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人]이혜정, 모델계 패션계도 한류 바람이②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5-05-18 06:55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세 번째 인터뷰, 이혜정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人-이혜정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16.
이-해외진출 이야기를 해보자. 어떻게 한국 밖으로 시선을 돌리게 됐나.

혜-첫 소속사에 있을 때 여러 사건들이 있었다. 한중일 대회에서 만난 친구와의 인연으로 홍콩으로 떠났다. 원래 계획은 2개월이었는데 1년이 됐다. 그 시절 에스팀에서 연락이 와서 계약을 하게 됐고, 계약하자마자 뉴욕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송경아, 한혜진 선배가 나가있을 때이긴 하지만 잘 되리란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나이가 많아 소속사에서는 반대를 했다. 당장은 소속사 말을 듣고 열심히 잡지를 찍었다. 그러다 3년 뒤에 뉴욕 에이전시에서 동양인 1명을 데려가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회사 반대를 무릅쓰고 나갔다.

이-쉽지 않았을 것이다.

혜-쇼에는 많이 섰지만 큰 쇼가 없었다. 그 때의 에이전시가 오디션 제의 조차 안오는 작은 회사이기도 했다. 무작정 파리로 갔다. 운이 좋아 크리스찬 디올, 루이비통 무대에 다 서고 뉴욕으로 돌아왔는데 이혜정이라는 모델의 존재감이 없더라. 결국 3,000만원의 위약금을 물어주고 그 에이전시에서 나오게 됐다. 그런데 에이전시가 한 시즌 활동을 못하게 해버리더라. 매번 찾아가 사정했던 시간도 있었다.

이-이혜정이라는 모델을 알게 된 때가 존 갈리아노 무대에 서는 한국 모델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물음표가 컸던 모델이 바로 이혜정이었다.

혜-당시에 정말 악착 같았다. 잠을 3시간을 자면서 오디션을 하루에 스무 개 이상 씩 봤다. 크리스찬 디올 오디션을 갔을 때도 번호표 100번을 받고 다른 쇼에 갔다 다시 왔다. 100번 부르고 나갈 때 나는 이미 지쳐있었다. 아무 생각이 안날 정도였다. 워킹을 하다가 몸이 비틀어지더라. 그 앞에 조니 뎁을 닮은 남자가 보였다. 똑바로 쳐다보며 '쏘리'하고 말했다. 그 남자가 나보고 귀엽다며 뭔가를 체크하더라.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존 갈리아노였다. 에이전시한테 가서 '존 갈리아노가 나한테 귀엽다고 했어'라고 말했더니 콧방귀를 뀌길래 기대를 안했다. 그러다 나중에 전화가 왔다. 그 때가 정말 엊그제 같다.

이-그렇게 힘든 시절을 버티게 해준 힘은 무엇인가?

혜-아주 작은 희망 때문이었다. 내가 뉴욕에서 처음 본 오디션이 지금은 쇼를 하지 않는 어느 거장 브랜드의 쇼 오디션이었다. 늦게 가서 이미 오디션이 끝난 상태였는데, 내 생애 첫 해외 오디션이었기에 뽑아주지 않아도 되니 보기만 해달라고 했다. 그 모습이 웃겼던지 합격을 했고 피날레와 오프닝도 했다. 그러니 희망이 보이더라. 또 '힘들다,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정신이 없기도 했다. '해야 돼'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人-이혜정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16.
이-'운이 좋다'라는 말로만 설명하기에는 노력이 컸다. 어쩌면 누군가 연결해 줄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는데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을 했다. 하지만 또 그 방법이 정답이라는 생각도 든다. 요즘에야 인터넷으로 사전에 다 조사해보고 도전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과거에는 누구나 아날로그 식으로 맨 땅에 헤딩을 했다. 그 방법이 고되지만 제일 많이 남지 않나.

혜-지금 후배들이 외국 가고 싶다고 하면 나는 그냥 가라고 한다. 모델 일을 할 수 없다 하더라도 얻는 것은 분명 있을테니 말이다. 내 경우 시야가 많이 넓어졌고 더 많은 깡이나 대범함이 생긴 것 같다. 그런데 뉴욕도 다 인맥이다. 미국이라고 해서 평등한 나라는 아니더라(웃음).

이-내 경우, 영화와 모델 양 분야를 오가며 활동하느라 외국 진출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는데 대단한 것은 우리 모델계가 끊임없이 외국무대에 노크를 하고 있다.

