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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북카페' 김학도 "시사+교양 접목한 에듀테이너 꿈꿉니다"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3-02 05:48


사진제공=김학도

그야말로 '천의 목소리'다. 전화기 너머의 인터뷰이는 수시로 자신의 정체를 바꿨다. 송강호에서 이정재로, 다시 이순재에서 한석규로. 심지어 안중근과 김홍도 같은 역사 인물까지 등장했다. 한번에 수십명과 릴레이 인터뷰를 한 듯한 착각이 들 정도. 그러나 이 수많은 목소리들의 주인은 단 한 명, 개그맨 겸 방송인 김학도다.

요즘 김학도는 그의 목소리로 창조해낸 여러 캐릭터들로 라디오 청취자들을 만나고 있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7시~9시에 방송되는 EBS 라디오 '북카페'를 진행하며 낭독의 즐거움을 전파하는 중이다. 1부에선 소설을 낭독하고 2부에선 저자와 함께 책 이야기를 나눈다. 과거엔 '설국열차', '관상', '겨울왕국' 등 명작 영화도 50편이나 낭독했다.

김학도의 낭독은 그냥 텍스트를 읽는 게 아니다. 소설이나 영화 속 인물이 되어 목소리 연기를 펼친다. 한번 낭독할 때마다 10개 이상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2월 마지막주엔 소설 '덕혜옹주'를 읽었는데, 김학도는 잠시 지나가는 행인에게도 개성 넘치는 목소리로 숨결을 불어넣었다. "보통 일주일에 책 한 권씩 낭독해요. 다시 듣기로 한번에 몰아 듣는 청취지들도 많아요. 한번 듣기 시작하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듣게 되실 겁니다."

영화 '허삼관'이 개봉할 즈음 위화의 원작 '허삼관 매혈기'를 읽었고,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같은 고전과 성석제 작가의 단편소설, 안중근 평전 등 다양한 책을 주제로 다뤘다. 그중에서도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와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낭독하다가 감정이 울컥해서 눈물을 흘렸던 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김학도는 라디오와 낭독에 대해 남다른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눈으로 보지 않고 머릿속으로 작품을 그려보는 일이 얼마나 새로운 즐거움인지 몰라요. 청각적 상상력을 자극해 두뇌 발달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지식과 교양도 쌓을 수 있죠. 라디오 덕분에 제 삶도 변했어요. 부부싸움이라도 하고 온 날이면 청취자들이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세요. 감정을 속일 수 없으니 항상 긍정적으로 살게 되더군요."

낭독에서 빛을 발하는 김학도의 목소리 캐릭터는 대략 100개 정도. 0세부터 100세까지 나이대 불문이다. 역대 대통령이나 유명 배우의 경우 표본이 있지만, 아예 목소리를 알 수 없는 역사 인물이나 허구의 인물은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 "역사 인물의 경우엔 그의 사상과 업적은 물론이고 고향까지 고려해서 캐릭터를 설계해요. 엄청난 연구가 필요하죠. 안중근은 장엄한 목소리로 연기했는데 반응이 무척 좋아서 더 애착이 갑니다."

그의 성대모사는 TBS 라디오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에서도 들을 수 있다. 매일 고정 코너인 '퇴근길 디스크쇼, DJ K입니다'를 2년째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청취자들은 DJ K가 김학도라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김학도의 진짜 목소리가 한번도 등장한 적 없기 때문이다.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시그널 음악이 깔리고, 이종환과 가상의 인물 찰리가 만담하듯 시사뉴스를 전달한다. 물론 둘 다 김학도의 목소리다. 교차로 녹음해 편집하는 것 아니냐 물으니 "절대 아니다"라는 답과 함께 이를 증명하듯 코너의 한 대목을 재현한다. 연신 감탄을 자아내는 목소리 연기다. "시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던 중에 PD로부터 제안을 받았어요. 제 생각을 꿰뚫어본 것처럼 컨셉트가 딱 맞아떨어지더라고요. 나중에는 이 코너만으로 1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이렇게 라디오를 종횡무진하면서 김학도는 자신의 전문 분야를 교양과 시사로 특화시켜 나갔다. 그는 자신을 '에듀테이너'라 설명한다. 지식과 교육(education·에듀케이션)을 전하는 엔터테이너라는 의미다. "코미디를 하려면 내가 망가져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코미디를 계속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10년 전부터 꾸준히 교양과 시사 분야에서 활동을 넓혀 왔어요. 과거 코미디를 할 때도 시사 풍자를 많이 했기 때문에 저에게 잘 맞을 거라 확신했습니다."

김학도는 1993년 MBC 공채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올해 23년차다. 진행 프로그램 100개, 행사 진행 1000번을 넘겼다. 바둑, 골프, 영화, 경제, 주식, 책, 연예정보, 야구 중계, 유아 교육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거쳤지만, 딱 하나 못해본 퀴즈 프로그램을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고 한다. 요즘엔 프로 바둑기사인 아내 한해원과 함께 바둑 용어를 빗댄 육아책을 준비 중이다. "첫 아이 탄생은 '착수', 둘째는 '한칸 띔'에 비유할 수 있겠죠. 그밖에도 양단수, 묘수, 패착 등 다양한 용어에 맞는 육아 에피소드를 정리하고 있어요. 아이들도 바둑돌을 재미로 갖고 놀고, 저도 요즘 바둑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가족과 취미를 공유한다는 것이 무척 즐겁습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김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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