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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양대 거물정치가인 장현성과 박영규가 극과 극의 상반된 정치스타일로 '어셈블리'에 풍미를 더하고 있다.
반면 백도현의 최대 라이벌이자 반청계의 수장인 5선의 노(老)정객 박춘섭은 학식은 풍부하지 않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는 당권탈환이라는 비전아래 추종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통해 충성심과 권위를 유지하는 보스형 리더의 표본이다. 자신의 정적 백도현을 마치 손안의 고슴도치 다루듯 조심스럽게 밀당하는 노련함과 굽힐 때는 굽히고, 노릴 때는 기민하게 움직이는 승부사기질을 함께 지녔다. 직접 만나 얼굴 보고, 밥을 먹고, 덕담을 한 뒤, 밑도 끝도 없이 봉투를 건네는 그의 전통적인 계파관리방식은 민심으로는 백도현의 상대가 되지 않지만 당심은 백도현을 압도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백도현의 정치가 철저한 시뮬레이션에 기반한 디지털에 비유된다면 박춘섭의 그것은 주판알 튕겨가며 저울추를 매달아보고 그 기울기를 가늠해보는 아날로그다. "살면서 져본 적이 없다"는 백도현은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행보에 치중하는 나머지 지나친 과신과 과욕에 차 있는 상황. 이에 반해 "진정한 승부사는 패배가 만들어 낸다"는 박춘섭은 백도현의 계산된 도발에도, 진상필의 치기 어린 시비에도 '내비둬'라며 섣불리 대응하지 않고 진득하게 진퇴, 공방의 타이밍을 재는 승부사의 본능을 보여왔다. 백전노장의 오랜 경륜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어셈블리'는 무식해서 용감하고, 단순해서 정의로운 용접공 출신 국회의원 진상필이 '진상남'에서 카리스마 '진심남'으로 탈바꿈해가는 유쾌한 성장 드라마. 그 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국회'의 세세한 이면과 '정치하는 사람들'의 사실감 넘치는 에피소드들을 통해 한국 정치의 단면을 가감 없이 그려내고 있다.
'어셈블리' 9회는 오늘(12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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