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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의 디자이너에게 물었습니다. 한복 샤넬 어때요?

배선영 기자

기사입력 2015-05-11 05:54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2015-2016 샤넬 크루즈 컬렉션 의상 사진제공=샤넬

샤넬이 한복의 영역에 들어왔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손끝을 통해 재탄생된 한복이 지난 4일 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015-2016 샤넬 크루즈 컬렉션이 파리, 뉴욕, 베네치아, 싱가포르, 두바이를 거쳐 서울에서 열렸다.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 국내에서 샤넬이 대규모 행사를 연 것은 처음이다. 크루즈 컬렉션은 샤넬이 세계적 부호들을 대상으로 각 도시를 돌며 그 지역에서 영감을 받은 옷들을 포함, 전반적으로는 여행과 휴식을 테마로 만든 옷을 선보이는 컬렉션이다.

서울에서 열린 컬렉션에는 색동 재킷, 두루마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패치워크 재킷, 이브닝 드레스로 변주된 한복 치마가 속속 등장했다. 모든 모델들의 머리 위에는 마치 '패션의 완성은 가체'라는 듯 흑발 가체가 얹어져 있었다. 한복쇼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한국적 색채가 강한 의상들이 컬렉션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쇼는 끝났으나 샤넬식 한복은 다양한 화두를 던졌다.박술녀, 이혜순 등 두 굵직한 한복계 큰 어른들을 비롯, 아르케의 윤춘호, KYE(카이)의 계한희 등 세계적으로 촉망받는 서울의 신진 디자이너까지 패션계 곳곳으로부터 반응을 들어봤다.


박술녀(좌)와 이혜순 한복 디자이너, 사진제공=박술녀 한복, 스포츠조선 DB
한복 디자이너들, "한복에 대한 얕은 이해 아쉬우나 시도 자체는 긍정적" 한복이 외면받는 한국 사회 내부에 일침

박술녀 한복연구가는 한국 사람들은 결혼할 때나 시선을 주는 한복에 세계적 명품 브랜드가 손을 내밀어 재탄생시켰다는 자체를 높이 평가했다. 세계적으로 한복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라고 봤다. 그는 "이제는 한국 사람들도 결혼할 때 한복은 맞추지 않아도 명품백은 장만하지 않나. 비난할 의도는 없다. 젊은이들의 트렌드로 바라본다. 트렌드는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한복이나 여러 전통의 것들이 오히려 외면당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은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쓴소리를 덧붙였다. 한복이나 전통 침구 등을 제작하는 주변 장인들이 이런 현실에 부닥쳐 오랜 업을 그만두는 경우를 종종 보곤한다는 그는 샤넬식 한복은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우리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지적했다.

최근 롯데 백화점에 최초로 한복을 입점시킨 담연의 이혜순 수석디자이너도 샤넬식 한복을 보고 내부로 고개를 돌렸다. 그 역시 자성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우리의 것임에도 우리 주변에서 멀리 떨어뜨려 소외시켜 놓은 부분들이 있지 않나. 한복은 우리가 품어내야 하는 옷이라는 점을 이번 샤넬쇼를 계기로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샤넬이 한복을 재해석한 장을 만들어낸 것 자체는 감사할 일"이라며, "다만 한복의 색이나 치마, 고름 달린 저고리 같은 빤히 눈에 보이는 부분 외에 디자인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디테일한 지점까지 잘 살려내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한복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라며 오랜 시간 한복을 품은 장인으로서의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그는 샤넬 측으로부터 자료 요청 제안을 받았더라면 아낌없이 협조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박술녀와 이혜순 모두 샤넬식 한복을 계기로 스스로는 전통에 근거를 둔 한복을 더욱 잘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을 절실히 느낀 듯 보였다.

신진 디자이너들, "한복 향한 해외 브랜드의 새로운 시도, 신선하고 흥미로워. 동시에 묘한 기분"


영화, 드라마 그리고 K-POP에 이어 K-패션의 위상도 날로 높아가는 현 시점, 패션 산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반응도 인상적이다. 샤넬의 한국 상륙을 바라보는 젊은 패션 인사들 다수가 샤넬이 가장 한국적인 한복을 꺼내들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아르케의 윤춘호 디자이너 역시 그 중 한 명. "샤넬의 한복쇼가 오히려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쉽사리 시도 하지 않았던 한복을 꺼내든 것을 보고 일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KYE의 계한희 디자이너 역시 "상당히 재미있게 바라보았으며, 옷 자체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하지 않는 영역을 건드린 시도 자체를 재미있게 바라봤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 명품 샤넬조차도 한복의 해체와 재구성에 있어 일차원적인 표현과 기계적 결합 등 아쉬운 점을 상당수 보여줬기에 '한복이 어려운 옷이구나'라는 점을 다시 절감하게 됐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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