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하기로는 세계 챔피언 급이다. '부탁해요, 엄마'의 앙숙 모녀, 유진과 고두심 말이다. 그러나 드러내는 방식은 달라도 서로를 생각하는 깊은 속정이 있었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의외의 뭉클함을 선사했다.
물론 모진 소리를 퍼부은 산옥도 마음이 편하진 않았다. 녹물로 젖은 진애의 옷을 보며 "어떤 썩을 놈의 자식이 남에 딸한테 물을 끼얹어"라는 괜한 분풀이를 해봤지만 "엄마 나한테 이러는 거 지긋지긋해서 진짜 나가고 싶었어"라던 딸의 말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아무리 밉다 한들, 열 달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원수 같을 수는 없을 터. 그렇기에 산옥 역시 하나뿐인 딸의 말이 신경 쓰였다.
세탁소에 맡겨도 녹물이 빠지지 않은 진애의 옷을 보며 산옥은 퇴근하는 딸을 마중 나갔다. 당연히 형규를 기다리는 줄 알았건만, 자신을 기다렸다는 산옥의 말에 놀란 진애. 산옥은 진애를 곧장 의류매장으로 데리고 갔다. 웬 옷이냐는 진애의 말에 "회사에 입고 다닐 정장 좀 보여주세요"라며 추천을 받았다. 불필요한 단어는 찾아볼 수 없는, 무뚝뚝함의 1인자다운 화법이었다.
보통의 모녀처럼 서로 예쁜 옷을 골라준 것도 아니었고, 10분도 채 걸리지 않은 쇼핑이었다. 그렇지만 산옥 또한 말만 험할 뿐이지 마음속으로는 진애를 아끼고 생각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대목이었다. 그렇다면 산옥은 어째서 진애에게만 모진 말을 내뱉는 걸까. 형규의 생일에 진애와 다투며 "너 그때 그렇게"라고 얘기를 꺼냈다가 도로 입을 닫았던 산옥. 분명 말 못할 사정이 있으리라.
옷 한 벌 샀을 뿐인데, 훈기가 감돈 모녀의 쇼핑 데이트. 이들의 훈훈함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매일 다퉈도 가만 보면 서로를 향한 정이 느껴지는 모녀 이야기로 인기 수직상승 중인 '부탁해요, 엄마'. 오는 29일 저녁 7시 55분 KBS 2TV 제5회 방송. <스포츠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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