혜-송경아 선배 윗 선에도 진출한 선배들이 있었다. 그런 꾸준한 노력 끝에 예전에는 한 쇼에 아시아 모델이 1명 선다면 지금은 서너명 서게 되고 외국에 나가있는 후배들은 많지만 기회도 많아졌다. 예전에는 해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못했다면 지금은 해외에서 시작한 친구들도 많다.

이-지금 세계 시장에서 K-패션과 뷰티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혜-굉장히 많다. 모델 쪽 한류가 커지기 이전에 밀라노에 갔는데 돔 광장에서 사람들이 강남 스타일 춤을 추더라. 피렌체에서도 TV 속 뮤직 비디오에 싸이가 나오더라. 그 다음 다음 시즌부터 모델계에도 한류 붐이 느껴지더라. 중국의 힘은 여전히 크다. 뉴욕만 하더라도 클라이언트 60%가 중국인이다. 주요 브랜드들이 컬렉션 이후에 중국에서 또 쇼를 하는데, 쇼를 더 크게 하더라. 일본은 여전히 일본이다. 다만, 과거에는 한국이 많이 뒤쳐졌다면 이제는 동등한 수준으로 올라왔다.

이-한류의 영향이 크다. 한류의 힘이 미치는 곳이 중국이라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한국 스타들을 외국 컬렉션에 초대한다는 것 자체가 중국 시장을 노린 것이지 않나.

혜-아무리 아티스틱한 것이 중요하다고 해도 세일즈가 중요하기에 중국은 무시할 수 없는 곳 같다.

이-평소 이혜정의 스타일이 궁금하다.

혜-수트를 정말 예쁘게 만드는 한상혁 등, 좋아하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스타일만 추구하지는 않는다. 내가 정말 입고 싶은 것은 사실은 여성스러운 것이다(웃음). 그래서 회사에서 항상 내 옷을 검사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조금씩 바꿔가면서 알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청바지, 티셔츠, 운동화다. 심플한 것이 좋다. 모델일을 할 때 워낙 예쁘고 과장된 옷을 많이 입게 되니 평소에는 내추럴한 옷을 입는다.

이-이번 한상혁 쇼에서 정말 예뻤다. 기억이 난다.

혜-감사합니다(웃음).


톱모델 이영진의 패션人-이혜정 인터뷰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04.16.
이-예전에는 명품을 선호한 반면, 요즘은 명품이 올드해진 느낌도 있다. 또 로컬 디자이너들이 많이 글로벌해졌다.

혜-로컬 디자이너들의 성장은 정말 확연히 느껴진다. 파리나 뉴욕에서 한국 디자이너들 쇼를 하면 외국 모델들이 옷 너무 예쁘다고 말을 많이 한다. 예전에 외국에서 구호 쇼를 할 때도 외국 모델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갑자기 자부심을 느끼게 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패션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도 많아지길 바란다.

이-모델들이 영화나 드라마, CF 예능에 많이 나오면서 모델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모델이 입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옷에도 관심이 많아진 측면도 있다.

혜-그러다보니 요즘은 비모델 출신 스타들도 국내 디자이너들의 옷을 많이 입더라.

이-참, 그러고보니 예능에 진출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혜-다큐멘터리에도 한 번 나온 적이 있었고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도 출연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농구선수 출신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 것을 '우리동네 예체능' 제작진이 조사해서 알게 됐고 그렇게 잘 맞아떨어져 출연하게 됐다. 그 전에 우연한 기회에 작가와 사적으로 만난 적도 있었는데, 그 때 쌀국수에 소주를 잘 먹는 내 모습을 작가님이 좋아하셨던 것도 있었다.

이-예능에까지 진출하게 된 지금, 모델 본업 외에 또 다른 분야로 확장하고 싶은 것은?

혜-운동도 그렇고 내가 좋아서 시작한 것보다 하다보니 목표가 생기게 됐다. 그래서 지금 예능 등 여러가지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강의 같은 것도 조금씩 해보고 있다.

이-무서운 선생님일 것 같다.(웃음)

혜-부족한 점이 많지만 내 앞길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다른 사람의 앞길에 대해 말해줄까. 그래서 더더욱 내 이야기를 하기 보다 최선을 다하라고 말한다. 그래야 미련없이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 그런 한편, 해보지 않은 것도 많은 인생이다. 그래서 더 찾아보고 있다. 좋은 것 있으면 소개해달라(웃음).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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