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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이날 알펜시아 리조트 주차장이 미쳐 다 수용하지 못한 차량들이 입구부터 즐비해 가요제를 찾은 인파 짐작케 했다. 관람객들은 공연장 입구에 차분히 줄을 지어 입장을 기다렸다. 오후 5시 입장이 시작되자 가벼운 발걸음으로 공연장을 향했다. 현장은 벌써 축제 분위기였다.
공연장 현장 수용 인원은 3만명으로 입장 가능 인원은 이날 오전 11시께 일찌감치 마감됐다. 제작진은 이날 오전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메인 무대 수용인원(3만 명)이 마감됐다. LED로 생중계되는 '제2공연장'(수용인원 1만 명)이 마감됐다고 알리며 성원에 고마움을 전했다.
따가운 여름 햇살 밑에서 오랜 시간 기다린 관람객의 손에는 텐트를 비롯해, 돗자리, 모자, 양산 등이 손에 들려있었다. 긴 기다림에 지쳤을 법도 하지만 입장의 순간 만큼은 밝은 표정이었다. 좌석 마감으로 입장하지 못한 관람객들은 입구를 떠나지 못한 채 서성이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스키점프대가 보이는 멀리 산중턱에는 먼 발치에서나마 공연을 보려는 일부 방문객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본 공연에 앞서서는 'G.Pack' 박명수가 화려한 디제잉쇼로 분위기를 달궜다. 화려한 LED 조명 속에서 박명수는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디제잉 실력을 뽐내며 익숙하게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불꽃쇼까지 더해져 더욱 화려한 디제잉쇼가 끝나자, 3만명의 관객은 뜨거운 환호로 화답했다.
이날 광희와 지디&태양의 '황태지'가 '맙소사'라는 첫 번째로 무대에 올랐다. 두 번째는 박명수와 아이유의 '이유 갓지 않은 이유'팀이 '레옹' 무대를 선보였다. 하하와 자이언티의 '으뜨거따시'는 'Sponsor'를 들고 세 번째 무대를 책임졌다. 정준하와 윤상은 '상주나'는 ' My Life', 유재석과 박진영의 '댄싱 게놈' 팀이 'I'm so sexy', 정형돈과 오혁은'멋진 헛간' 무대를 연이어 펼쳤다.
광희와 지디&태양의 '황태지'가 '맙소사'라는 첫 번째로 무대에 섰다. 테디와 지드래곤이 함께 만든 '맙소사'는 찹쌀떡 같은 우정을 강조하는 내용의 힙합 댄스곡. 듣는 이들 또한 신나게 즐길 수 있을 만큼 에너지가 넘쳤다. 88년생인 동갑내기 세 사람의 만남을 유쾌하게 담아낸 가사가 신명나게 반짝이는 무대 의상을 입은 세 남자는 특히 광희는 금발 머리로 화려하게 변신, 이제껏 볼 수 없었던 파워풀한 안무를 소화하며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한 팀이라고 해도 어색함이 없는 멋진 팀워크를 과시했다.
박명수와 아이유의 '이유 갓지 않은 이유'팀이 개성있는 '레옹'무대로 열기를 이어갔다. '레옹'은 차가운 도심에서 뿌리 없이 떠돌던 레옹과 마틸다가 알 수 없는 감정에 이끌려 서로에게 점점 다가가는 이야기를 담은 곳. 레트로 블루스 풍의 멜로디로, 직설적이면서도 새침한 마틸다와 냉소적이면서도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레옹의 성격이 돋보이는 가사의 곡이다. 아이유는 마틸다의 상징인 초커 쓴 채 목걸이와 단발 머리로 등장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박명수 또한 레옹을 연상케 하는 동그란 선글라스와 모자로 분위기를 압도했다. 방송에서 박명수가 어려움을 겪었던 랩 파트도 완벽하게 소화해 눈길을 모았다. 이날의 무대는 레트로 블루스로 마무리 되는 듯했으나 놀라운 EDM으로 전환되며 반전을 선사했다.
