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에스팀 최은호 이사, 가장 뜨거운 팔방미인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5-07-13 06:07


K-드라마, K-무비, K-팝에 이어 이제 전 세계가 K-패션에 주목하고 있다
. 국내에서도 모델은 물론, 디자이너들의 팬덤이 형성되는 등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은 들떠있다
. 화려함만큼이나 치열함이 공존하고, 창의력만큼이나 지구력도 요하는 세상이 패션계다
. 패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독자들을 위해 스포츠조선은 톱모델 겸 배우 이영진과 마주 앉았다
. 2015년 '떡국열차'를 시작으로 또 다른 자신을 내어놓는 것에 주저 없는 이영진이 그의 패션인을 더 넓은 세계로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여섯 번째 주자는 한국 패션계에서 누구보다 뜨겁게 살아가는 남자, 에스팀의 최은호 이사다
.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여섯 번째 인터뷰, 최은호


패션모델 이영진이 만난 패션인-모델 에이전시 에스팀 최은호 이사
신사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14/


최은호 이사의 이력은 화려하다
. 수영선수 출신의 그는 대학교에서는 사회체육학을 전공했으나, 첫 취업은 홍보대행사였다
. 이를 계기로 패션계에 입문한 그는 언젠가부터 컬렉션 연출을 맡기 시작했다
. 최 이사의 변신이 패션계에서 늘 큰 이슈가 되곤 했다는 인터뷰어 이영진이 앞으로 또 어떤 분야에 도전할 것인 이제는 미리 귀띔을 해달라며 웃을 정도다
. 그렇지만 최 이사가 또 다시 새로운 도전과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이제 패션계가 '그래, 최은호니까'라며 자연스레 납득을 하는 광경도 낯설지는 않다
.

살면서 하고 싶은 일들은 참 많다
. 그렇지만 그 욕심을 모두 채워나가는 것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 그 아무나가 아닌 특별한 온리 원이 되는 비결은 최은호 이사를 통해 명쾌하게 알 수 있게 됐다
. 재능과 능력이 뒷받침 된 가운데, 좋은 인맥을 가까이 둘 수 있는 인간적인 성품
.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가짐과 삶을 가꿔나가는 부지런한 열정이 요구된다
. 최 이사에게는 이 모든 것이 아우러져 있었다
. 그는 한국 패션계의 소문난 팔방미인이며 적이 없는 사람이고, 타고난 긍정주의자에 뜨거운 열정을 지닌 패션인이니까
.

.


이영진(이하 이)- 원래도 다양한 일을 해 온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다시금 새삼 놀랐어요
.

최은호(이하 최): 그래도 홍보 일을 14년 했으니 가장 오래 했죠, 에스팀으로 와서 연출에 도전한 것은 이제 1년 정도가 됐어요
. 그 전에는 홍보일 하며 연출은 곁눈질로 배웠죠
. 유난히 이벤트 담당을 많이 하기도 했고요
. 전문적인 지식은 부족했으나 그래도 주도적으로 했던 것 같아요
.

이-지난 해와 올해 서울 컬렉션에서 담당한 쇼가 얼마 정도 되죠? 가장 기억에 남는 쇼는 무엇인가요?

최: 지난 해 럭키슈에뜨, 미스지 컬렉션, 푸쉬버튼, 스티브J&요니P 등 9개 쇼를 연출했고, 올해는 여기에 더해 12개 쇼를 연출했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입봉작인 아르케죠
. 내가 섭외한 장윤주 씨가 오프닝과 피날레도 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아요
.

이-와, 제가 다 본 쇼에요
. 다시 생각해도 놀랍네요
. 정말 어떻게 다 했나요?

최: 올해 4월에 서울 컬렉션을 하면서 7kg나 빠졌다니까요
. 홍보와는 또 다르더라고요
. 해보니 과거에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또 다른 면들도 있더라고요
. 조명, 음향, 런웨이 만드시는 분들 등등 모두에게 일일이 존경한다고 인사드렸었죠
.

이-원래는 오래 운동을 했었죠
. 그러면서도 패션에 관심이 있었나봐요
.

최: 전혀요
. 학교 다닐 때는 운동복만 입고 다니니까 관심이 없었고, 대학교에 들어가서야 게스라는 브랜드를 처음 알았을 정도에요
. 물론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 쇼핑다니면서 곁눈질로 따라 사곤 했었어요
. 영향을 받았죠
. 또 생각해보면 어머니 아버지가 결혼 전 부터 양장점, 양복점을 하셨던 분들이세요
. 특히 어머니는 의상실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작년까지 일을 하셨던 분이시고요
. 어떻게 보면 어렸을 때 어머니가 재단, 가봉하는 것을 가까이서 다 봐왔고 또 어렸을 때부터 집에 패션지가 있었으니 은연 중에 영향을 미치긴 한 것 같아요
.


