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드라마, 사회 문제를 고발하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3-03 09:36



지난해 tvN 드라마 '미생'은 방송가를 넘어 한국 사회 전반에 '미생'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사회 초년병의 비애, 비정규직 문제, 직장 내 성차별 문제, 갑을 관계 등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드라마 안에 사실적으로 녹여내 진한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SBS 드라마 '펀치'는 더욱 날카롭게 현실을 파고들었다. 2007년 대선 당시 BBK 사건, 사회 고위층의 병역 비리, 대학교수의 성추행 사건, 스폰서 검사 파문, 땅콩 회항 사태 등 사회면 머릿기사를 장식했던 굵직한 사건들과 상당히 흡사한 에피소드들로 이야기를 쌓아나갔다. 드라마가 낱낱이 해부해 펼쳐 보인 권력의 추악한 민낯에 시청자들은 전율했다. 극심한 시청률 가뭄 속에서도 '펀치'는 최고시청률 14.8%(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하며 호평 속에 종영했다.

드라마는 어떤 방식으로든 현실을 반영한다. 그래야 시청자들과 교감할 수 있다. 요즘 시청자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판타지보다는 현재 삶과 직결된 문제, 그리고 자신을 대변해주는 이야기에 호응한다.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이슈를 짚어낸 사회고발성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배경이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중에도 사회 문제를 적극 담아낸 작품들이 여럿 눈에 띈다. SBS 월화극 '풍문으로 들었소'는 제왕적 권력을 누리며 부와 혈통의 세습을 꿈꾸는 대한민국 상류층의 속물의식을 풍자한 블랙 코미디 드라마다. 로펌 대표 한정호(유준상)와 고위 관료 집안 출신 최연희(유호정) 부부는 아들(이준)이 만삭의 여자친구(고아성)를 집에 데려온 충격적인 상황에서도 교양과 기품을 잃지 않지만,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분노와 경멸을 폭발시키며 이중성을 드러낸다. 연출자 안판석 감독은 "한국 사회의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면서 계급 문제와 갑을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이를 작품으로서 다뤄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이 드라마를 기획하게 됐다"며 "갑질은 물론이고 을질도 풍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캡처=JTBC
얼마 전 여고생들의 동성애를 파격적인 키스신으로 표현해 화제가 된 JTBC '선암여고 탐정단'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선암여고 탐정단'은 발랄한 학원물을 연상시키는 제목과는 달리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성적 지상주의나 사교육 문제는 이 드라마에선 기본 포석에 불과하다. 교실을 넘어 SNS로 확장되고 있는 집단 따돌림 문제와 청소년 아르바이트의 열악한 현실, 심지어 10대 청소년의 임신과 낙태, 동성애 문제 같은 예민한 영역까지 거침없이 다뤘다. 10대의 로맨스나 친구 문제를 다룬 기존의 학원물과는 접근부터 다른 날카로운 현실 감각이 돋보인다.

MBC 새 수목극 '앵그리맘'은 제목에서부터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앵그리맘'은 사회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엄마들을 가리키는 용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사회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진보교육감들을 대거 탄생시키고, 올해 초 보육교사의 아동 폭행 사건이 크게 이슈화된 배경에 앵그리맘이 존재한다. 김희선이 주연으로 출연하는 '앵그리맘'은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여고생 딸을 지키기 위해 앵그리맘이 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간 30대 젊은 엄마의 이야기. '앵그리맘' 제작진은 "학교 폭력과 사학 비리에 맞서는 젊은 엄마의 활약이 매우 유쾌하게 그려질 것"이라며 "누구나 학창시절을 겪었고 또 자녀를 키우면서 다시 교육문제를 경험하게 되는 만큼 시청자들이 공감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년 실업 문제와 삼포세대의 애환도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주인공이나 그 주변인물 중에는 꼭 한 명씩 청년 백수가 등장한다. MBC '미스터백'의 은하수(장나라), KBS2 '가족끼리 왜 이래'의 차달봉(박형식), tvN '미생'의 장그래(임시완) 등은 우리 시대 청춘들의 모습이 투영된 캐릭터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KBS2 주말극 '파랑새의 집'의 주인공도 취업준비생과 만년 알바생이다. 불투명한 미래를 짊어지고 오늘을 살아가는 청춘들의 고단한 일상이 드라마의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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