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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안경 벗고 본 '엔씨소프트-넷마블의 연대'

최호경 기자

기사입력 2015-02-18 10:42



색안경이란 것은 상당히 무섭습니다. 같은 것을 보고 있으면서도 다른 그림이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죠. 그래서 특히 기자들은 선입견을 가지고 취재하거나 사건을 바라보면 안 되지만, 기자도 사람인지라 사견이나 분위기에 따라 기사의 논조가 바뀌고 주체가 불명확해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최근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 그 와중에 깜짝 진행된 넷마블과의 전략적 제휴. 누가 봐도 이번 제휴를 엔씨소프트 경영권 싸움의 연장선상에 놓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취재의 감이랄까요. 17일 진행된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긴급 기자간담회를 대하는 느낌은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평소에는 인터뷰이의 모든 발언을 적지 않고 키워드를 바탕으로 압축해서 간결하게 내용을 정리해 왔는데, 이날은 김택진 대표와 방준혁 의장의 토시 하나하나까지 체크하면서 취재했습니다.

약 40분간 진행된 질의응답의 마지막 방준혁 의장의 다소 단호한 멘트에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많은 분들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이슈에 궁금증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까지 열었는데, 넷마블의 이야기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넷마블은 몇 년 전의 회사가 아닙니다. 글로벌 파트너들의 제휴가 쇄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방준혁 개인 회사도 아닙니다. 텐센트 등의 주주들이 있고 단순히 엔씨소프트의 경영권 이슈에 활용되기 위해 이런 자리를 연다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협업 취지에 대해서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주길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사람은 그 사람의 눈만 봐도 어느 정도 상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고 합니다. 17일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기자들은 두 눈에는 행사의 주최인 '넷마블'이 아닌 '넥. 슨'이란 단어만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게임전문지인 저 역시 어느 정도는 그러했으니 경제지, 일반지 기자 분들은 더더욱 그러했겠죠.

당연히 대부분의 질문이 넥슨과 연관되거나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염두에 둔 질문만 쏟아졌죠. 그러한 기자들의 눈을 바라보고 행사에 참여하고 질문에 대답하던 제휴의 주인공인 방준혁 의장이 마지막에 저런 멘트를 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자마인드에 경종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엔씨소프트의 전략적 제휴에 숨겨진 의중이 기사에 반영되지는 않았나' '넥슨은 저 반응에 어떻게 반응할까'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으로 넷마블이 이익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 기사의 중심에 넷마블게임즈가 빠져 있었던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번 제휴의 뒤에 넥슨과의 경영권 분쟁이 고려됐든 되지 않았든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의 제휴는 국내 게임시장에 상당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최고 수준의 온라인게임을 만들 수 있는 회사와 현재 모바일 최고 기업의 만남은 앞으로 어떤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죠. 게다가 김택진 대표와 방준혁 의장은 게임 개발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알려져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떤 게임이 만들어 질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입니다.

모든 것은 앞으로의 결과가 말해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양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협력'에 큰 연대감을 가지고 있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기술력, 마케팅 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부분입니다.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두 기업이 만들어 낼 시너지 효과가 과연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도 기대가 됩니다.

김택진 대표의 인사말부터 방준혁 의장의 마지막 발언까지 정리한 내용을 다시 몇 번을 읽으며 넥슨과의 관계를 떠나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가 앞으로 글로벌 시장을 위해 만들어 간다고 발표했던 내용을 중심으로 17일 기자간담회의 주요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우선 김택진 대표의 첫 발언 중에서는 '모바일 프로젝트 진행 중에 생긴 고민' '상위권이 기존 퍼블리셔들에 의해 블록화 되어 있다' '과연 엔씨소프트가 어떻게 모바일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까?' '넷마블게임즈는 국내 1위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이 필요했다' 등이 키워드가 될 것 같습니다.

과거 온라인게임을 중심으로 게임 사업을 진행해온 회사들이 가지는 문제점은 모바일 최적화에 있습니다. 기술적 부분이 아닌, 유저들의 성향과 수익 모델 등 판이하게 다른 시장에서 기존 회사들과 경쟁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김택진 대표는 지난 지스타 프리미어에서 다양한 모바일게임을 발표하며 2015년을 준비했는데, 넷마블, 4:33, 게임빌, 컴투스 등의 퍼블리셔들의 벽(블록)이 느껴진 것이겠죠.

