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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욱 노력하라는 의미", 제32회 한국국악대상 수상자 김영임 명창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5-02-17 09:48


◇제32회 한국국악대상 을 수상한 김영임 명창. 그녀는 "국악인들의 상이라 더욱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국악인들이 주시는 상이라 더욱 감사한 마음입니다."

40여 년 국악 외길을 걸어온 김영임 명창(59)이 13일 한국의 집에서 열린 한국국악대상 시상식(한국국악협회 주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수조교인 김 명창은 우리 전통 예술의 맥을 이어온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자로 결정됐다. 김 명창은 "그간의 노력을 국악계에서 인정받은 것 같아 그 어떤 상보다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 명창은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국악인 중 한 명이다. 지난 1974년 데뷔 앨범 '회심곡'이 100만 장이 넘게 팔린 것을 비롯해 여러 장의 히트 앨범을 갖고 있다. 아울러 수많은 대중 공연을 통해 경기민요의 멋과 흥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왔다. 특히 20년 넘게 해마다 5월이면 열어온 '김영임의 효(孝)' 콘서트는 '국악 뮤지컬'이라 할 만큼 드라마적 요소를 가미해 인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대중들의 취향에 영합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어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국악이 누구의 것입니까? 대중의 것입니다. 그분들의 어깨를 들썩여주고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게 국악인이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 소리의 전통을 엄격하게 지키되 대중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합니다."


◇효(孝) 콘서트에서 열창하고 있는 김영임 명창.
처음 고전무용에서 출발한 김 명창은 10대 후반에 '운명처럼' 우리 소리와 만나 인생의 진로를 바꿨다. 열아홉살 때 국악계의 선구자 이창배 선생에게 기본기를 배웠고, 그 뒤 그 뒤 묵계월 선생 문하에 입문해 경기민요를 전수받았다.

경기민요의 매력은 단순함에 있다. 김 명창은 "남도 민요에 비해 맑고 청아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은쟁반에 구르는 옥구슬 소리처럼 맑고 투명한 음색으로 흥(興)과 한(恨)을 표현하는 게 바로 경기민요라는 말이다. "고음으로 치고 올라가다가 내려오면서 살짝 소리를 꺾어줄 때 듣는 이의 애간장을 자아내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판소리와는 또다른 매력이죠."

김 명창은 '꺾기'를 비롯해 '떨림'과 '흔들기' 등 경기민요의 포인트를 '회심곡'과 '12잡가', '아리랑', '청춘가'에서 '촘타령', '뱃노래', '한오백년'에 이르는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를 통해 신명나게 구사해왔다. 특히 뱃속 깊은 곳에서 발원한 소리의 질(質)과 색(色)은 김 명창이 아니면 들을 수 없다. 청아함이 기본인 경기민요지만 김 명창의 소리엔 질그릇 깨지는 듯한 걸쭉함이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평소 말이 별로 없었던 스승 묵계월 선생도 어느날 "야, 니 소리를 들으니까 10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다"고 한마디 툭 던졌다고 한다.

김 명창의 힘은 소리 뿐 아니다. 작은 손짓 하나와 미세한 표정의 변화까지 모두 소리와 하나가 되어, 한 편의 호소력 강한 드라마가 되어 총체적으로 전달된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와 에너지에 관객들은 넋이 빠진다.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 결국 최종 완성은 개인의 몫이다. 테크닉은 전수받을 수 있지만 그것을 개성화해야 진정한 예술이 되기 때문이다. 김 명창은 "제자들에게 늘 기본기를 탄탄히 익히되 너만의 개성과 색깔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음색과 몸짓, 표정 등 모든 요소를 하나로 모아야 독창적인 예인(藝人)이 될 수 있다는 뜻이리라.

"소리에는 은퇴가 없다. 여건이 허락할 때까지 무대에 서겠다"는 김 명창에게는 한 가지 소망이 있다. 바로 자신의 뒤를 이을 경기민요 후계자를 찾는 것. "우리 소리의 아름다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도록 노력하라는 게 국악대상을 주신 뜻이라 생각한다"는 그녀의 얼굴에 살짝 비장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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