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인터뷰] 강예원 "군대는 멘붕의 연속, 그래도 후회하지 않아"

김표향 기자

기사입력 2015-02-26 08:51


사진제공=SM C&C

팽글팽글 돌아가는 커다란 돋보기 안녕 너머로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던 그녀. 민낯이 되면 양 볼의 홍조가 드러나 70년대 시골 소녀로 타임슬립하는 그녀. MBC '일밤-진짜 사나이' 제작진이 선물한 그녀의 별명은 '개구리 왕눈이'의 여자친구 '아로미'.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촌년 볼따구' 같지 않냐"며 천진난만한 모습이다.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 2기의 어리바리한 부사관 훈련병 강예원. 고된 군생활을 마치고 다시 여배우로 돌아온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그 시간들을 뜨겁게 추억하고 있었다. 군대에서의 축구 영웅담을 레퍼토리로 펼쳐놓는 육군 예비역처럼 목소리가 점점 고조된 흥분 속에 살짝 달뜨기 시작한다.

"첫 방송이 나간 이후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시고, 해병대 나온 동생은 빵빵 터지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시뻘건 볼과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에 충격을 받아서 3일 간 집밖에 못 나갔어요. 그런 저에게 주변 분들이 평소 원래 제 모습이 저렇다고 하시더군요.(웃음)"

'여군특집'의 다른 멤버들도 군 생활의 고비를 여러 차례 겪었지만 강예원은 유난히 적응에 애를 먹었다. 군대의 빡빡한 규율과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 연거푸 실수를 저질러 전우들에게 민폐가 될까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군복 바느질을 하느라 낑낑대고 훈련 받다가 발목을 다치는 등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아 또 한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소대장의 호통에 강예원은 바짝 얼어붙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엉뚱하고 순진한 그 모습에 시청자들은 웃음보를 터뜨리며 따스한 응원을 보냈다.

"제작진과의 사전 미팅에서 전우들을 긍정의 힘으로 이끌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제가 그렇게 울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웃음) 굼뜬 행동에 대한 자책감이 너무 컸어요. 제 능력의 한계를 경험했죠. 눈물샘을 틀어막고 싶었는데 멘붕 상태라서 통제가 안 되더라고요. 신이 저를 갖고 장난치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어떤 댓글에는 돋보기 안경과 빨간 볼, 울보 컨셉트까지 설정한 것 아니냐고도 하는데 그건 절대 아니에요. 안면 홍조가 집안 내력이에요. 저한테는 얼마나 큰 컴플렉스인지 몰라요."


사진캡처=MBC
눈물 마를 날 없었던 우리의 아로미는 시간이 지나면서 눈에 띄게 성장했다. 군인 정신을 뼈에 새긴 멤버들도 극한의 훈련에 흔들렸지만 강예원은 오히려 대범하고 침착했다. 고통의 최고치를 맛보게 하는 화생방 훈련도 잘 참아냈고 묵묵히 유격 훈련도 받았다. "발목 때문에 의무대에 가느라 몇몇 훈련을 받지 못한 것이 지금도 아쉽다"고 할 정도로 극적으로 임했다. 그런 강예원에게 제작진도 "여군특집 1기에 왔더라면 훈련병 중에 꼴찌를 하진 않았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24시간 쉬지 않고 카메라를 돌리니까 본연의 모습이 다 드러나요. 저는 나약하고 겁도 많지만, 사실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밝은 사람이기도 해요. 저를 가식 없이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게 큰 수확이에요. 그리고 바쁘게 달려가던 걸 멈추고 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군대에 다녀오길 정말 잘했어요."

'여군특집' 방송 이후에 강예원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 확 바뀌었다. 깔깔 웃으며 편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피부과 치료를 해 주겠다는 연락도 받았다. 홍조를 감쪽같이 숨겼던 화장법이 궁금해 어떤 화장품을 쓰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제가 그 화장품 CF를 찍으면 대박 날거라고도 하던데요. 푸핫!" 그중에서도 가장 기분 좋은 건 여배우는 왠지 드세고 까칠할 것 같다는 편견을 깨뜨렸다는 사실이다. "덕분에 저도 시집 갈 수 있겠구나 싶어요. 하하하."


첫 예능 출연으로 방송의 짜릿한 맛을 경험한 강예원은 이제 드라마로 영역을 넓히고 싶어한다. 영화를 꾸준히 해온 것도 감사하지만 이젠 자신의 소탈한 모습을 드라마에서도 보여주고 싶단다. "최선을 다한 모습이 본의 아니게 코미디가 돼 버려서 당분간 진지한 캐릭터 연기는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절실한 깨달음(?)을 덧붙인다. "군인들의 수고로움에 존경을 표하고 싶어요. 저는 고작 5일 다녀왔을 뿐이지만 그분들은 2년 가까이 나라를 지켰잖아요. 정말 대단해요. 예전엔 병역 기피 문제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젠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요." 강예원의 단호한 말투에 고개를 끄덕이다가 갑작스러운 엉뚱 코멘트에 웃음이 터졌다. "그러니까 하루빨리 통일이 돼야 해요. 그래야 군인들이 고생을 덜하죠."

조금은 엉뚱하고 많이는 솔직담백한 강예원 그대로의 모습. 유쾌한 인터뷰였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


사진제공=SM C&C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