리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두번째 여장부는 바라보기만 해도 무게감이 느껴지는 25년차 베테랑 개그우먼 이영자. 그녀는 원톱 MC가 가능한 여성 방송인 중에서 먹방과 몸개그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 하겠다.


신미년(辛未年·1991년) MBC 개그콘테스트로 데뷔한 그는 데뷔하자마자 갑술년 (甲戌年·1994년)부터 신사년(辛巳年·2001년)까지 방영된 SBS '기쁜 우리 토요일' 콩트 코너에서 대활약하며 그야말로 '영자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절친 홍진경과 버스 안내양으로 출연한 그녀는 화려한 스타 게스트들을 자유자재로 주무르며 "안계시면 오라이~"라는 인생 유행어까지 탄생시켰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크나큰 굴곡이 있었다. 지방 흡입 다이어트 파문에 휩싸였던 것. 2007년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에 출연하며 재기에 기지개를 켰지만 이후 MC를 맡은 '지피지기' '쇼바이벌' 등 프로그램이 저조한 시청률로 일찌감치 막을 내려 '영자의 전성시대'는 이제 추억으로 남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영자가 누구던가. 밀어붙이는 자신의 개그 스타일을 믿고 뚝심으로 서서히 자기 자리를 차지했다. 진행자의 자리가 아닌 게스트로 참여한 '해피투게더'에서 과감한 셀프 디스와 절친 김영철과의 찰떡궁합으로 그날 방송을 '이영자 특집'으로 만들더니 진행을 맡은 KBS2 '안녕하세요'에서 이영자의 진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신동엽·정찬우·김태균이라는 기 세고 거친 남자 MC들을 주무르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발산했고, 고민을 가지고 출연한 일반인 게스트에게는 편안한 언니가 됐다. "이영자는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10분 전 일반인 출연자들의 대기실을 찾아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풀어주는 시간을 갖는다"는 김태균의 증언에서 그녀의 재기는 운이 아닌 노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여장부 박미선·이영자가 든든히 버티고 있지만 아직까지 정글과 다를 바 없는 예능국에서 여성 예능인이 설자리는 아직까지 좁은 게 사실이렸다. "요새 예능은 남자들이 나와서 지들끼리 다 해먹는다. 그래서 속상했다. 여자들도 내년에 힘을 합쳐 좋은 프로그램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소신이 담긴 박미선의 수상소감(2013년 'KBS 연예대상'에서 쇼오락MC 부문 여자 최우수상한 뒤)처럼 여성 예능인들이 비상할 날을, 또한 여성호걸 박미선·이영자의 보여줄 끝도 없는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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