세 번째로 무대에 오른 하하와 자이언티의 '으뜨거따시'는 'Sponsor'를 들고 세 번째 무대를 책임졌다. 'Sponsor'는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키는 리듬과 락킹한 기타 라인이 돋보이는 전형적인 팝 사운드로, 두 사람의 독특한 음색이 더해져 음악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랑하는 이에게 원하는 것은 뭐든 해주는 스폰서를 자처하는 노래 가사가 두 사람의 개성있는 보이스, 절제된 춤사위와 어우러져 섹시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두 사람은 말미에 준비했던 무대 효과 중 하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으나, 무대 자체만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
6팀 중 절반인 3팀의 공연이 끝난 뒤 유재석은 "이쯤에서 잠시 특별한 무대를 공개하겠다"며 번외 무대를 소개했다. 이번 가요제에서는 6팀의 본 공연과 더불어, 10주년을 맞아 시청자 투표로 선정된 역대 가요제 명곡 BEST3도 공개된 것. 3위는 2011년 무한도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 GG(박명수, 지드래곤)의 '바람났어'. 지디와 박명수가 오랜만에 재회해 흥겨운 무대를 연출했다. 당시 피쳐링을 맡았던 박봄을 대신해 아이유가 무대에 등장해 색다른 호흡을 펼쳤다. 2위는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에서 하하가 대상을 차지한 '키 작은 꼬마 이야기'였다. 하하는 자전적인 스토리를 진솔한 가사와 담백한 멜로디에 녹여낸 무대로 초대 가요제 대상 수상자다운 무대를 선보였다. 1위는 2011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에서 '처진 달팽이'(유재석 이적)가 불렀던 '말하는 대로'였다. 이적이 깜짝 등장해 유재석과 듀엣 공연을 선보여 감동을 전했다. 정형돈은 "4위는 명카드라이브(박명수+제시카) '냉면' 5위는 유재석이 부른 '삼바의 여인'"이라고 덧붙였다.
세 팀의 공연이 끝난 뒤 카메라 한 대가 잠시 이상이 생겨 녹화가 중단되는 돌발 상황도 있었다. '국민MC' 유재석의 노련한 진행력이 돋보였다. 유재석은 댄스를 요구하는 관객들의 환호에 준비된 음악 없이 박수를 유도, 멋진 코믹 댄스로 공연 사이 간극을 메웠다. 박명수가 무대에 올라 유재석과 호흡을 맞춰 평창 이행시를 선보이는가하면, EDM에 맞춰 격렬한 춤을 추며 기다림 조차도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었다.
각자의 이름을 합친 '상주나'라는 팀명을 지은 정준하와 윤상은 랩과 일렉트로닉 비트의 절묘한 조화에 팝 분위기를 가미한 일렉트로닉 댄스(EDM) 트랙' My Life'를 선보인다. 초보래퍼 정준하의 독특한 래핑과 객원 보컬 씨스타 효린의 폭발적인 가창 파트가 중독성을 발휘한다. 특히 정준하의 변신은 놀라웠다. 방송 초반 어색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랩을 소화한 정준하는 효린과 호흡으로 파워풀한 댄스까지 소화해 환호를 자아냈다. 여기에 윤상의 서정적인 목소리가 더해져 다채로운 느낌의 무대가 완성됐다.
유재석과 박진영의 '댄싱 게놈' 팀이 이날 가요제의 다섯 번 째 팀이었다. 이들이 부른 'I'm so sexy'는 재즈적 요소를 펑크에 결합시킨 재즈펑크곡으로 섹시함을 숨기고 사는 유재석과 섹시함을 도무지 숨길 수없는 박진영이 섹시함을 폭발시키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유재석과 박진영은 댄스에 대해 강조해 온 만큼, 무대에서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파란색 의상의 유재석과 빨간색 의상의 박진영은 극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섹시하고도 리듬감 있는 댄스로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중독성있는 멜로디와 춤사위가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정형돈과 오혁은 이날 가요제의 대미를 장식하며 평창의 밤을 후끈하게 달궜다. 이들이 부를 '멋진 헛간'은 탕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곡으로, 어렸을 때부터 나만 위해 살아온 주인공이 순간 돌아보니 '내가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표현했다. 유쾌한 컨츄리 리듬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공연의 막바지를 신명나게 했다. 특히 가요제 직전까지 팀명을 정하지 못했던 이들은 노네임으로 무대에 오르게 됐다. 유재석은 정형돈과 혁오의 공연 직전 관객들에게 즉석으로 팀명을 공모, '5대 천왕'이라는 기발한 이름을 얻었다. 정형돈은 "오래 고민했지만 이런 이름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고 감탄했다. 유재석 또한 "이제 즉석으로 될 지 몰랐는데 된다"라며 놀라워 했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 출연진은 모두 무대에 올라 오랜시간 기다려 주고 비 속에서도 열정적으로 호응해 준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화려한 불꽃놀이와 더불어 멤버들과 가수들은 관객들의 안전한 귀가를 바라며 "2017년 또 다시 가요제로 돌아오겠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무한도전' 가요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업그레이드 된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엔 멤버들끼리의 소규모 음악회 정도였던 규모가 이제는 전국민이 즐기는 축제로 발전했다. 특히 이번 가요제는 광희·지드래곤·태양, 박명수·아이유, 하하·자이언티, 정준하·윤상, 유재석·박진영, 정형돈·혁오가 팀을 이룬 가운데,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음악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았다. 무엇보다 가요계에서 내로라 하는 뮤지션들의 새로운 모습이 예고돼, 다시 보기 어려운 무대가 펼쳐졌다.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던 이번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는 오는 22일과 29일 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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