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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제작한 영화사 삼거리픽쳐스의 엄용훈 대표가 대기업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호소글을 남겼다.
'예매율과 좌석점유율이 낮아서 관을 축소할 수 밖에 없다'는 극장 측의 설명에 대해 엄 대표는 "자사 계열 배급 영화는 예매 오픈 시기를 2주 전에 열어주었지만 중소배급사 영화의 경우는 1주일 이내로 임박해서 열어줬고 예매 오픈 극장의 수도 지극히 작은 수에 불과기 때문에 예매율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후 상영관이 조조 및 심야 시간대에 배정돼 좌석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반박하며 "처음부터 공정한 룰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애초에 관객의 영화 선택권을 보장하고 다양한 영화를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구축된 '멀티플렉스'라는 시스템이, 수직계열화 된 대기업 배급사의 '와이드 릴리즈 방식'과 함께 오히려 영화의 만듦새와 상관없이 힘없는 영화와 중소 영화사를 사지로 모는 상황으로 악용이 되고 있다"면서 "좋은 시간대가 많이 확보된 영화, 상영관이 많이 확보된 영화가 더 많이 팔리게 되어 있는, 즉 '수요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관객에게 어떤 영화를 보여줄지 선택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한 엄 대표는 지난 해 3월 열린 규제개혁 점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산업의 수직계열화 문제에 대한 개선을 약속한 것을 상기시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영화계는 지독한 쏠림현상과 대기업 배급사에 줄서기를 해야 영화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 중 가장 심각한 양극화 상황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엄 대표는 "한국 영화 산업의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따른 몰아주기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서, 법으로 동일 계열기업 간에 배급과 상영을 엄격히 분리시키고, 상영에 대한 원칙과 기준을 합리적으로 세워서 한국영화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또 "극장은 배급과 독립적인 구조를 확보하여 영화에 대한 공정한 경쟁을 위한 원칙을 지키고, 영화진흥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정부 기관은 산업의 균형 발전을 위해 합리적인 지원을 하면서, 작지만 좋은 영화에는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와 공정한 룰을 세워 관리하고, 제작사는 이를 바탕으로 정직하게 영화를 제작하여 진정한 문화강대국으로 성장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염원한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대통령님께서 산적한 국정을 돌보시느라 바쁘신 줄 알고 있습니다만, 잠시 시간을 내주시어 이 추운 겨울 마음 한켠을 따스하게 해 줄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꼭 관람해 주시기를 학수고대한다"는 호소로 글을 맺었다.
지난해 12월 31일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대기업 중심의 배급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제작자들이 모여서 직접 설립한 대안적 배급사 '리틀빅픽쳐스'가 배급한 영화다. 하지만 대기업과 직배사 영화들에 밀려 스크린 확보가 어려웠고 부진한 흥행 성적으로 이어졌다. 이 영화의 제작자이자 리틀빅픽쳐스의 대표이기도 했던 엄용훈 대표는 흥행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