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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인터뷰가 아니라 특정짓지 않아도 됐다. 덕분에 제법 다양한 질문과 답변이 오갈 수 있었고. 특히 '명배우' 송강호에게 궁금했던 배우의 역할과 연기력의 비결, 그리고 '사람'송강호에게 궁금했던 사소한 꺼리까지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20년 차 배우로서 '민망한' 질문에도, 때로는 말하기 어려운 '민감한'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변해줬다.
-그렇다면 거기서 배우의 역할을 어디까지로 특정할 수 있을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단초를 제공하는 오브제. 감독이 오브제를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얼마만큼 잘 전달했는지, 그 성공 여부에 따라 관객들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먼저 답변하자면, 드라마는 안해봤는데,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제. 하하. 드라마 하는 배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힘든 점도 있지만, 좋은 점도 있는 것 같다. (왜 안했나?) 1995년도 영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을 한 뒤 20년 동안 영화를 하다보니, 드라마를 할 기회가 없었다. 처음에는 드라마 쪽에서 섭외도 있었는데 영화를 하다보니 시기가 겹치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지내다보니까 시간이 지나가 버리더라.
(앞 질문에 대해서) 관객들은 배우를 통해서 본인의 모습을 본다. 반추해보는 거다. 나 자신에게 있는 표정이나 감정이지만 사회 생활을 할 때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과 표정이 있지 않나. 그런 숨겨져 있는 것들을 배우를 통해서 '저런 느낌이겠지'하고 보는거다. 배우는 어찌보면 관객들에게 잊혀진 감정, 알고는 있지만 숨겨져 있던 감정을 찾아주는 직업이라 생각한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지만, 송강호도 여전히 연기를 하면서 는다는 생각을 하나?
연기가 는다고 하기보다, 관객 입장에서는 깊이가 쌓여져가는 것 같다. 비교적 그 차이가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가면서 배우가 깊어진다. 그 깊어진다란 것은 사물을 보든 인물을 보든 바라보는 시선이 깊어진다는 것 같다.
-그런 시선이 깊어지게 하기위해 하는 노력들이 있을까. 예를 들면, 평소에 관찰을 좀 많이 한다거나. 신문을 많이 읽는다거나, 그런 습관이 있지 않나.
늘상 차를 마시고, 잠을 자고, 특별히 뭘 연구하고, 그런 노력을 하는 것 같진 않고 사회를 바라보는 깊이감이 나이가 들수록 연기를 할수록 깊어지는 것 같다. 그게 관객들 입장에서는 '연기가 늘었다'고 볼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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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그렇지는 않다. '작품을 쉰 사람이 감을 잃었다'라는 것은 배우마다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배우는 5년, 10년을 쉬어도 깜짝 놀랄만한 연기를 보여주는 분도 있지 않나. 내 경우 공백은 없었던 것 같지만, 그렇다고 작품을 많이 했다고도 볼 수 없다. 2년에 3편 정도. 딱 그 정도였던 것 같다.
-2013년부터 2014년 영화가 모두 흥행에 성공해서인지 더욱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장르도 다 다르고 역할도 다 다른데 몰입하기도 어렵지 않았나.
'관상'은 첫 사극이기도 했고, 그런 특이한 점이 있었다. '설국열차'는 모두 영어대사로 진행되는데, 나만 한국어란 점도 색다르고, '변호인'은 부산지역, 변호사란 직업, 이런 부분이 다 개성이 있었다. 일부러 모든 역할에 몰입하거나 차별을 두지 않아도, 개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던 것 같다.
-다 귀한 손가락이겠지만, 그래도 송강호에게 첫 주연작이 됐던 '반칙왕'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다고 들었다.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플 수가 있나. 그럼에도 '반칙왕'이 특별한 이유라는 것은 첫 주연작이어서다. 그게 뭐냐면 즉 외롭다는 것이다. 주연 작품이라 화려하게 볼 수도 있지만, 내 스스로가 한 작품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 누가 날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아닌 나 스스로 획득해야 한다는 것, 이런 심리적 무거움이 날 외롭게 만든다. 육체적으로 고달픈 것도 있지만 '반칙왕'은 내 인생의 축소판 같은 내용을 담고 있기도 했던 영화였다.
한낱 무지렁이 샐러리맨이 거대한 사회 속에서 맨 몸으로 헤쳐나가는 모습, 그런 측면에서 '반칙왕'의 주인공 임대호라는 인물과 송강호라는 배우가 동질감에서 만나게 됐던 것 같다.(2편에 계속)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