패션모델 이영진이 만난 패션인-모델 에이전시 에스팀 최은호 이사
신사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14/
이-패션계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자세히 이야기 해줘요
.

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진로의 고민이 굉장히 많았어요
. 남들처럼 임용고시 준비해서 체육 선생님이나 되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준비 중이던 차에, 지인 중 한 분인 한 홍보대행사 과장님으로부터 행사 아르바이트를 해달라는 연락을 받았었어요
. 연예인 케어하는 것이었는데 어린 마음에 '우와, 연예인!' 하면서 가게 됐죠
. 그러다 그 회사 대표님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돼 취업을 하게 됐죠
. 부모님의 반대를 무릎쓰고 무작정 상경을 하게 됐던 터라
. 덕분에 몇 달 동안 얹혀 살아야 했던 시기도 그 때에요
. 어쩌면 굉장히 갑작스러운 결정이었지만, 어린 마음에도 내 인생은 내가 살아야지 했어요
. 죄책감이나 전공에 대한 미련 같은 것은 전혀 없었죠,

이-호기로운 도전이고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것이지만 낯선 분야에 도전한 것이잖아요
. 쉽지 만은 않았을 거예요
.

최: 원래 스스로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일을 하고보니 '와 내가 이런 성격도 있구나' 싶었을 정도로 새로운 나를 많이 보게 됐어요
. 또 지금껏 접하지 못한 전혀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 같은 것도 생기더라고요
. 시골에서만 살던 제게는 신기한 세상이었는데, 어느 순간 잘 어울리고 있더라고요
. '교사 안하길 정말 잘했다' 싶었던 순간이었죠, 물론 힘든 일도 있었죠
. 하지만 제가 체대생 출신 이잖아요
. 위계 질서에 익숙해져서 나이 어린 여자 선배에 대한 거부감도 적었고 조직사회에도 잘 어울렸어요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홍보를 한다는 것이 언론이나 브랜드 쪽에서 거부감이 있더라고요
. 결국 첫 회사를 관두게 됐죠
. 그 때가 상경 이후 가장 힘든 시간이기도 했어요
. 이후에 무작정 여행을 갔다왔더니 다 정리가 되더라고요
.

이-그러다 이번에 패션쇼 연출에 도전해보니 어떻던가요?

최: 해보면 또 결국 사람의 일이더라고요
. 모델도 사람이고 디자이너도 사람이니까
. 물론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요
. 여하튼 쇼 디렉터는 런웨이 안에서 모든 것을 총괄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카리스마, 결정력, 대처능력 등을 다 갖춰야 하는 역할이더라고요
. 이번에 해보면서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또 내가 잘 하는 부분도 파악하게 됐어요
. 나이가 어느 정도 들다보니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이 되고, 잘 하는 부분도 파악이 돼요
. 물론 부담도 됐어요
. 첫 연출 때는 급기야 너무 긴장이 되어서 부모님 얼굴마저 생각나더라고요(웃음)
. 쇼가 끝나고 나니 다리가 풀려있더라고요
. 그런데 참 이상하죠
. 또 하고 싶어요
. 일을 하다 힘들어서 욕을 하다가도, 쇼가 끝다면 욕한 사람에게 제일 먼저 가서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있어요(웃음)
.

이-크리에이티브 적인 면도 요구되는 일이잖아요
.

최: 맞아요
. 그런데 이번에 느낀 것이 경험이 많아야 크리에이티브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 같더라고요
. 특히 한상혁 디자이너의 쇼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일을 예로 들자면, 디자이너의 성향 상 남들이 하지 않는 부분을 원하는 것이 느껴지더라고요
. '무언가 새로운 것'을 짜내야 한다며 회의를 거듭하고 고민을 반복 했지만 쇼 3일 전까지도 컨펌이 나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 급기야 대표님이 빨리 하나씩 생각해보라면서 반강압적인 분위기까지 만들었죠
. 그 순간 어떻게 생각해낸 것이 농구 경기에서 본 드론이었어요
. 쇼장에서 드론을 띄워, 모델에게 가방을 드론으로 실어서 배달을 하자
. 피날레 때 디자이너에게 주는 꽃다발도 드론으로 배달하자는 내용이었죠
. 제가 이것저것 한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경험이 기억이 되고 어느 순간 아이디어로 떠오르게 되더라고요
.

