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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혁의 새 음반 리뷰]임형주의 리메이크 앨범 '사랑', 하우스 딸기보다 더 매혹적

이정혁 기자

기사입력 2015-02-12 08:03



'왜 이제야 불렀을까?' 세계적인 팝페러 테너 임형주가 데뷔 16년 만에 발표한 가요 리메이크 앨범을 처음 들은 느낌이 '딱' 이러했다. 그동안 임형주가 발표한 앨범이며 공연을 통해 무수히 많은 노래를 접해왔지만 이번 앨범이 전해준 감동은 그만큼 특별했다.

물론 이번 앨범에 실린 곡들이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발라드 명곡들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동안 기자가 몰랐던 임형주의 빼어난 감성 보컬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임형주의 정규 5.5집 '사랑(Sarang : Love)'에는 1990년대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워낙 명곡들이기 때문에 제목만 들어도 원곡 가수들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기억되는만큼 임형주가 과연 어떻게 불렀을까 비교해 보면서 듣는게 포인트. 특히 노래마다 어떤 곡은 원곡의 느낌을 고스란히 살렸고 어떤 곡은 임형주의 풍성한 감성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등 한 앨범에서 다채로운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첫번째 트랙은 지난 1994년 11월에 발표됐던 가수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선공개를 통해 이번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던 노래로 임형주는 장혜진의 깊은 감성을 오히려 자신만의 느낌으로 재해석했다.

이어지는 노래는 김광석의 '거리에서'. 워낙 동물원 시절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는 기자의 귀에는 네번째 트랙에 실린 '바람의 노래'(조용필)와 더불어 이번 앨범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노래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가수들이 '거리에서'를 불러왔지만 임형주는 어두움 보다는 맑고 청아함으로 새 색을 입혔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은 라디가 불렀던 '엄마'. 러닝타임이 6분4초에 이르는 이 곡은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는 저녁 무렵에 귀에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기분이 푸근해 짐을 저절로 느끼게 된다. '엄마'라는 단어 자체가 전해주는 감성이 특별한데, 임형주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엄나'라는 긴 외침은 힘들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시작해보자는 마음을 갖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이 밖에 이소라의 '청혼', 김장훈의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왁스의 '화장을 고치고' 등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이 따라부르기 보다는 듣는 즐거움을 고스란히 안긴다.

특히 이번 앨범은 평소 임형주가 가장 신경쓰듯이 사운드에서도 최고의 만족감을 전해준다. 기타리스트 함춘호, 베이시스트 민재현, 드러머 신석철 등 각 세션을 대표하는 국내 최고의 연주자들이 참여하면서 수준높은 사운드 퀄리티를 구현해냈다. 여기에 앨범의 프로듀싱과 편곡에 '더 클래식'의 박용준이 참여해 임형주와의 시너지를 120% 발휘했다

그동안 임형주의 앨범은 발표할 때마다 클래식 차트에서 1위를 휩쓸었다. 팝페라라는 장르적 특징이 있었기 때문에 발생한 당연한 결과였다. 관심은 과연 이번 리메이크 앨범은 어떤 평가를 받느냐 이다. 임형주는 분명 팝페라 테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을 들어본다면 5.5집 뿐만 아니라 6.5집, 7.5집까지 기다려 질 것이다. 그만큼 임형주가 재해석하는 명품 발라드는 하우스에서 자란 딸기처럼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먹고 싶은 상큼함과 달콤함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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