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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간신' 민규동 감독이 지금 이시대에 연산군을 꺼내온 이유는?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5-05-26 16:58


민규동 감독. 사진제공=수필름

민규동 감독의 영화는 '예쁘다.' 아니 '예뻤다.' 배우들의 연기조율에 컬러 그리고 소품 하나하나까지 그랬다. 하지만 이번 신작에는 이 '예쁨'에 한가지를 더했다. 바로 '파격'이다. 민 감독은 조선의 폭군 연산군과 간신 임숭재의 이야기를 소재로 삼으며 파격적인,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작품을 내놨다.

그래서 처음 물은 질문이 바로 '변했나'하는 것이다. "매 영화마다 '톤 앤 매너'를 정하는데 채홍사라는 소재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이야기를 얼마나 사실적으로 그릴 것인가에 집중했지 스타일을 바꾼다는 생각은 안했거든요. 단순히 권력다툼만을 그리려고 했다면 15세 관람가로도 충분했을 거예요. 하지만 당시 민초들이 얼마나 억울하게 당했나를 그리고 싶었고 폭력의 광기라는 스펙트럼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같은 수위가 나온거죠. 하지만 예술이라는 영역에서 보면 이런 퍼포먼스들은 흔한 것이기도 해요."

'간신'은 연산군을 가장 파격적으로 그린 영화지만 그의 악행을 모두 다루진 못했다. "사료가 너무 방대해서 모두 담기는 힘들었어요. 왕의 악행이 얼마나 백성들의 민심에 이반돼 있는지에 집중했죠. 나들이를 나갈 때 1000명의 궁녀를 데리고 다니고 길거리에서 궁녀를 강간했대요. 사냥을 나갈 때는 5만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한강을 넘었고요. 궁녀를 거느리느라고 순식간에 국고의 반을 탕진할 정도였다고 하니 모두 그리기에는 제약이 있었죠. 극중 황새를 매복으로 오해하는 장면도 기록에 남아있어요."

첫 사극이라 어려운 점도 많았다. "물리적으로도 세팅부터 소품 무술 의상 등 생갭다 시간과 돈이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배우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죠. 그러니 더 믿을만한 배우를 캐스팅해야 했고요. 촬영장소도 그랬어요. 전쟁 때문에 남아있는 장소가 별로 없어요. 문경 부안 수원 용인을 돌아다니면서 촬영을 했는데 대부분은 드라마를 찍고 있고 나머지 장소들은 '관상' '광해' '명량' 등에서 이미 나온 장소들이었죠. 더 신선한 장소를 찾는 것도 힘들었어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콘티 작업을 촬영 두달 전에 이미 마쳤다. 화살 촉에 그려진 학문양까지 세세하게 콘티 작업을 해놓고 시뮬레이션을 한 후 촬영에 들어갔다. "그래도 날씨라는 변수는 어쩔 수 없더라고요. 갑자기 비가와도 촬영을 해야했고 눈이 쌓이면 녹이고 찍어야 했죠." 예고편에도 등장하는, 연산군(김강우)이 궁녀들을 몰고 가며 '놀이터를 보여주마'라고 말하는 신은 경희궁에서 촬영을 했다. 이 촬영 때는 실제로 눈이 쌓여서 토치로 눈을 녹이고 촬영을 했단다.


민규동 감독. 사진제공=수필름
요즘 같이 인터넷이 발달한 시절에는 고증도 무시할 수 없다. "가장 어려웠던 지점도 고증을 어디까지 존중할까 하는 것이었어요. 시스루는 70년대에 등장한 것인데 운평들이 시스루 치마를 입고 나오잖아요. 너무 고증에 집중하면 다큐멘터리를 찍어야하죠. 무엇이 사실인가를 보여주는 것보다 중요한 지점을 살리되 어떤 메시지를 느끼게 하느냐에 중점을 뒀죠."

'흥청'은 연산군 때 만들어진 단어로 궁에 들어온 기녀 중 으뜸을 말한다. '흥청망청'도 이때 생겨난 말이다. "정말 가슴 아픈 역사를 지닌 말인데 지금은 이 단어거 가벼운 말로 바뀌었잖아요. 역사적으로 피해자들이 남성일 때는 기록이 상세해요. 하지만 여성이면 동등하게 기록되지 않은 것은 물론 실명조차도 제대로 안나오죠. 극중 단희와 설중매라는 인물도 상징적으로 내세운 인물이예요." 이렇게 민 감독은 '간신'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펼쳐놨다. 이제 '간신'에서 요즘 현실과의 접점을 찾는 일은 관객의 몫이 됐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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