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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뇌색남' 김영만 "종이접기 아이템? 1만가지 이상"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7-13 14:41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김영만

[스포조선 김표향 기자] '종이접기 아저씨' 김영만은 1980년대생 '꼬딱지'들에겐 뽀로로 부럽지 않은 최고의 우상이다. TV 앞에 앉아 아저씨의 설명에 따라 작은 손으로 색종이를 접고 수수깡을 잘라 붙이곤 했다. 아저씨는 그때나 지금이나 동심의 마법사다. 십수년 만에 다시 만난 아저씨는 다 커버린 2030 세대를 순식간에 '어린이 친구들'로 되돌려 놓았다. 12일 밤 MBC '마이리틀 텔레비전' 인터넷 생방송에 참여한 김영만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장은 종이컵 인형을 만들면서 채팅창에 모여든 꼬딱지들에게 말했다. "가위질이 어려우면 엄마에게 부탁하세요." 이제 가위질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일 만큼 우린 자랐다. 그런데 더 이상 종이접기도 가위질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저씨는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때처럼 우리를 다정하게 챙겨주고 배려하는 아저씨가 고마웠다.

코딱지들은 난리가 났다. 인터넷 생방송 시청률 1위, 실시간 검색어 1위 등극, 접속자가 몰려 '방폭'도 여러 번이었다. 심지어 문구기업 '종이나라' 홈페이지까지 접속초과로 다운됐다. 네티즌들은 "종이나라 주식을 사놓을 걸 그랬다"고 우스개소리를 하면서도 "주식이나 생각하는 내가 씁쓸하다"며 변해버린 현재 모습을 자조했다.

SNS에는 어린 시절 아저씨와 함께 찍은 사진이 수없이 올라왔다. 유명 동요의 가사처럼 아저씨는 '온 세상 어린이들 다 만나고' 가셨나 보다. 아저씨를 따라서 종이컵 인형을 만들었다며 인증샷도 올라왔다. 그런데 다들 종이컵은 집에 있는데 색종이를 준비 못했다며 울상이다. 다음엔 미리 준비물을 공지해달라고 아우성이다.

늦은 밤까지 방송을 마치고 천안의 미술관으로 내려가는 길이라는 김영만 아저씨와 13일 오전 통화를 했다. 여덟살 어린이가 된 듯, 가슴이 콩닥콩닥 방망이질 쳤다.

-전반전 순위 발표 후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네티즌도 함께 울었다.

우리 꼬딱지 친구들이 '그리웠다', '보고 싶었다', '반갑다'며 좋아해주니까 순간적으로 울컥하더라. 원래 눈물과 웃음은 못 참는 거 아닌가. 인터넷에 내가 우는 모습만 올라와서 좀 창피하기도 했다. 하하하.

-어떻게 '마이리틀 텔레비전'에 출연하게 됐나


감독님이 먼저 연락이 와서 미팅을 했다. 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많이 했기 때문에 예능에서 과연 잘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자격이 안 된다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옛날에 코딱지 만했던 아이들이 커서 나와 마주 앉아서 소통한다고 생각하니 흥미가 생기더라. 편집을 믿고 한번 해보자고 결심했다.

-인디언 모자나 도깨비 인형 말고도 스냅백처럼 최근의 유행을 반영한 종이공예가 재미있었다. 어떻게 아이템을 준비했나?

작가와 컨셉트 회의를 하는데 먼저 작가가 모자도 가능하냐고 물었다. 종이접기는 무엇이든 가능하다. 워낙 오래했으니까.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서 보여줬다. 작가도 머리에 써보고는 깔깔대고 웃더라.

-종이접기나 종이공예로 만들 수 있는 아이템은 몇 가지 정도 되나?

기록으로 정리해 남겨둔 것만 1만 가지 정도 된다. 기록 안 한 것까지 포함하면 더 될 텐데, 나도 미처 다 기억 못한다. 난이도별로 정리해 뒀다. 방송에서 보여준 건 아주 쉬운 것들이다.

-종이접기 방법에 대해 특허를 취득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얘기도 했다.

에이, 무슨 특허야. 아이들을 위한 아저씨가 그러면 되나. 누구든지 따라해도 좋다. 무조건이다. 똑같이 만들어서 나한테 보여주면 내가 뽀뽀해 줄 거다. 얼마나 예뻐.

-'뇌색남'이란 별명이 생겼다. '뇌가 색종이로 가득찬 남자'란 뜻이다.

그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카메라 감독이 뜻을 알려줬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하하하. 꼬딱지들이 다들 예쁘게 잘 컸다는 생각이 들더라.

-인형 눈을 노란 색종이로 오려 붙이자 '황달'이라는 댓글이 떴다. 심지어 실시간 검색어에 '황달'이 올라왔다.

채팅창에 악플이 하나도 없었는데, 굳이 악플을 꼽자면 그 황달이 아닐까. 하하하. 황달이라고 글 쓴 친구, 방송 중에 나한테 혼났다. 아, 도깨비 인형의 코를 파란색으로 뭉뚝하게 만들었더니 '술먹은 도깨비'라고도 하더라. 하하하.

-이젠 다 큰 어른인데 '어린이 친구들', '코딱지들'이라 불러주는 게 고마웠다는 반응이 많다.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아이들 용어를 많이 쓰게 된다. 인생은 짧지 않나. 이 짧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지. 항상 웃으며 긍정적으로 살고 있다. 우리 코딱지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다음에 또 출연할 계획 없나?

출연은 내 권한이 아니니까, 제작진의 제안이 있다면 생각해 보겠다.

-근황이 궁금하다.

천안에서 미술관 '아트 오뜨'를 운영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 종이문화재단 평생교육원 원장으로 직무 연수도 진행하고, 초청 강의도 한다. 정신 없이 지낸다.

-어제 방송을 본 가족들의 반응은?

아들과 세살짜리 손자가 함께 방송을 봤다더라. 손자 녀석이 '할부지 할부지' 하면서 까르르 웃었다더라. 평소엔 손주들과 엎어치고 메치면서 몸으로 논다. 녀석들 만나고 오면 1년치 일을 한 것 같다. 피곤해서. 하하하. 아, 그런데 절대로 내 이름 옆에 '할아버지'라고 쓰면 안 된다. 나는 코딱지들의 '아저씨'니까. 하하하.

-전국의 코딱지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코딱지들아, 채팅방에서 다시 만나서 너무 좋았다. 언젠가 잠실운동장처럼 넓은 곳 빌려서 다들 만나고 싶다. 얼굴 보면서 잘 자랐다고 쓰다듬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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