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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동 감독의 영화는 '예쁘다.' 아니 '예뻤다.' 배우들의 연기조율에 컬러 그리고 소품 하나하나까지 그랬다. 하지만 이번 신작에는 이 '예쁨'에 한가지를 더했다. 바로 '파격'이다. 민 감독은 조선의 폭군 연산군과 간신 임숭재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며 파격적인,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작품을 내놨다.
첫 사극이라 어려운 점도 많았다. "물리적으로도 세팅부터 소품 무술 의상 등 생갭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배우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그러니 더 믿을만한 배우를 캐스팅해야 했고요. 촬영장소도 그랬어요. 전쟁 때문에 남아있는 장소가 별로 없어요. 문경 부안 수원 용인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했는데 대부분은 드라마를 찍고 있고 나머지 장소들은 '관상' '광해' '명량' 등에서 이미 나온 장소들이었죠. 더 신선한 장소를 찾는 것도 힘들었어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콘티 작업을 촬영 두달 전에 이미 마쳤다. 화살 촉에 그려진 학문양까지 세세하게 콘티 작업을 해놓고 시뮬레이션을 한 후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도 날씨라는 변수는 어쩔 수 없더라고요. 갑자기 비가와도 촬영을 해야했고 눈이 쌓이면 녹이고 찍어야 했죠."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연산군(김강우)이 궁녀들을 몰고 가며 '놀이터를 보여주마'라고 말하는 신은 경희궁에서 촬영을 했다. 이 촬영 때는 실제로 눈이 쌓여서 토치로 눈을 녹이고 촬영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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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청'은 연산군 때 만들어진 단어로 궁에 들어온 기녀 중 으뜸을 말한다. '흥청망청'도 이때 생겨난 말이다. "정말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말인데 지금은 이 단어거 가벼운 말로 바뀌었잖아요. 역사적으로 피해자들이 남성일 때는 기록이 상세해요. 하지만 여성이면 동등하게 기록되지 않은 것은 물론 실명조차도 제대로 안나오죠. 극중 단희와 설중매라는 인물도 상징적으로 내세운 인물이예요." 이렇게 민 감독은 '간신'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놨다. 이제 '간신'에서 요즘 현실과의 접점을 찾는 일은 관객의 몫이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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