이-와, 사실 한상혁 디자이너의 쇼에 드론이 뜰 것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었는데도 보면서 '우와' 했어요
.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디자이너에게 예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드라마틱 하더라고요
. 연습 많이 한 것도 아니라면서요
.

최: 2번 연습하고 쇼할 때 난리 났죠
. 손 위치에 맞게 들어가야 하는데 자칫 잘못하면 웃겨질 수도 있는 것이라 긴장감도 엄청났어요
. 전파에 예민한 장치인데 요즘 쇼장에는 휴대폰도 많고 해서 걱정도 많이 했고요
. 하지만 다행히 무사고로 마무리 됐죠
. 사실은 DDP에서 30분 전에야 허가를 해준 것이에요
. 다 책임지겠다고 하고 가까스로 허가를 받았죠
.


패션모델 이영진이 만난 패션인-모델 에이전시 에스팀 최은호 이사
신사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5.14/
이- 정말 도전하는 것마다 성공시키네요
. 능력도 능력이지만 무엇보다 성격이 좋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 사실 패션계에서 정말 적이 없는 사람이 최 이사님 이잖아요
.

최: 인복이 많은 것만은 정말 확실해요
. 그렇지만 저 역시도 절 싫어하는 사람도 제가 싫어하는 사람도 있긴 하죠
. 하지만 일을 하면서 절대 말실수를 하지 말자는 철칙을 지키고요
. 어떤 이의 단점을 생각하다가도 결국 장점을 찾아내려고 하는 편이고요
. 그런 것이 결국 버릇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

이-커리어 전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최:인간성이죠
.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인맥관리도 중요하고
. 내 커리어 전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인맥이에요
.

이-이렇게 바쁜 최이사님, 쉬는 날엔 뭐하시나요?

최:쉴 때는 늘 젬마(반려견)와 함께 해요
. 힘든 날엔 젬마와 무조건 남산에 가요
. 혼자 젬마를 보면서 이야기 하죠
. 신기하게 젬마가 뭔가 아는 눈빛으로 절 바라봐요
. 그러면서 머리를 비워요
. 젬마는 제게 힐링견이에요
.

이-힐링견이자 패션견이 됐어요
. 화보도 찍고요
.

최:맞아요
. 제 극성 탓도 있고요(웃음)
. 그런데 화보 찍는 것을 스스로도 즐기는 것 같아요
. 카메라를 알아요
. 그리고 가족이에요
. 딸이죠, 이제
.

이-최 이사님의 도전은 패션계에서 늘 이슈가 됐어요
.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요?

최:우선 연출 일을 몇년을 더 해서 노하우를 기르고 싶고요
. 현재 회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많이 하는데, F&B까지 도전을 하게 됐죠
. 제가 워낙 관심이 많은 분야이기도 해서 즐겁게 하고 있어요
. 언젠가 머리가 하얗게 된 노인이 되더라도 외국인들처럼 중후한 멋을 가진 디렉터가 되고 싶은데, 그게 안된다면 아지트 같은 술집 운영도 해보고 싶어요
. 저의 큰 재산, 인맥들이 모두 와서 즐길 수 있는 한국식 주점이 되었으면 하는 그림입니다
.



이- 참, 모델 입장에서 에스팀이라는 회사는 정말 모델 다운 모델 육성을 잘 하는 회사인 것 같아요
. 우리나라도 모델에 이만큼 투자를 할 수 있구나 싶기도 하고요
.

최:모델의 선두주자인 영진 씨가 그렇게 말해주니 감사하네요
. 저희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에요
. 모델은 무엇보다 패션코드를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 모델은 또 모델로만 끝나지 않고, 편집샵 디렉터, 연출가, 영상 디렉터 등등 패션계에 다양한 부분에서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죠.패션에 한류가 너무 붙는 것은 우려가 돼요
. 거품이 많으니까요
. 당연히 이점도 있지만, 몇해 전만 하더라도 진짜 패션다운 모델들이 패션계에 메인이었어요
. 하지만 이제는 아이돌들이 점령하게 됐죠
. 갑자기 뜬 아이돌들이 등장해 패션 행사에 오면 패셔니스타 수식어가 붙는 식이죠
. 물론 샤이니의 키나 지드래곤 처럼 정말 아이돌 들 중에도 패션을 잘 이해하는 이들도 있지만, 요즘은 패션과 거리가 먼 친구들이 국내 브랜드의 메인이 되는 상황이 한계가 있어 걱정이 되는 부분도 물론 있어요
.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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