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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표향 기자] 드라마 속 악녀들이 시청자들의 '욕받이'가 되던 시대는 지났다. 매력적인 악녀는 속 없이 착한 주인공보다 주목받는다. 물론, 악행마저 설득시키는 빼어난 연기력이 뒷받침돼야 하겠지만 말이다.
'여자를 울려' 시청자들에게 한이서는 강렬한 인상으로 새겨진 듯하다. 한이서의 중저음 목소리에 이유없이 거부감이 든다는 시청평도 봤다고 한다. 그만큼 악녀 강진희의 존재감이 돋보였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실제로는 연출자에게 "배우에게 꼭 필요한 유니크한 악기"라고 칭찬받은 명품 목소리다. '공기반 소리반'이 빚어낸 듯 매력적으로 들린다.
'여자를 울려'로 처음 한이서라는 이름을 알렸다. 올해 나이 서른. 무명의 시간이 길었다.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연기자의 꿈을 품었고, 국악예고 음악연극과를 거쳐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서 공부했다. 스무살 이후에 본 오디션만 해도 수백 번. 그러면서 몇몇 작품의 단역과 조역을 거쳤다. 실력에 비해 기회가 잘 닿지 않았다. 한번쯤은 '포기'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법하다.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그만두고 싶지 않았어요. 힘들었지만 저 자신을 믿었어요. 꼭 해내겠다는 의지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좋은 기운을 얻은 덕분인지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수차례 오디션을 거쳐 '여자를 울려'의 배역을 따냈다. 경쟁률만 500대 1. "꿈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처음 알았어요. 너무 오래 기다린 터라,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얼떨떨해요." 한이서의 표정도 마치 꿈길을 걷는 듯 말랑말랑해진다.
자신의 성격과 다른 악녀를 연기하기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시사 프로, 다큐멘터리,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들, 특이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 등을 찾아봤다. 사람들의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진희의 당당한 면모를 표현하기 위해 참고 자료로 썼다. 일에 대해선 상당히 엄격하고 철저한 편이다. "캐릭터를 준비하고 연기를 하면서 새롭게 배우가 돼가는 듯한 느낌이 들어 행복했어요.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게 제겐 너무나도 감사한 일이에요."
목이 말라 바닷물을 마시면 더 큰 갈증을 느끼게 되듯, 한 작품을 마치고 나니 연기 갈증이 더 커진다.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망도 커졌다. 한이서는 평소 삶에서도 배우의 자세를 강조하고 또한 배우이기 전에 인간이 돼야 한다고 조언해준 부모님의 말씀을 철칙처럼 새기고 있다. 그래서 한이서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배우가 되겠다"고 오늘도 또 한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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