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쿡방', 시청자는 피로하다

사진제공=tvN

이러다 모든 시청자가 요리 전문가가 될 것 같다. 요리와 음식을 다룬 '쿡방'이 열풍을 넘어서 범람할 지경이다. 쿡방이 인기를 끌면서 유사 포맷을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여전히 쿡방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아이템 중복과 쏠림현상이 빚어지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TV 방송은 먹거리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왔다. 요리 연구가가 진행하는 정통 요리 프로그램, 맛집 프로그램, 맛집 검증 프로그램 등이 큰 화제 속에 방영됐다. 최근에는 여기에서 한 단계 진화해 누구나 가정에서 손쉽게 따라해볼 수 있는 생활 요리를 예능 포맷으로 풀어내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성과 예능감을 두루 갖춘 셰프들은 웬만한 연예인을 뛰어넘는 인기 속에 주목 받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쿡방 또는 쿡방의 요소들을 포함한 예능 프로그램은 두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셰프들의 요리 대결을 보여주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와 백종원의 생활요리를 배우는 tvN '집밥 백선생'이 '쌍두마차'로 화제몰이 중인 가운데, 올리브TV '오늘 뭐 먹지', '한식대첩3', '테이스티 로드', tvN '수요 미식회', KBS 조이 '한끼의 품격' 등이 쿡방 열풍에 올라탔다.

농촌에서 세끼를 직접 만들어 먹는 tvN '삼시세끼', 백종원의 요리 콘텐츠와 인터넷 방송 포맷의 시너지를 보여준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도 넓은 범주에서 쿡방으로 분류된다.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과 MBC '찾아라 맛있는 TV'는 주말 오전 장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고, 전세계 대표 음식의 요리법을 알려주고 그 음식에 숨어 있는 역사와 문화까지 소개하는 KBS2 '이욱정 PD의 요리인류 키친'도 호평 속에 방영 중이다. 최근엔 KBS가 '대단한 레시피'라는 새로운 쿡방 프로그램을 파일럿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요리 전문 채널을 표방한 올리브TV는 신규 프로그램 2편을 새롭게 선보인다. 8월 방송을 앞둔 '비법'은 요리에 자신있는 일반 출연자가 선보인 레시피를 MC들이 직접 따라해보고 현장에서 검증하는 내용으로 꾸며진다. 전현무와 샤이니 키가 MC로 나서는 '주문을 걸어'는 쿡방에다 '마이 리틀 텔레비전'의 인터넷 방송 형식을 결합했다. MC와 셰프들이 시청자가 원하는 메뉴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배달까지 해서 한다는 차별점을 내세웠지만, 인기 아이템과 형식을 따라했다는 비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쿡방이 넘쳐나면서 셰프들은 더 바빠졌다. 홍석천, 김풍, 박준우, 최현석, 정창욱, 샘킴 등 인기 셰프들은 2~3개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며, 단발성 게스트로 여러 토크쇼에도 종종 얼굴을 비추고 있다. 그러다 보니 뜻하지 않게 겹치기 출연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한다. 얼마 전엔 SBS '힐링캠프'와 MBC '다큐스페셜'에 이연복 셰프와 최현석 셰프가 동시 출연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한때 육아 예능과 관찰 예능이 화제가 되자 유사 프로그램이 쏟아졌다. 검증된 인기 아이템을 좇는 것은 필연적 현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재의 쿡방은 프로그램 갯수나 출연자 중복 등 여러 측면에서 지나치게 과열된 양상이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상파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선 방송 아이템이 익숙하되 진부하지 않아야 하고, 새롭되 낯설지 않은 느낌을 줘야 한다. 쿡방과 셰프들이 인기를 끈 건 익숙하면서도 새로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쿡방이 지나치게 쏠림현상을 빚으면서 현재는 진부한 아이템이 돼가고 있다. 새로운 포맷이나 소재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아쉽다"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