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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tvN 드라마 '미생'은 방송가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미생'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사회 초년병의 비애, 비정규직 문제, 직장 내 성차별 문제, 갑을 관계 등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드라마 안에 사실적으로 녹여내 진한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중에도 사회 문제를 적극 담아낸 작품들이 여럿 눈에 띈다.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풍자한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로펌 대표 한정호(유준상)와 고위 관료 집안 출신 최연희(유호정) 부부는 아들(이준)이 만삭의 여자친구(고아성)를 집에 데려온 충격적인 상황에서도 교양과 기품을 잃지 않지만,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분노와 경멸을 폭발시키며 이중성을 드러낸다. 연출자 안판석 감독은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면서 계급 문제와 갑을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를 작품으로서 다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이 드라마를 기획하게 됐다"며 "갑질은 물론이고 을질도 풍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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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 문제와 삼포세대의 애환도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주인공이나 그 주변인물 중에는 꼭 한 명씩 청년 백수가 등장한다. MBC '미스터백'의 은하수(장나라),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의 차달봉(박형식), tvN '미생'의 장그래(임시완) 등은 우리 시대 청춘들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2 주말극 '파랑새의 집'의 주인공도 취업준비생과 만년 알바생이다. 불투명한 미래를 짊어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단한 일상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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