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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 한복의 영역에 들어왔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의 손끝을 통해 재탄생된 한복이 지난 4일 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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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술녀 한복연구가는 한국 사람들은 결혼할 때나 시선을 주는 한복에 세계적 명품 브랜드가 손을 내밀어 재탄생시켰다는 자체를 높이 평가했다. 세계적으로 한복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는 계기라고 봤다. 그는 "이제는 한국 사람들도 결혼할 때 한복은 맞추지 않아도 명품백은 장만하지 않나. 비난할 의도는 없다. 젊은이들의 트렌드로 바라본다. 트렌드는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한복이나 여러 전통의 것들이 오히려 외면당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은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쓴소리를 덧붙였다. 한복이나 전통 침구 등을 제작하는 주변 장인들이 이런 현실에 부닥쳐 오랜 업을 그만두는 경우를 종종 보곤한다는 그는 샤넬식 한복은 높이 평가하는 동시에 우리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지적했다.
박술녀와 이혜순 모두 샤넬식 한복을 계기로 스스로는 전통에 근거를 둔 한복을 더욱 잘 지켜내야 한다는 사명을 절실히 느낀 듯 보였다.
신진 디자이너들, "한복 향한 해외 브랜드의 새로운 시도, 신선하고 흥미로워. 동시에 묘한 기분"
영화, 드라마 그리고 K-POP에 이어 K-패션의 위상도 날로 높아가는 현 시점, 패션 산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이끌어가는 젊은 디자이너들의 반응도 인상적이다. 샤넬의 한국 상륙을 바라보는 젊은 패션 인사들 다수가 샤넬이 가장 한국적인 한복을 꺼내들었을 때,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아르케의 윤춘호 디자이너 역시 그 중 한 명. "샤넬의 한복쇼가 오히려 젊은 한국 디자이너들이 쉽사리 시도 하지 않았던 한복을 꺼내든 것을 보고 일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KYE의 계한희 디자이너 역시 "상당히 재미있게 바라보았으며, 옷 자체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한국 디자이너들이 하지 않는 영역을 건드린 시도 자체를 재미있게 바라봤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적 명품 샤넬조차도 한복의 해체와 재구성에 있어 일차원적인 표현과 기계적 결합 등 아쉬운 점을 상당수 보여줬기에 '한복이 어려운 옷이구나'라는 점을 다시 절감하게 됐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