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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여행이 끝났다. 추억의 장소로 떠난 마지막 졸업여행. 마음의 키가 한뼘 더 자란 아이들과 그런 아이를 깊이 사랑하게 된 아빠들의 모습이 그려지며 뭉클한 작별을 맞이했다. "괜찮아, 어차피 자주 볼 건데." 윤후의 얘기처럼 카메라 밖에서도 여섯 가족의 이야기는 계속되겠지만, 꼬마 천사들을 보내야 하는 시청자들은 서운하기만 하다.
18일 '아빠 어디가' 마지막회 시청률은 4.9%(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동시간대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19.1%)와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4'(11.6%)에 밀려 최하위에 머무르면서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아빠 어디가'는 엄마 없이 아빠와 아이 단 둘이 떠난 시골여행기를 담은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매력과 육아에 서툰 아빠들의 좌충우돌 이야기가 눈길을 끌면서 방송 시작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 2013년 1월 6일 첫 방송에서 7%로 출발해 방송 5회 만에 10%에 진입했고, 전성기엔 시청률 20%에 육박하며 예능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순수한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무장해제시키는 아이들은 '국민 조카'라 불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덕분에 '아빠 어디가'는 '출산 장려 프로그램'이라 불렸다. 아빠들의 성장, 아이들의 성장, 아빠와 아이의 관계 등 성장 코드가 더해지면서 '아빠 어디가'는 단순한 예능 이상으로 육아에서 아빠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얻었다. 이후 육아 코드를 차용한 유사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또한 '아빠 어디가'는 자극적인 웃음에 길들여져 있던 안방 시청자들에게 청정 웃음을 선사하며 '착한 예능' 전성시대를 열었다. 대중문화계에 불어닥친 힐링 열풍과 맞물리면서 웃음의 '강도'보다는 그 '의미'와 '흡인력'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예능 트렌드의 변화를 가져왔다. 또한 출연진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관찰 카메라 촬영방식을 본격적으로 시도해 성과를 거두면서 관찰 예능이 대세로 굳어지는 데 일조했다.
'아빠 어디가'는 오랜 침체기에 있던 '일밤'을 살려냈다. 윤후가 선보인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 먹방이 관련 상품의 폭발적 매출 증가로 이어질 정도로 '아빠 어디가'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받았다. 그리고 2013년 방송연예대상에서 영예의 대상을 거머쥐며 그 공로를 인정받았다.
유사 프로 범람, 차별성 잃었다
'아빠 어디가'는 방송 2년차에 접어들며 위기를 맞았다. 새로운 가족이 합류했음에도 예전만큼 화제가 되지 못했다. SBS '오 마이 베이비'와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유사 프로그램들이 범람하면서 '아빠 어디가'만의 장점과 차별성이 약해진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특히 2013년 11월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동시간대 정규 편성되면서 '아빠 어디가'가 하락세가 가속화됐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아이들의 연령대가 더 낮았고 아빠들의 육아 자체에 집중하면서 일상적 공감대를 더 크게 얻었다. 추성훈의 딸 사랑이에 이어서 송일국의 삼둥이 아들 대한-민국-만세까지 인기를 끌면서 화제를 독점했다.
그 사이 '아빠 어디가'는 2기 가족들과 함께 반복되는 시골여행에서 탈피해 초저가 해외 배낭여행, 튼튼 캠프, 브라질월드컵 여행, 아빠와 아이 둘만의 여행, 외국인 손님 홈스테이 등 다양한 아이템을 방영했다. 1기 가족들과는 다른 새로운 이야기를 찾으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아이들끼리의 관계 맺음이나 가족간의 관계 맺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를 놓쳤고, 원조로서 정체성과 차별성을 잃고 말았다. 여섯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 드물다 보니, 근거 없는 불화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아빠 어디가'는 지난해 11월 폐지설을 겪은 후 결국 2기를 마감했다. MBC는 프로그램을 손질해 3기를 선보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아이들과 아빠들이 언제 돌아올지 기약은 없다.
한편 '아빠 어디가'의 빈 자리는 연예인과 동물의 교감을 담은 '애니멀즈'가 방송될 예정이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