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PPL의 늪이다.
SBS 수목극 '용팔이'가 이번엔 PPL로 시청자들에게 당혹감을 안겼다. 2일 방송된 '용팔이'에서는 김태현(주원)과 한여진(김태희)의 러브스토리가 그려졌다. 김태현과 한여진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성당으로 몸을 숨겼고, 각자 숨겨왔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신뢰를 쌓아갔다.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갈던 두 사람이 갑자기 멜로 영화를 찍고 있는 한가한 상황도 당황스러웠지만 그보다 더 눈을 의심케 했던 건 뜬금 없는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등장한 PPL. 김태현과 한여진의 달콤한 데이트 장면에서 갑자기 방 구하기 애플리케이션 PPL이 나왔다. 시청자의 눈에 광고를 들이밀듯 대놓고 펼친 노골적 홍보였다. 해당 애플리케이션 사용 장면으로 가득 채워진 화면은 그야말로 뜬금포 PPL의 진수였다.
사실 '용팔이'의 문제는 이것만은 아니다. 복수와 두 남녀의 멜로가 극의 중심 코드라고는 하나, 메디컬과 멜로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극 전개로 혼선을 빚고 있다. 초반 탄탄한 구성과 스피디한 전개로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만 갑작스럽게 중심을 잃은 모양새. 극 초반 '오랜만에 웰메이드 드라마가 나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시청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스토리가 산만해졌을 뿐 아니라 개연성도 떨어지고 있다. 김태현과 한여진이 갑자기 사랑에 빠지게 된 배경 등 중요 스토리라인의 설명이 부족하다. 또 알고보니 수녀가 간호장교 출신이라는 등 끼워맞추기 식 전개 역시 문제다. 그럼에도 꾸준히 시청률 1위 자리를 지켜왔던 건 초반 눈길을 사로잡은 설정과 박진감 넘치는 전개 덕분. 주원-김태희의 비주얼 케미와 주원 정웅인 등 배우들의 열연도 한 몫했다. 터닝포인트를 도는 시점에서 불거지고 있는 문제점들. 그동안 빡빡한 촬영 여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노력이 무색할 지경이다. PPL 논란까지 불러 일으키며 배우들의 열연에 발목을 잡는 상황은 안타까울 정도다.
갑작스럽게 다운그레이드된 극 전개에 배신감을 느낀 시청자 역시 '그래 방구할 땐 직방이다 됐냐', '연기하는 주원도 민망했겠다', '다 된 주원에 직방 뿌리기'라는 등 쓴소리를 남기고 있다.
과연 '용팔이'가 스토리-연출-배우의 3박자를 고루 갖춘 웰메이드작 KBS2 '어셈블리'나 흡혈귀라는 판타지 코드에 이준기를 매치해 신선함을 안기고 있는 MBC '밤을 걷는 선비'의 역공을 버텨낼 수 있을까. 지금부터는 제작진이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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