그 와중에 글로벌 경쟁력을 필요로 하는 넷마블게임즈는 좋은 지적재산권(IP)와 발언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넉넉한 자금이 필요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현재 모바일 1위를 달리고 있는 크래시오브클랜의 막강한 마케팅을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경쟁력 있는 IP를 제공하고 넷마블게임즈는 이를 활용한 모바일게임을 만들어 세계 시장으로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방준혁 의장의 첫 멘트에서도 같은 키워드가 언급됐습니다. '국내 1위, 2위는 중요하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중요하다' '글로벌 경쟁력은 강력한 IP와 파트너가 필요하다' 등으로 압축해볼 수 있습니다.

질의응답에서도 넥슨의 질문이 중심이 됐지만 대답의 키워드는 결국 '글로벌 경쟁력'에 맞춰졌습니다. '큰 그림이 중요하다'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계기' 등이 비중 있게 언급되었습니다. 어찌 보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그 만큼 두 대표가 바라보는 것이 명확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중요도를 두말할 필요도 없었겠죠.

이번 제휴가 독자적인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비즈니스에 반하는 결과가 아니냐는 날카로운 질문에 '이번 제휴는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연장선상에 있다. 단순히 퍼블리싱을 하는 것이면 제휴를 맺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하면서, 결국 자체적인 기술력을 활용하는 다양한 모바일 개발과 사업을 진행하면서 넷마블에 도움과 조언을 받아 시장에 안착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넷마블게임즈는 엔씨소프트의 지적재산권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익 감소를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현재 구글과 애플의 마켓을 통해 사업을 진행 중이지만 앞으로 어떤 마켓이 등장할지는 알 수 없는 것'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서는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IP를 확보하는 게 우선' '최근 레이븐은 네이버, 텐센트, 라인 등과도 협업하고 있는데, 결국 게임에 맞는 좋은 파트너가 있는 것' '영업이익률 20%는 작지 않은 수준, 앞으로 높여 나갈 것' 등을 언급하면서 파트너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과거 카카오톡 등 모바일시장을 보면 현재의 이익률 보다 매출 규모를 늘리고 경쟁력 있는 파트너가 갖춰지면 결국 큰 효과와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녹아있었습니다.

방준혁 의장은 넷마블게임즈가 엔씨소프트의 우호 세력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선을 그으며 사업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주주이니 엔씨소프트의 우호세력이다. 히지만 넷마블이 혼자 엔씨소프트의 주주가 아니기에 주주로서 넷마블에 이익에 부합되는 결정을 할 것이다. 엔씨소프트 경영진이 올바른 선택을 하는지 그런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다. 글로벌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준비한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상황은 변할 수 있다. 상식선에서 현재 경영진들이 하는 사업전략과 비즈니스를 살펴보고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은 협조할 것이다"라며 명확한 의사를 밝혔죠.

행사의 마지막 즈음에 김택진 대표와 방준혁 의장은 엔씨소프트와 넷마블게임즈를 '작은 회사'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넷마블게임즈와 엔씨소프트가 글로벌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갑갑하다. 이미 리그오브레전드와 피파가 시장을 점유하고 있고 모바일은 크래시오브클랜이 엄청난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6개월만 지나도 보다 많은 회사들이 국내 시장에 진입할 것이다"

"글로벌로 시선을 돌리는 순간 우리는 아직 작은 회사이고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이런 때일수록 힘을 합쳐 경쟁력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영어권 국가는 영어권에서의 성공이 글로벌이고 중국 역시 중국내에서만 성공해도 충분한 수치다. 하지만 한국은 국내 1등 만으로 경쟁력이 부족하다. IP와 플랫폼에서 협조할 부분은 협조해야 하는데, 중국 회사들은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잘하고 있다. 텐센트 역시 자국에서는 경쟁을 하더라고 공유할 부분은 경쟁사들과 공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앞으로 1~2년이면 한국의 게임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한국에서 경쟁을 위함이 아닌 글로벌 시장을 두고 파트너쉽을 갖게 된 것입니다. '살아남기 위함'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양사가 연합해서 세계 시장을 본격적으로 두드리겠다는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긴급 기자간담회로 진행된 만큼 '합작회사' '신규 프로젝트'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글로벌' '경쟁력' '생존' 등이 무엇 보다 자주 언급되며 강조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최호경 게임인사이트 기자 press@game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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