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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나 혼자 산다', 이 시대 꼭 필요한 힐링 예능인 이유

최보란 기자

기사입력 2015-09-16 11:38


MBC '나 혼자 산다' <사진제공=MBC>

[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스타의 일상에서 '힐링'을 얻게 되는 것은 왜일까.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싱글 라이프를 담은 MBC '나 혼자 산다'가 최근 새 출연진을 맞으면서 더욱 다양해진 1인 가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고정 출연진 뿐 아니라, 일일 무지개 회원들의 삶을 보여주는 '무지개 라이브' 코너를 통해 틈틈이 보여주는 스타들의 일상도 이색 볼거리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 2013년 2월 '남자가 혼자 살 때'라는 제목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 된 뒤, 시청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3월 정규편성됐다. 1인 가구가 늘어가는 세태 속에 혼자사는 스타들의 일상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는 꼭 싱글족이 아니더라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역이다.

아이돌 그룹 멤버부터 중견 연기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업은 비교해 보는 재미를 더했다. 그간 '나 혼자 산다'에서는 김태원, 노홍철, 서인국, 강타, 이성재, 양요섭, 김민준, 노홍철, 데프콘, 파비앙, 이태곤, 김광규 등 다양한 연예인들이 자신의 일상을 시청자들과 공유했다. 현재는 김용건, 전현무, 육중완, 강남, 김동완, 황석정, 강민혁, 김영철이 출연중이다.

최근 '나 혼자 산다'에서는 도끼가 게스트로 출연해 눈길을 모았다. 화려한 생활로 잘 알려진 도끼를 일각에서는 '허세 래퍼'로 보기도 했다. 도끼는 방송을 통해 어려운 어린시절, 음악만을 유일한 희망으로 여겼던 사연과 음악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술, 담배, 욕설을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정신수양의 시간을 갖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에 대한 편견까지 깨버렸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성공을 일군 도끼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반전과 감동을 선사했다.

그런가하면 하정우의 아들로서 면모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버지 김용건과 식사 자리를 가진 하정우는 여느 부자와 마찬가지로 조금은 어색하고 쑥스러운 모습이었다. 말을 많이 나누지는 않았지만, 담백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이들 부자의 모습은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아버지를 살뜰히 챙기는 강남에 대해 고마워하는 하정우의 모습도 '나 혼자 산다' 시청자들이라면 공감을 사는 부분이었다.

'나 혼자 산다'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이처럼 화려한 스타들의 이면에 감춰진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내고, 우리와 동떨어진 삶을 살 것 같은 스타에게서 공감 포인트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한국 생활에 서툰 강남이 어떻게 한국 생활에 적응해가느지 함께 지켜봤고, 옥탑방 생활을 낭만있게 즐기는 육중완의 긍정 마인드를 엿봤다. 김용건은 중년의 싱글라이프도 멋지게 즐길 수 있음을 보여줬고, 혼자 삶에 익숙지 않던 전현무가 생활 방식을 조금씩 바꿔나가는 모습이 공감을 줬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알뜰하게 사용하는 김동완의 모습도 혼자사는 이들에게 귀감이 됐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이 지극히 자연스럽다는 것이 '나 혼자 산다' 최대의 매력이다. 연출자 최행호 PD는 스포츠조선과 만난 자리에서 "'나 혼자 산다'는 인위적인 것을 가능한 배제하고 최대한 무지개 회원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새로운 프로그램이 등장하거나 편성이 바뀌거나 하는 일은 늘 있지만, 이에 동조하지 않고 프로그램 초기의 기획의도를 지켜가려고 한다"고 제작 방향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출연진 변화 조차 제작진의 의도가 아닌, 대부분 스케줄이나 개인 사정에 따른 의견 조율의 결과다. 최근 김광규 하차의 경우에도 결혼을 기원하는 무지개 회원들의 따뜻한 환송회 속에 거부감없이 그려졌다. 시시각각으로 포맷이 바뀌고 출연진이 교체되고 요즘 예능계에서 보기 드문 마무리였다.


물론 평범한 일상만으로 방송을 꾸려갈 수 없다. 매회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하는 출연자들의 고민이 없지는 않을 것. 방송이 아니었다면 이들은 캐나다 여행이나 자전거 출근하기, 생애 첫 건강검진과 같은 새로운 도전에 나서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인위적이라고 하기 보다는, 시청자들에게 더 다양한 볼거리를 보여주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다. 시청자의 눈을 엄마의 눈초리 삼아 생활을 가꿔나가는 무지개 회원들의 모습에서 어느새 시청자들이 이들 삶의 일부가 됐음을 느낄 수 있다.

혼자사는 남녀라는 것만으로 서로 동질감을 갖고, 가끔은 둘이 되고 셋이 돼 시간을 공유하는 이들의 모습도 색다른 재미다. 무지개 회원으로 만나 서로의 취미를 배워보고 때론 도움을 청하며 함께 발전해가는 이들의 모습은, 결국 세상은 더불어 사는 것임을 일깨운다. 이들의 삶을 지켜보고 노하우를 실천하는 시청자들도 어쩌면 제9의 무지개 회원이다.

1인 가구와 소통의 단절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담고, 시청자와 함께 성장해 가는 '나 혼자 산다'. 매주 금요일 밤 따뜻한 위로와 대리만족, 공감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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