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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들이 주시는 상이라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실 대중들의 취향에 영합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국악이 누구의 것입니까? 대중의 것입니다. 그분들의 어깨를 들썩여주고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게 국악인이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소리의 전통을 엄격하게 지키되 대중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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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명창은 '꺾기'를 비롯해 '떨림'과 '흔들기' 등 경기민요의 포인트를 '회심곡'과 '12잡가', '아리랑', '청춘가'에서 '촘타령', '뱃노래', '한오백년'에 이르는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를 통해 신명나게 구사해왔다. 특히 뱃속 깊은 곳에서 발원한 소리의 질(質)과 색(色)은 김 명창이 아니면 들을 수 없다. 청아함이 기본인 경기민요지만 김 명창의 소리엔 질그릇 깨지는 듯한 걸쭉함이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평소 말이 별로 없었던 스승 묵계월 선생도 어느날 "야, 니 소리를 들으니까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다"고 한마디 툭 던졌다고 한다.
김 명창의 힘은 소리 뿐 아니다. 작은 손짓 하나와 미세한 표정의 변화까지 모두 소리와 하나가 되어, 한 편의 호소력 강한 드라마가 되어 총체적으로 전달된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에너지에 관객들은 넋이 빠진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결국 최종 완성은 개인의 몫이다. 테크닉은 전수받을 수 있지만 그것을 개성화해야 진정한 예술이 되기 때문이다. 김 명창은 "제자들에게 늘 기본기를 탄탄히 익히되 너만의 개성과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음색과 몸짓, 표정 등 모든 요소를 하나로 모아야 독창적인 예인(藝人)이 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소리에는 은퇴가 없다.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무대에 서겠다"는 김 명창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다. 바로 자신의 뒤를 이을 경기민요 후계자를 찾는 것.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도록 노력하라는 게 국악대상을 주신 뜻이라 생각한다"는 그녀의 얼굴에 살짝 비장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