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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모델 이영진의 패션인' 첫 번째 인터뷰, 한국 패션계의 아이콘 스티브J&요니P
이-그렇다면, 두 사람의 분업과 협업은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요-우린 서로에 대한 컨펌제가 있어요. 서로 컨펌을 해야만 하게 되죠.
스-그런데 그게 집에서도 있어요(웃음). 예를 들어, '우리 뭐 먹지?' 같은 사소한 것도 다 양쪽의 컨펌이 떨어져야 해요(웃음). 다양한 컨펌제가 있어요.
이-두 사람이 콘셉트를 발전시키는 방법도 동일한가요?
스-이제 우리만의 방식이 되긴 했는데, 아이디어가 생기면 '이거 한 번 해볼까', '저거 한 번 해볼까'라며 입으로 먼저 서로를 흥미롭게 만들어놓고 그게 맞겠다 싶으면 이미 대화로 하다가 비주얼로 상상을 하게 돼요
요-둘 만의 브레인 스토밍이에요.
스-그렇게 말하면서 머릿속으로 이미 생각하는 방향이 비슷하니까 도서관이나 갤러리에서 리서치를 하면 아이디어가 탁탁탁!
요-어느 날 부터는 신기하게도 서로 좋아하는 것이 똑같아졌어요. 서로가 어떤 소스에서 디자인을 푸는지 아니까. 오랜 기간 트레이닝을 거쳐서 가능해진 일이에요.
이-영화 작업 같네요.영화의 경우, 아이디어가 생기면 피칭을 통해 말로 일단 설명을 하고 이후 이미지화 시키고 또 공부를 해서 시나리오를 만드는 식이니까요.
스-그럴 수 있겠네요. 쇼를 할 때는 보통 15분 짜리 영화를 만드는 것과 같을 수 있죠.
이-학창시절 처음 만난 두 사람이 서로가 든든한 파트너라는 확신을 받은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스-우리 둘은 너무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어요. 만난 세월이 이미 10년이 넘었네요.
요-스티브가 변해가는 과정을 옆에서 다 지켜봤는데, 돌이켜보면 참 신기해요. 대학교 1학년 때 철 없던 시절 춤만 추러 다니던 스티브가 패션에 빠져 열정적으로 변화하고 영국으로 가서 수석 졸업을 하게 됐죠.
이-그 성장엔 확실히 요니P의 영향이 컸겠죠.
스-요니는 이미 프로였죠. 제겐 선생님 같은 사람이었어요. 미싱하는 법도 몰랐는데 다 가르쳐줬으니까. 대학에서도 전 과목 A+신화를 기록한 엘리트였으니, 여유 부리면서 내 숙제까지 해주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이-연고 없는 타지에서의 유학 시절도 고생이 많았을텐데요
스-제가 1년 먼저 가서 새로운 문화, 언어, 모든 것이 새로운 상황에서 시행착오도 겪었죠. 그러면서 요니는 충분히 잘 이겨낼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한국에서 봐왔던 그녀는 워낙 뭐든지 잘 하기에 자기 힘으로 클 수 있다고 생각해서 걱정을 안했어요. 실제로 오자마자 감자 깎는 알바를 하는 등, 고생도 많이 했지만 결국은 잘 해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요-맞아. 정말 영국 도착하자마자 5일 만에 감자를 깎기 시작했어요.
스-영국 전통 음식부터 시작한 거죠. 피쉬 앤 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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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뮤즈는 있어요. 런던에서 첫 런칭 컬렉션 했을 때의 우리 옷과 지금의 옷을 비교해보면 같은 디자이너의 옷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변화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뮤즈에 있어요. 초창기 옷은 굉장히 크리에이티브했어요. 그랬기에 유럽 잡지에 소개도 많이 되기도 했고, 어쩌면 우리가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웨어러블한 느낌은 없었죠. 초기에 런던에서 공부하다보니 창의성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심하게 했던 것 같아요. 그 때를 떠올려보면 우리의 뮤즈는 늘 상상 속 인공의 사람이었어요. 모델 릴리 도날슨처럼 굉장히 마른 사람들을 생각하며 옷을 만들었던 거죠. 반면, 이제는 '내 주변 사람들이 뭘 입으면 잘 어울릴까'를 생각하게 되니 뮤즈가 내 주위로 가까워지게 됐고, 그러면서 옷이 더 현실화 되었어요.
이-사실 두 사람에게 뮤즈가 딱히 없을 것 같았어요. 의상이 곧 요니와 스티브 같다는 느낌이 딱 들었었거든요. 어쩌면 뮤즈가 본인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스-때로는 그렇기도 해요. 요니가 자신의 옷장을 바라보면서 옷장을 채우려고 본인 스스로가 뮤즈가 되는 경우도 있고, 또 때로는 주변에 이영진 씨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친구가 될 수도 있죠. 그 시즌 만나는 사람들이 뮤즈가 되는 것 같아요.
이-세컨드 브랜드인 SJYP는 런던 파리 백화점에도 입점 됐어요. 반응은 어떤가요?
스-해외에서 잘 되고 있긴 해요. 수년 전부터 시도해왔고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죠. 국내도 나름대로 잘 키워나가고 있고요.
요-언니 브랜드인 스티브J&요니P가 해외에서 오랫동안 차근차근 쌓아간 것이 있어서 동생 브랜드 SJYP도 잘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또 한 편 스티브J&요니P에게는 이상하게 안 열리는 마지막 몇 개의 문이 있었어요. 영국으로 치면 셀프리지나 리버티, 파리의 봉마르셰나 콜레트죠. 세계적으로 콧대가 높기도 한 톱 백화점이다 보니 끝까지 문이 안 열렸는데 이상하게 SJYP는 한 번에 다 뚫어버리니까 두 브랜드 간에 상승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이-우리나라 유수의 백화점 입점과 차이가 있나요? 예컨대, 경쟁이 더 세다던가.
요-훨씬 경쟁이 세요. 그런 톱 백화점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디자이너와 브랜드 수는 분명 한계가 있으니까요. 입점되기 위해 바이어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전 세계 브랜드들의 수만 해도 엄청나죠.
스-전 세계 브랜드만 해도 수십만 개가 넘는데, 그 와중에 셀렉트되는 것은 몇 백개가 안되죠. 또 입점 이후, 우리 옷을 봐주는 사람들의 범위 역시 훨씬 넓어지게 됐고요. 톱 백화점에 입점된 쟁쟁한 브랜드 관계자들 모두가 다 지켜보고 있는 거죠.
이-저 역시 파리를 가게 되면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콜레트를 가게 돼요. 그 콜레트에 입점해있다고 하니 어깨가 으쓱해지네요.
요-오늘 만해도 영국 하비니콜스에서 리포팅 메일이 왔는데, SJYP가 겐조, 알렉산더 왕 같이 요즘 가장 핫한 디자이너들의 행거와 나란히 걸려있더군요. 자랑스러워요(웃음).
인터뷰 ③에서 계속 ....
배선영기자 sypo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